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유통상생발전협의회 열린 날] 엇갈린 두 개의 '시선'

개발자측 "피해 미미" 상인측 "입장바꿔봐" 분통

2021-12-31     정세화 기자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첫 문을 열었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개최 한달 만인 지난 12월 22일(수) 오후 다시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상인들은 철벽문처럼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또 좌절감을 느꼈다. 첫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때와 마찬가지로 협의회 관계자 이외에는 외부인 출입이 불가하다는 구청 입장에 '당사자' 논란이 일며 또다시 구청과 상인들의 대립이 일었다. 
 
" 대규모점포측만  당사자? "
  ■ 회의장 밖
<상인> "당하는 우리도 설명을 해야죠, 왜 우리는 설명할 기회를 안 줘요? 왜 (대규모점포) 신청자(현대산업개발)만 설명할 기회를 주고. 현대산업개발이 당사자는 아니잖아요." 
<공무원> "설명해야죠, (현대산업개발은)당사자죠." 
<상인>  "우리도 당사자예요! 피해 보는 당사자라고요" 
 
지난 22일(수) 오후 구로구청 본관 3층 창의홀 앞 복도. 제2회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개최를 15분 정도 앞 둔 회의실 앞은 언쟁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의장 앞을 막고 선 구청 지역경제과 공무원들과 대규모점포가 입점하려는 고척동 옛교정시설부지 인접 6개 시장 상인들 사이에 예리한 말들이 오갔다.

'상인들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외치는 상인들 요청에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공무원은 단호하게 "상생협의회는 위원님들과 대규모 점포 설명 관계자만 들어간다"며 문 앞을 가로막아서면서다. 이에 상인들이 사업자 이외에 피해당사자인 상인들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구로구청측은 묵묵부답인채로 회의장 문을 가로막았다. 
  

 

지난 22일(수) 제2회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열린 구로구청 본관 3층 창의홀 앞 복도앞.  상인들이 대규모점포 입점 반대 및 '상권영향평가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영향없다?" 
 ■ 회의장 안
고척동 대규모점포 입점과 관련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구로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논의 안건은 '고척아이파크 쇼핑센터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신청 건에 대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발제안'이었다.

이날 '구로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는 위원 11명 중 9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각각 맡은 구로구청의 이회승 부구청장과 김한수 지역경제과장, 그리고 △이마트구로점(정태성) △NC신구로점(김대현) △구로소기업소상공인 전 회장(문갑수) △구로소비자지킴이 회장(이화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컨설팅단 상권육성전문가(하재은) △고척근린시장 상인회장(전형일) △구로소상공인 연합회장(김종득))이다. 고척프라자 이사장(이종원)과 홈플러스 신도림점관계자 등 2명의 위원은 이날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통상생협의회 회의 중 공개된 '추진성과 보고'에 따르면 2021년 11월 22일(화) 구로구 유통업상생협의회 개최 후 12월 2일(목) 현대산업개발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에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검토를 의뢰했으며, 8일(수) 검토 결과를 제출받았다. 이후 17일(금) 검토 결과에 따라 ㈜고척아이파크뉴스테이위탁관리부동산투자에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보완 요청되어, 21일(화) 보완 완료를 마친 것으로 취재됐다.
 
현대산업등 상권영향 보고 진행 
이를 토대로 22일(수) 열린 제2회 유통업상생협의회에서 대한상의의 검토 및 보완요청내용 브리핑 및 대규모점포 보완 결과 보고가 이어졌다.

대한상의 측은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에 나와있는 '별표 1(상권영향평가서의 작성 기준 및 방법)의 내용'을 가지고 △별표1에 맞게 작성이 되었는지 △권고문의 타당성 △결론 부분의 평가, 매출 지역협력 반영내용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요약문 내 △전통시장과 지역 내 위치한 부정적인 내용과 긍정적인 내용을 구분하지 않은 점, 이어 상권영향평가에 대해 △'개별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협상 내용이 필요한 점 △상인들이 지적해 온 벤치마킹 사례에 대해서도 쇼핑센터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하남·고양·롯데캐슬(금천) 3개소 중 하남의 경우 '외곽에 있다'는 점, 고양의 경우 '주변 전통시장이 미흡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대한상의측은 이같이 밝힌 후 '보완사항이 있으나 대규모점포 입점은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던 상인 위원들의 분노게이지를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측은 "(검토결과)소매와 음식점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고, 슈퍼마켓 대형점포에는 부정정적 영향이 있지만 골목상권의 슈퍼마켓 등에는 '영향 없다"며 전통시장의 경우 기존고객과 신규고객이 들어설 것이고, 사실상 쇼핑센터가 들어왔을 때 반경 200M가 아니면 차량으로 이동이 되기 때문에 상권이탈의 우려가 적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

이와함께 현대산업개발측도 스타필드 하남·고양·롯데캐슬금천에 견주었을 때 소매점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있지만,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고 전통시장 및 음식점 등에서도 이탈고객보다 유입고객이 더 많아 직접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은 지역 인근 6개 전통시장에 대해 '중복업종'을 비교 분석했는데, △고척근린시장의 경우 약 98%가 업종이 중첩되며 △개봉중앙시장 53% △고척프라자 100% △고척골목시장 80% △개봉프라자 약 60% △고척그라운드 약 60%가 중복된다며, 점포당 미치는 매출액에 대한 영향 및 중복점포 매출액을 분석했을 때 '적정한 협력금액'으로 파악된다며 금액을 언급했다. 
 
"현장, 피해 클 것이란 불안"
이에 대해 유통산업협의회 이회승 위원장(부구청장)은 "분석에서는 '소매업과 전통시장'등에는 피해가 적을 거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안함 때문에 내 점포, 내 가게에 피해가 클 거라는 불안감과 함께 평가가 과소평가됐다'는 불만이 있다"며 "가장 마이크로한(정밀한) 단위로 점포별 데이터가 제공되는지"와 "피해 주장하는 분들의 피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를 물었다.

이에 상권영향평가내용 등을 발표한 기관측(대한상공회의소·현대산업개발)은 개인 점포별로는 제공되지 않는다며 가장 작은 단위는 카드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산출된 업종, 규모 등의 소규모 단위이며, '가가호호'방식으로 개별점포를 다 분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절대 긍정적으로 말할수 없다"
현대산업등의 발표와 설명이 끝나자 유통산업발전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고척근린시장의 전형일 상인회장은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상인들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절대 긍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 회장의 반박 이후 상권영향평가서 재작성에 대해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들의 의견 차가 분분해지며 언성이 높아졌다. 

이에 이회승 위원장은 "다음번 회의는 구로구청에서 하는 상권영향평가가 나오는 날 다시 위원님들에게 의견을 묻도록 하겠다"며 "회의 결과 시행사 측에게 당사자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좀 더 집중 도입 해달라는 의견을 전하겠다"며 회의를 마쳤다.

구로구유통상생발전협의회 제2차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회의 후 고척근린시장 전형일 회장은 이회승 위원장을 향해 '상권영향평가서를 (상인들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정당당하고 떳떳하면 왜 상권영향평가서를 공개하지 못하느냐"며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이회승 위원장은 "지금 이 자료(현대산업개발이 제공한 상권영향평가서)는 진행 중인 자료로, 구로구가 어떻게 하겠다고 의사결정을 하지 않은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할 사안이라면 공개하는데 아직은 최종결정이 안 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