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동대규모점포3]'참 이상한 유통업상생협의회'... 일시 안건등 기본정보 '비공개' 논란

지역중소상인과 대규모점포 상생회의 회의정보 '철벽방어' 베일 속 첫 회의 "심의중 사안이라" VS '밀실행정' '불통행정'

2021-12-08     정세화 기자

지난달 22일(월) 오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첫 회의가 진행되면서 잇따른 밀실행정 불통행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척동 전 교정시설부지 인근 골목상권과 인접한 전통시장상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부구청장님! 말씀해보세요!  피해받는 것은 상인인데, 왜 사전에 상인들과 어떠한 협의와 동의도 없이 '현대산업개발'이 상생협의회가 열리는 이 자리(회의장)에 버젓이 들어가 있고, 상인들이 동의한 적도 없는 보상안을 (상생협의회)위원들에게 설명하게 하십니까!"

구로구유통업상생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고 있던 지난 22일(월) 오후 5시 구로구청 3층 르네상스홀 앞. 지역중소점과 대형유통업의 균형발전과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법에 의해 구성 운영하게 돼있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회의 첫날부터 '불·편파행정' '밀실 행정'논란을 야기시키며 시작됐다. 

 첫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열리고 있는 구로구청 3층 르네상스홀앞. 협의회 위원등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을 상인대책협의회 소속 상인들과  정의당과 진보당 지역위원장들이  지켜보고 있다.  

 

대규모점포 입점에 앞서 인접 지역의 영세한 전통시장과 자영업자들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정책을 촉구해 온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상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유통업상생위원회 관계자 외에는 외부인 출입이 제한됐다.  상생협의회 회의 참관을 거절당한 상인대책협의회(이하 상대협) 상인들과 진보정당(정의당·진보당)지역위원회 관계자들은 굳게 닫힌 구청 르네상스홀 출입문 옆 복도에서 초긴장 속에 시간을 보냈다. 

일부 상인들은 벽 하나를 사이로 진행되는 상생협의회 회의내용을 조금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심정으로 차가운 벽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벽면 넘어 회의실 안에서 현대산업개발의 구체적 보상안 설명이 들렸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파악된 상인들은 "지금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상인들 생각은 듣지 않고 왜 안에서 손실보상을 논의하느냐"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회의장 복도에 있던 상인들의 분노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약 10분 후, 굳게 닫혔던 회의장 문이 열렸다. 약 20분간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것.

그러자 상대협측 상인이 회의장 문을 막아서고 상생발전협의회 회원들에게 호소했다.   "구체적인 상생발전계획 없이는 상인들은 절대 (대규모점포 입점을) 찬성할 수 없다. 상인들을 위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받고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외쳤다. 

이어 구청 지역경제과 관계 공무원들이 다가와 나가달라며 회의장밖으로 상인들을 내몰다시피했다. '나갈수 없다' '상인들을 생각해달라'고 외치는 상인대책협의회 주위로는 수십명의 공무원들이 바리게이트 마냥 둘러섰다. 

공무원 바리게이트 사이로 이날 유통상생발전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이회승 부구청장이 김한수 지역경제과장과 나타났다.  

상대협 김지현 간사는 부구청장등 공무원들에게  "(구청) 지역경제과에 상인들의 회의 참관 및 상생발전협의회 안건, (회의)참여자, 회의 일시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모두 다 비공개라며 묵살당했다"면서  "상인들의 의견은 모두 무시하더니, 상인들의 생존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상대협 상인들은 쏙 뺀 채 보상을 논의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대해 이회승 부구청장은 "나도 안건을 이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으며, '위원들에게도 안건을 미리 공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구청장은 또 "오늘 대규모점포 입점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덧붙였다.

이 부구청장의 이같은 답변에  상대협 김지현 간사와 진보당 유선희 위원장은 "지난 (10월 1일) 이성 구청장이 면담 당시 상인들에게 무조건 협상하라는 말을 통해 구청의 대규모점포 입점 의지를 확인했는데, 여기서 '입점 승낙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상인들에게 이날의 유통상생협의회 안건과 위원회 구성, 회의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로구청 지역경제과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위원들만 참가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토론 진행을 위해 위원이 아닌 시장 상인과 정당, 언론에게  협의회 참관 및 협의회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회승 부구청장은  "충분히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회의가 공개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말을 남겼고, 회의장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구로타임즈도 이날 상생협의회 회의가 시작되기 전 현장에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 상정될  안건 및 위원구성원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구로구청 측은 '민감한 사안이라 알려줄 수 없다'며 기자를 회의장 밖으로 내몰았다. 

또 한 공무원은  상생협의회 회의장 분위기 등을 현장스케치식으로 기록 중이던 기자의 취재노트에 대해  '공개회의가 아니다. 취재 내용 된 메모를 지워달라'며 기자의 취재기록 삭제를 요구하는 강압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로는 첫 만남의 자리임에도 협의회 개최 전후로 보여 준 구청 지역경제과의 대응이 한마디로 마치 생사를 결정짓는 '전쟁터'같은 폐쇄적이고 살벌한 분위기의 연속이어서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날 첫 회의가 고척동 대규모점포 허가를 위한 회의로 진행되는게  아닌가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되었고,  이 때문에 이날 회의 밖 현장에서도 회의가 끝날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