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민소망] 코로나19 '훌훌' 일상으로 '훨훨'

2021-12-31     정세화 기자

 

"내년에는 코로나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코로나가 사라지면 호랑이도 보러 갈 거고요, 친구들이랑 춤 연습도 할 수 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잖아요!"

아이들의 순수한 소망처럼 다가오는 임인년 새해 2022년에는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지난 한 주간 구로타임즈가 만나본 지역주민들이 꼽은 최고의 새해 소망은 '코로나19 종식'이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벗고, 따뜻한 미소를 보며 포옹을 나누고 싶다는 주민들의 소망들에는 지난 2년간 잃어버린 사람 간의 '정'과 '애틋함'등이 담겨 있었다.

"아이언맨 될 거예요".   지난 12월30일(목)오후 구로융합형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만난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새해 소망을 묻자 힘찬 포즈를 취하며 '코로나 무찌르는 아이언맨이 되고싶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뒷줄 왼쪽부터 노을, 가연, 채원, 앞줄 왼쪽부터 은, 상은, 주원.

 

◇ "호랑이가 보고 싶어요"
"제 소원요? 저는 내년에 호랑이를 보고 싶어요. 그런데 선생님, 커피가게 자주 가세요? 커피가게 가는 것을 줄여야 해요. 커피 한 잔을 드실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도 이용되고, 약 12ml의 물이 낭비된대요! 지구엔 물도 부족한데 환경도 오염되면서 동물들이 아파해요. 그래서 호랑이도 매년 멸종되고. 코로나 같은 병도 생기는 거예요"

지난 30일(목) 구로융합형우리동네키움센터 7호점(구로3동 소재)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이가연 양(10, 구로3동)의 새해 목표는 '지구 지키기'이다.

'지구 지킴이'를 자처하는 가연양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 호랑이가 멸종되지 않고, 오래오래 만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지구 지키기' 전단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환경오염을 막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생애 첫 해외여행을"
"고등학교 3년 생활 중에 2년을 코로나랑 같이 보내면서, 여행은 커녕 집 밖 외출조차 힘들었던 때가 있었어요. 제 꿈이 승무원이거든요, 내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친구들이랑 같이 해외여행도 가고, 비행기 타면서 승무원 언니들도 가까이서 만나보고 싶어요!"

수능과 대학입시를 마친 김유진 양(19, 고척1동)의 2022년 목표는 '해외여행'. 

지난 한 해 대입준비를 무사히 끝낸 후 소망하던 학교에 합격했다는 유진 양의 꿈은 '승무원'이다.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 가보지 못했다는 유진 양은 첫 해외여행지로 '아이슬란드'를 꼽으며, 2022년엔 꼭 코로나가 종식돼 친구들과 여행하며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 "내 집 마련 "
"올해는 청년들에게도 정말 많이 힘들었죠, 코로나19로 취업을 못 한 친구들도 많았고, 취업한 친구들도 전셋값이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고 푸념도 했지만, 코로나로 회사 사정이 안 좋은데도 안 짤리고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게 다행이라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어요. 내년 소망이요? 내년에는 저도 제 집이 있는 달팽이가 될 수 있을까요?"

저녁 노을속에 저마다 귀가길을 재촉하기 시작하던 지난 28일(화) 오후 5시경.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4년차 웹디자이너 이현준 씨(32, 오류1동)의 2022년 새해 소망은 '내 집 마련'이다.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을 받아 오류1동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 중이라는 현준 씨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청년 정책으로 간신히 8평짜리 오피스텔 전셋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당장 3년 뒤, 5년 뒤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키움센터라도 있기를" 
"내년 소망은 오류초등학교 근처에도 '키움센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이들 육아 때문에 잠시 일을 쉬고 있는데, 사실 아이들이 한 해 한 해 커갈 때마다 '맞벌이 필요성'을 자주 느껴요. 내년에는 오류1동도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12월 29일(수), 열 살 된 딸과 함께 분홍색 커플 목도리를 두른 주부 김은정씨가 밝힌 새해 소망은 '오류1동이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로 거듭나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등교가 불규칙해지면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2021년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 내 육아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 씨는 "내년에는 오류1동에도 다양한 보육 시설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만큼 살기 좋은 마을이 또 있겠냐며 웃어 보였다.
 
◇ "오직 코로나19 종식뿐"
"내년 소망이요? 당연히 코로나 종식이죠. 보건소 직원들도 고생 많이 했지만 진짜 주민들도 고생 많으셨거든요. 다들 애쓰시는 만큼 하루빨리 종식돼서 다시 주민들에게 일상을 선물해 드려야죠"

코로나로 점철된 지 어느덧 2년, 땅거미 내려앉은 저녁부터 늦은 밤, 동 트지 않은 새벽에도 구로구보건소의 불은 언제나 켜져 있었고, 검사소등 지역 방역현장에는 구로구보건소 직원들이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구로구 방역현장의 최전방에서 동분서주해 온 구로구보건소 정상임 지역보건과장은 새해소망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19 종식 만이 유일한 소원'이라며 내년에는 마스크도 벗고,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주민 모두 따뜻한 일상을 맞이했으면 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걸어온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겪은 고생, 슬픔, 아픔을 지나가는 2021년 강물에 훌훌 털어버리고, 용맹한 검은 호랑이 기운을 담은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