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인터뷰]입시경쟁 향한 청소년들 '외침'

고척고 방송반 학생 7명 단편영화 작품 제작 '커트라인', 틴즈미디어페스티벌 황금해태상 수상

2021-11-12     정세화 기자

 

고척고등학교 방송반 2학년 학생들 7명이 '일냈다', <사진>

구로청소년문화예술센터 주관으로 지난 6일(토) 열린 제2회 '틴즈 미디어페스티벌' 단편영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인 '황금해태상'을 거머쥔 것. 

'커트라인'이란 제목의 황금해태수상작은 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입시와 학벌중심사회, 기성세대 등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을 밀도 높게 표현해 심사위원과 관람하던 청소년들로부터 '청소년 작품'이라 믿기지 않는다는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내용은 여전히 고학벌 고스펙 등을 선호하는 한국사회에서 과도한 입시제도를 견뎌야 하는 학생들의 일상이 담긴 등골서늘한 '입시괴담'으로 시작된다.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물들이던 지난 10일(수) 황금해태상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고척고등학교 방송부KHBS 36기라는 김나윤·김송연·김여진·김태우·신수빈·이연재·조하진 학생이다.

햇살처럼 밝고 활력 넘치는 2학년 동급생들이다. 

영화 '커트라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나윤 양은 "매년 수능철이면 극단적 죽음을 선택한 학생들의 단편적인 뉴스가 아닌,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입시학생들의 속마음을 사회에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인공 '전교 7등 정유나' 역할을 연기했던 조하진 양은 "영화 속 유나 이야기는 대한민국 입시경쟁을 겪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과거부터 현재, 어쩌면 미래에도 입시 과열 사회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유나'는 어디에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향한 예리한 지적도 나온다. 편집을 맡은 김여진 양은 "매년 교육부는 '교육이 대학 입시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학생들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하고 대학을 가지 않으면 고졸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인식이 강하다"며 "그런 차별 담긴 시선들과 좋은 대학만을 선호하는 사회 인식이 모여 주인공 유나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편영화 '커트라인'이 탄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주. 1주간의 기획회의를 거쳐 2주 동안 촬영 및 편집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난해 미디어틴즈페스티벌 1회때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 선배들과 '전염병'이라는 작품으로 함께 참여한 바 있다는 김태우군(촬영)은 "당시 36기단원 일부가 참가해 직접 연출과 촬영을 하기보다 선배들 진두지휘에 따라 보조 하는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36기 단원 모두가 모여 '황금해태상'을 받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기획부터 시나리오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제작했다"며 웃어 보였다.

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위기'속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촬영을 맡은 김송연·신수빈 양은 "작품 커트라인의 특성상 배경이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촬영해야만 했는데, 제작 당시 코로나가 4차 대유행으로 극심해져 학교 출입을 할 수 없어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며 어려웠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등 '코로나시국'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김태우 군은 "고척고등학교의 위치상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활주로 구간이라, 1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지나가 비행기 소음을 담지 않으려고 수십번씩 촬영을 중단하고 재개하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남아있다"고 웃음꽃을 피우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완성된 순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뿌듯했던 점이다. 

편집을 맡은 김여진·이연재 양은 "편집부와 촬영부의 갈등 중 촬영부는 '이렇게 찍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찍었지만, 편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이 있어 재촬영을 하기도 하며 감정이 상할뻔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완성되고 함께 보던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좋았고, 매일 새벽까지 함께 제작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고 '함께 만드는' 경험을 했던 멋진 순간들을 소개했다.

한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내면서 학생들은 "우리의 작품 '커트라인'은 입시경쟁 사회를 멈춰달라는 우리들의 외침"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조하진 양은 "우리 영화를 보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들이 유나의 비극적 죽음이 반복되지 않고 고스펙 고학벌의 입시경쟁 제도를 부추기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