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실 복도앞 … 상인들은 울었다

지난 14일 총궐기후 구청 방문한 구로(갑)전통시장 상인대표들 "구청장 만나 상인들 입장문 전달만 하려는 것인데"

2021-12-17     정세화 기자

 

"청장님 나오세요.  당사자가 뒤에 숨어계시면 어떡합니까. 아무리 일정이 바쁘셔도 오늘 고생한 상인들 위해 1분도, 5분도 못 내주시냐고요!" 

지난 14일(화) 오후  '소통·화합·배려'를 내세운 구로 구청장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추운 겨울 고척동교정시설부지앞에서 2시간을 걸어 온 대규모점포입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상인대표들의 울음소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고척동 코스트코·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저지를 위한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상인 총궐기대회를 마친 후, 대규모점포가 입점하려하는 고척동 교정시설부지 인근 6개 시장 대표들(고척근린시장·고척골목시장·고척프라자·개봉중앙시장·개봉프라자·오류시장)은 오후 5시까지 약 3시간 30분동안이나  상복을 입은 채 구로구청 3층 구청장실앞에서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상인 비대위 측은  하루전 13일(월) 구청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고 밝혔다. 구청장과의 면담 요청은  '고척 코스트코, 현대아이파크몰 입점저지 전통시장 골목상권 상인 총궐기대회 선언문'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청장실옆 구청 직소민원실을 방문한 오후 1시 30분.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김한수과장만이 직소민원실에 등장했다. 비대위 공동대표인 김지현 고척프라자 상인대표가 구청장에게 '총궐기대회 선언문'을 전달하고, 지난 2일(목) 열린 구로구의회 구정질문답변자리에서  대규모점포관련해 '제3의 기관에 상권영향평가서를 의뢰하겠다'고 구청장이 직접 답변한 내용의 진위여부를 묻기위해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김한수과장은 구청장과의 면담은 불가하며 상권영향 평가서 는 '신규 의뢰'가 아닌 기존에 나온 상권영향평가서를 '재검증'하기로 했다고 답변, 상인들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구청장이 직접 나와 해명하라는 상인들 요구가 빗발쳤다.  김지현 상인 대표는 "직접 말한 구청장님이 오셔서 변명이든 해명이든 사실 확인이든 하셔야지, 왜 과장님이 여기서 당신이 하신 말씀도 아닌데 설명을 하겠다고 하느냐"고 따졌다.  

지역경제과 과장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그 때, (상권영향평가를 다시 해달라) 그런 말이 나와서 우리는 그것(상권영향평가서)을 전문기관에 다시 한 번 검증을 받아보자"였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제3기관에 검증하는 것도 평가와 유사하게 보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검증의뢰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고척동 교정시설개발부지 대규모점포입점과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이 만들어온 '기존 상권영향평가서를 재검증 한다는 것과 새롭게 작성(연구분석)한다는 것은 엄연히 틀리다'며 ''청장님께서 지금 의회에서 거짓말  한 것이냐'는 시장상인들의 고성이 오갔다.

 

지역경제과 측도  "제 3기관에 검증을 하겠다 한 것이며, 검증이나 다시(신규의뢰)나 큰 차이가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김지현 고척프라자 상인대표는 지난달 22일 구청에서 열린 구로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회의내용과 관련해 '당시 제3기관에 상권영향평가서를 다시 만들어 오라고 한 소상공인연합회 김종득 회장의 건의는 검증이 아닌 제3기관에 구로구청의 비용과 의뢰로 다시 상권영향평가서를 받아보는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김한수 과장은 '요청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후 구청은 '제3기관 검증'을 하는 쪽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과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시 구로구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고척근린시장 전형일 상인회장은 "지역 현실 실정에 맞는 상권영향평가를 해달라고 말한 것이지, 다른 지역의 말도 안 되는 상권영향평가서를 검증하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재반박했다.

상인들은 구로구청이 구로구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들의 의견마저 곡해했다며 직접 구청장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직소민원실을 빠져나갔다. 구청장실앞은 청원경찰과 관계공무원 10여명이 바리케이드를 쳤다.

"구청장님, 청장님께서 직접 의회에서 말씀하셨잖아요. 상권영향평가서를 다시 하겠다고. 그게 왜 제3기관의 검증으로 바뀌나요. 직접 나오셔서 말씀 해보세요!"

상인들은 현대산업개발이 만들어온 상권영향평가서를 재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도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서 새롭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한수 지역경제과장을 향해  "우릴  개돼지로 아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이같은 갈등 상황이 3시간째 지속되면서 상인들은 지역경제과장에게 "우리가 들어가지 않을테니, 지역경제과장님께서 들어가서 상인들이 면담을 요청한다고, 오늘이 아니어도 좋으니 구청장님  의사를 여쭤봐달라"고 애원했다. 김한수 지역경제과장은 "내부 논의 후 구청장님께 보고해야하므로 지금 들어갈 수 없다"면서 "우선 (상인분들께서 댁에) 들어가시면, 구청장님께 보고 후 면담 가능여부를 논의해 따로 연락드리겠다"고 거절의사를 밝혔다.

이에 개봉중앙시장 조국현 관리소장과 고척프라자 김지현 대표가 분개하며 "소통·배려·화합을 내세운 구로구의 슬로건과는 다르게 이런 '불통행정'이 어디있느냐"며 눈물을 흘렸고, 고척골목시장 정병수 회장은 자리에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른 상인들도 하나둘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분을 토했다.  이를 지켜본 전형일 고척근린시장 회장과 김지현 고척프라자 상인대표가 상인들의 건강상태를 우려하며 '반드시 구청장 면담요청에 대한 답변을 달라'며 궐기대회 선언문을 김한수 과장에게 전달한 뒤 돌아섰다.  

약 3시간 30분동안 이성 구로구청장실 앞은  '소통 배려 화합'을 내세웠던 이성 구로구청장의 행정 이념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의 대치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 하루만에 바뀐 '상권영향평가'의뢰= 하지만 다음날인 15일(수)오후 '상권영향평가서'에 대한 구청의 이같은 입장은 180도 뒤바뀌었다. 구로구 각 부서별 새해 사업예산에 대한 구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및 계수조정이 진행되던 중 지역경제과에서  '상권영향평가서 전문기관 작성 의뢰' 사업 (1억원)을 하겠다고 신규사업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날 수시간동안 상인들 속을 태웠던 '대규모점포관련 기존 상권영향평가서 제3기관 검증'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에앞서 전날 당초 새로운 상권영향평가 의뢰를  위한 예산이 편성돼있지 않아 예산결산특위 일부 의원들로부터도 지적을 받은 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난16일(목) 이같은 입장 변경 이유에 대해  "상인들이 너무나 원하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상권영향평가서 등을 의뢰하기 위해 예산을 올린 것일 뿐"이라고 구로타임즈에 설명했다.

구체적인 향후 일정등에 대해서는 "어제(15일) 예산편성안이 나온 상황이기에 앞으로 풀어가야 할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화) 상인들이 요청했던  '구청장 면담 계획'과 관련해서는  "상권영향평가서 작성 의뢰가 통과되었기 때문에 상인들과 구청장님의 2차 면담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계획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