어르신 장애인에겐 "버거운 방역패스"

오래된 핸드폰, 통신비 부담, 사용법 미숙 등

2022-01-07     정세화 기자
핸드폰 등으로 코로나 백신접종 증명이  어려울 경우 동주민센터나 구로구보건소에서  '접종완료증명 인증스티커'를 받아 신분증에 부착해 사용하면 된다. 

주민들의 '건강'과 '방역'을 책임지기 위해 도입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된 지 어느새 두 달이 지났지만 디지털이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이나 장애인등 디지털 취약계층들에게는 '너무 먼 그대, 방역패스'일뿐이다. 
 
◇ "핸드폰 사용  어려워" 

"예방접종? 받았죠. 근데 휴대폰도 옛날 거고 (방역패스) 뭐 보여주는 그런 것도 할 줄 모르니까... 식당 직원이 저번에 해주다가 잘 모르겠는지 안 된다고 나가라고 해서 쫓겨났어... 요즘은 이것 못하면 어딜 갈 수 있나, 그러니 여기 앉아있는 거지 뭐..." 

지난 4일(화) 오후 3시경, 구로중학교 앞 도로변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던 한 어르신은 (남, 80대, 구로4동)은 방역패스 이용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2010년대 초반 출시한 오래 된 연식의 낡은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한 번도 휴대전화로 접종 증명 인증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이걸로도 (접종 증명을)할 수 있냐'는 어르신의 질문에 '카카오톡' 및 '네이버', 'COOV(쿠브)'어플 등을 가동했지만, 어르신의 오래된 휴대전화는 하얀색 대기화면 만 나타날 뿐, 접종 증명 화면으로 빠르게 전환되지 않았다. 

약 1분동안 휴대전화의 화면이 바뀌지 않자, 어르신은 "이거(휴대전화)는 옛날 거라 안 되는 가보다"라며 다소 부끄러운 듯 "귀찮게 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휴대전화를 급히 집어넣었다.

 

접종스티커 방식  '잘몰라'    취약층 분석 홍보 시급

옆에 앉아있던 또 다른 어르신 강순옥 할머니(여, 71, 구로4동)는 "나는 이거(스마트폰)는 잘 되는데 돈(요금)이 많이 나올까 봐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QR)코든가 그것 찍는 방법도 모르겠고, 혹시라도 뭔지도 모르고 눌렀다가 돈 많이 나올까 걱정돼 아직 한 번도 안 써봤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강순옥 할머니는 "전에 주사(접종)맞고 문자가 온 게 있어서 문자를 보여줬더니, 목욕탕에서 '이건(문자) 안 된다'며 (QR)코드를 보여달라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도 목욕탕 주인이 도와줘서 겨우 목욕탕에 갈 수 있었다"고 이제는 생활속 의무화가 되고 있는 디지털 방역패스 이용 어려움들을 털어놓았다.

디지털기기 소유나 이용등이 쉽지 않은 어르신뿐만이 아니다.

장애인들중에도 방역패스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장애를 앓아왔어요.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저 없으면 어딜 가질 못해요. 방역패스 중요하죠... 근데 우리 아들같이 장애가 있는 아이들한테는 또 넘어야 할 높은 산이에요."

지난 5일(수) 저녁 6시경 온수역에서 만난 A씨(여, 50대, 수궁동)와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B씨(20대)에게 방역패스 이용 경험을 물었다.

어머니 A씨는 아들의 손을 잡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의사소통정도가 가능하다는 아들 B씨에게 'QR체크인 화면'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묻자, B씨는 약 5분간 사투를 벌이듯 힘겹게 휴대폰 내 QR체크인 화면에 접속했다.

이를 지켜본 어머니 A씨는 "모든 가게에서 QR체크인을 보여달라고 하니, 거의 한 달간 QR체크인에 접속하는 방법을 교육시켰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본인 인증 갱신'이나 인증 오류 같은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해 결국 접종 증명스티커를 발급받아 주민등록증 뒤에 부착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종증명 스티커도 가능"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QR코드 등의 방역패스가 어려운 경우는 A씨 모자 처럼 접종완료 증명 스티커를 받아 부착하거나 예방접종 증명서 등을 발급받아 제시하면 된다.

코로나19관련 백신을 접종한 경우는 접종증명 스티커를 △구로구보건소나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방문시 반드시 접종증명서 발급희망자의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접종증명 스티커를 발급받으면 투명스티커에 신청자가 접종받은 백신과 접종 날짜가 기재되어 있다.

이 스티커를 신분증 뒷면에 부착하면 '접종 패스(QR코드)'와 동일한 효력을 얻게 된다.

이밖에도 컴퓨터로 '예방접종 (지류)증명서'를 출력받아 사용해도 된다.

증명서 출력은 인터넷 '정부 24'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방역패스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주민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한 홍보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구로타임즈가 지난 3일(월)부터 5일(수)까지 3일동안 만나본 70대 이상 어르신 12명 중 '접종완료 증명 스티커'의 존재를 아는 어르신은 8명이었다. 

접종완료 증명스티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스티커를 발급 받았다고 응답한 이 어르신들은 알게 된 경로에 대해 경로당 친구나, 자녀, 뉴스 등였다고 설명했다.

접종완료 증명스티커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해 발급받지 못했다'는 어르신 4명은 "구청에서 집집마다 마스크 나눠줄 때 (접종 증명 발급 방법등을) 같이 적어놨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좋은 정책도 수요자의 환경과 니즈가 제대로 반영될 때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방역패스 시행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디지털 소외계층 실태와 고민요인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지원 및 홍보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