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지역상권 다 죽는다" 상인들 칼바람속 '상복 시위'

고척동코스트코등 대규모점포 입점 반대 총궐기 상인 130명 고척-구청 가두시위

2021-12-17     정세화 기자

 

고척동 대규모점포(코스트코·아이파크몰)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상인들의 애끓는 소리와 시위행렬을 한겨울 '칼바람'도 막지는 못했다.   

"저희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도 상복을 입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대로 제대로 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 상생방안 하나 없이 대규모 점포가 들어오면 나와 내 이웃, 골목의 모든 상권은 그냥 다 죽습니다. 오늘 우리의 목소리는 살려달라는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의 절규입니다."

지난 14일(화) 오전 10시 30분. '고척 코스트코와 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예정지인 고척동 (전)교정시설부지앞에서 열린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상인 총궐기 현장.  고척동 대규모점포 입점을 반대하기위해 마련된 이날 궐기대회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시장 및 골목상권 상인 130여명이 모였다.  

 이날  상복을 입은 전통시장상인 대표들은 양손에 '골목상권' '전통시장' '생존권'이라고 적힌 영정 액자를 든 채 '고척 코스트코, 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저지'를 외치며 고척동 교정시설개발부지앞에서부터  구로동에 위치한 구로구청까지 약 3.6km를 걸으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총궐기대회에는 고척동교정시설 인접 6개 전통시장(고척근린시장·고척골목시장·고척프라자·개봉중앙시장·개봉프라자·오류시장)의 상인회장과 상인들은 물론 △고척그라운드상가 △남구로시장 △구로시장 △개봉입구골목상가 △구로구소상공인연합회 등 구로지역 상인들외에도  △광명시소상공인협회 △광명전통시장(광명시 소재) △새마을시장(광명시소재) △목사랑시장(양천구 소재) △서울시상인연합회 등 지역안팎에서 대대적으로 참여했다.

상인 130여명의 가두시위 행렬의 맨 앞에는 교정시설부지 인접한 구로(갑)지역 6개 전통시장(고척근린시장·고척골목시장·고척프라자·개봉중앙시장·개봉프라자·오류시장)의 상인회 대표등이 상복을 입은채 나섰다.  

 

 "동네 한복판  대규모점포 2개라니"  
가두시위에 앞서, 대규모점포 입점 저지 비상대책위 상임대표를 맡은 전형일 고척근린시장 상인회 회장은 총궐기대회 선언문을 통해 "이곳(고척동 교정시설부지)은 주변에 전통시장이 6개나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이라며 "대규모점포들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곳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서는 것이며,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아예 죽이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한 동네 한복판에 이렇게 두 개 씩이나 대규모점포와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경우는 없었다"며 개탄했다. 

전 회장은 이어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은 구로구청으로부터 현대산업개발과 협상하라는 요구만 있을 뿐 우리에게 정작 코스트코와 현대아이파크몰이 입점했을 때 얼마만큼의 피해를 받는지 그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알지 못 한다"면서  "구청이 나서 사전 영향평가를 해 놓은 것도 없이 우리에게 무조건 협상에 나서라는 것은 상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 "이라며 구로구청 행정을 향해 일침을 던졌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는  △객관적인 상권영향평가 실시 및 사전대책을  수립할 것  △ 사전대책 없이 현대산업개발과 협상을 조장하는 구로구청의 모든 행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는 한편  "전통시장 골목상권 상인들도 주민"이라며 "생존권 위협,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궐기문 낭독이 끝난 후, 상인들은 저마다 '대규모점포 결사반대'라고 적혀진 조끼를 입은 채 '대규모점포 입점조장 이성 구청장은 각성하라'  '전통상업보존구역 코스트코 웬말이냐!' 등이 적인 플래카드를 들어 올리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거리행진에 나선 상인들 중에는 백발의 어르신들도 있었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 것 조차 불편해 보이던 한 어르신은 "고척근린시장에서 (장사하며) 일평생을 다 보냈다"며 "대형 마트들이 들어오면 시장이 망하는 것이 자명한데, 나 혼자만 생각하면 몸도 불편하고 이제 일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다른 시장 식구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반대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힘들지만 함께 걸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옆 상인의 손을 잡고 의지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고척동과 인접한 경기도 광명시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며 상인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광명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10년 전 광명시 역세권 개발로 광명역 근처에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아웃렛이 들어왔고, 10년이 지난 지금 세 개의 대규모점포로 인해 옆집 과일가게도, 앞집 옷가게도 모두가 문을 닫았다"면서  "겨우 10년째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고척동에 대규모 점포가 또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광명과 고척동 대형유통업체들에게 끼어 가운데 샌드위치가 되듯 폐업 압박을 받게되는 일만 남게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지켜보던 상인 B씨 또한 "광명시는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대규모점포가 들어왔는데도 10년간 문 닫은 사람들보다 남아있는 사람을 꼽는 게 더 쉬울 수준인데, 하물며 도시 한가운데인  구도심에 들어오는 고척동 대규모 점포 입점은 인근 상인 다 죽고 나가란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날선 비판의 소리를 내놓았다.

이날 총궐기대회의 마지막은 김진철 망원시장(마포구소재) 상인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회장은 "최근 여의도에 더 현대몰이 들어왔는데, 더 현대몰은 도시하나가 건물 안에 들어가 정원도 있을 정도의 큰 규모"라며 "이런 시설이 들어오며 영등포 상인연합회가 6억원을 받아 아케이드도 씌우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장사가 안 되는 실정"이라고 운을 뗐다.

김 회장은 이어 겉을 아무리 현대화 시킨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될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시장은 손님이 와서 물건을 사야 상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데, 먹고살 손님들을 대규모 점포가 흡수해가면 시장으로 절대 안 온다"며"영등포상인들이 6억원에 상권을 팔아먹은 것"이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6억원에 상권 팔아먹었다"
김 회장은 "망원시장에도 대규모점포인 홈플러스가 입점하려해 싸울 때 상권을 돈 주고 팔아먹을 수 없어 홈플러스와 끈질기게 싸웠고, 망원역 옆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없애고,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15개 품목 판매 금지를 홈플러스와 협상했다"며 망원시장의 생존 경험을 털어놓으며, '구로 상인들도 끝까지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약 1시간 30분여간 진행된 이날 상인들 총궐기대회 및 행진이 끝난 후 고척동 교정시설부지 인근 6개 시장(고척근린시장·고척골목시장·고척프라자·개봉중앙시장·개봉프라자·오류시장) 대표는 궐기대회 성명문 전달을 위해 구로구청장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구로구청 3층 직소민원실로 향했다.

그러나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약 3시간 30여분 동안 구청장실 앞에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성 구청장과의 면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