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대기업 살리려 골목상인 죽일수 없다"

고척근린시장서 열린 상인간담회 전통시장상인 등 울분 성토 '봇물

2021-12-31     정세화 기자

 

"대기업들 살리려고, 골목상권의 중소상인들 다 죽일 수는 없습니다. 이거는 적어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고척근린시장을 찾아 최근 구로구내 최대지역현안중 하나인 '대규모점포(코스트코·아이파크몰) 입점'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

지난 12월27일(월) 오후 1시 50분경,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고척근린시장 상인들과 (전)남부교정시설부지 인접 전통시장의 상인대표들은 오매불망 '심상정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분 뒤, 2시 정각이 되자 상인들 환대를 받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도착, 고척근린시장 내에 마련된 작은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심상정 대선후보는 물론 △전형일 고척근린시장 상인회장 △김지현 고척프라자 상인대표 △박재철 광명시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대규모점포 입점'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는데도, 주민이 뽑은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에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왔다고 자신의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는 "주민들하고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갑자기 '상권영향평가'도 없이 지금 코스트코하고 현대아이파크몰이 이제 밀고 들어온다고 하니까 얼마나 당황스럽겠냐"며 "골목상권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이런 결정을 일방적으로 구청이 내리고, 우리는 모르겠으니까 대기업하고 여러분들이 이야기해 봐라, 이렇게 뒤에 숨는 것은 지자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규모점포 입점에 대한 심 후보의 이같은 연설이 끝나자 시장 곳곳에선 '옳다', '맞습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라고 상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호응했다.

이어 고척근린시장 전형일 상인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상인들이 노력해서 이 정도의 우수한 전통시장을 만들었는데, 어렵게 일궈놓은 전통시장 앞에 코스트코와 아이파크몰이 들어오려 하니 마치 고척동에 '괴물'이 나타나는 느낌이라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며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토로했다.

전 회장은 이어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구로구청 또한 상인들의 편이 아니고, 누구를 위해 우리(상인)의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토로한뒤 "절대로 돈 몇 푼에 우리 시장과 상인들의 생존권을 팔아넘길 순 없다"며 대규모점포 입점을 막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절한 목소리로 읍소했다.

고척프라자 김지현 상인대표는 '코스트코·아이파크몰'의 개설자는 '고척아이파크뉴스테이부동산투자주식회사'이며, 주식회사의 지분 중 80%는 국토부(국토교통부)가, 18%는 현대산업개발이, 2%는 대한토지신탁이 갖고 있다고 말한 뒤, '이는 대기업(현대산업개발)과 시장 상인의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설자가 국가이고 정부 기관이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 대규모점포 입점을 계획한 것은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현 대표는 상인들은 코로나로 인해 이 상태에서 매출이 3~5%만 줄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대규모 점포가 불과 500~1000m 안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전통시장이 유지가 된다'라고 지방자치장(이성 구로구청장)이 이야기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으며, 상인들을 설득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인들은 50~60년 동안 닦아온 생활 터전을 대규모점포에 넘겨주고 싶지 않다며, 대선 정책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말뿐인 정치가 아닌 '정말 보호를 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광명슈퍼마켓협동조합 박재철 이사장은 '광명시에는 코스트코 및 대규모점포 입점 후 골목상권의 대표인 골목 슈퍼마켓이 430군데나 있었지만, 178군데로 줄었다'며 광명시 대규모점포 당시 구도심에서 신도심으로의 상권의 이동화를 걱정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구도심은 완전한 슬럼화'를 겪고 있다며 성토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광명코스트코에 대해 '전국에서 가장 큰 매출을 갖고 있다'면서 10년 전 전국 10대 시장 안에 들 정도였던 '광명시장'이 코스트코 입점 후 타격을 입어 중복업종들은 대다수 문을 닫고, 그나마라도 간신히 버텨왔는데 '1km 정도 지점의 (구로구) 고척동에 또 코스트코가 들어온다'며 개탄과 우려의 소리를 내놓았다.

상인들로부터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같은 성토를 들은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국토부에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요청해놓았다며, 보고를 받고 정부가 지역주민들의 삶을 내놓으라 하고 골목상권 상관없이 대기업들 소원 풀이 해주는 국토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심상정 후보는 약 40분간 골목상권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약 20여 분간 고척근린시장 상인들과 개별 인사 후 고척근린시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