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칼프리즘_ 가리봉 덮친 코로나 2] 바이러스 취약 '3밀( 密)' 열악한 주거환경들

"화장실 세탁실등 공용공간 위생및 방역 무너지고 있다" 환기할수 없는 가옥구조, 마스크 미착용이 부르는 코로나우려 쪽방거주민들 "인식개선, 소독등 위생관리지원을" 복지전문가 "주거취약시설 관리 행정적 TF팀 시급"

2021-11-09     정세화 기자

 

◇ 쪽방촌 등에 쏠리는 '시선'  

지난 2일(화) 구로타임즈 취재팀이 방역활동팀과 돌아 본 곳은 디지털단지오거리 인근 가리봉의원 뒤편에 위치한 가리봉동 20통 일대.

'42세대 쪽방'이 있는 집을 시작으로 가리봉동 곳곳에는  6,70년대 구로공단 시절 노동자들의 생활 터전이던 '쪽방촌'이 50, 60년 지난 2021년 현재까지 남아있었다. 홀로 일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1인 가구, 홀로 사는 독거노인, 한족중국인과 중국교포들까지 생활이 녹녹치 않은 많은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는 것.

하지만 '쪽방'이라 불리는 곳들의 주거구조는 평범하지 않았다. 이미 구로구내 다른 동네에서는 이용자가 없어 줄줄이 비어있는 지하공간 '방'들조차 가리봉동에서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등 많은 이들의 일시적인 거주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가리봉 특징 중 하나.  

이들 중 3평 내외의 공간. 한 달 월세 25만 원의 저렴한 임대료. '쪽방'이라 불리는 이들 공간은 어떠할까. 

구로타임즈가  동주민센터 방역활동팀과 함께 방문했던 지난 2일(화)에 이어  5일(금) 더 넓게 돌아본 가리봉 일대 쪽방들을 보면  90%이상이 호실 내 제대로 된 창문조차 없는 '3밀(밀폐·밀집·밀접)'의 공간이었다.

방역활동팀과 지난 2일(화)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42세대 쪽방촌'이라 불리는 집(지하1층,지상2층). 가리봉동 내 현재까지 남아있는 가장 큰 규모의 대표적인 쪽방건물이었다. 

1960년대에 건립되어 현존하는 가리봉 쪽방건물 중 가장 오래 된 건물이지만,  다른 쪽방건물의 주거환경보다  나은 편이라며 '중급이상'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딛은 지하 쪽방은  '중급이상'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다.  지하로 내려가자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토굴 속 수감시설'들을 연상시킬 정도의 쪽방들 십여 개가 통로를 마주한 채 다닥다닥 배치돼 있었다. 통로는 성인 남자 한명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고, 천정은 낮았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지하 쪽방 호실을 잇는 통로 사이엔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인 화장실과 세탁실이 있었다. 습도조절 및 환기가 되지 않은 듯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고, 화장실 변기 근처엔 각종 오물이 튀어있는 흔적들도 보였다. 입주민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위생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수 없는 공간.   

이뿐 아니라 세탁실과 화장실 등의 공용 공간 중에는 창문 조차 없는 경우도 상당했다. 환기가 제대로 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할 정도였다. 

 

거주공간은 어떨까. 넒은 마당 등을 낀 지상층보다도 오히려 지하에 위치한 쪽방들의 주거환경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쪽만이 지상과 연결되어 있어, 실제 내부 환기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첫 번째 호실과 바로 옆 호실의 거리는 불과 2M 내외로 매우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쪽방 내 환기를 할 수 있는 장치는 고작 A2용지 사이즈 정도의 작은 창문과 굳게 닫힌 쪽방 철 문(호실별 현관문)뿐이었다.

방역활동팀에게 문을 열어 준 쪽방 안은 약 3평 내외 공간. 이 중 절반은 샤워 및 수도시설과 조리를 할 수 있는 화기시설이 마련돼 있고, 그 뒤로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취침 공간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방역당국과 보건소 등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강조해 온 주요 방역수칙 중 하나인   '규칙적인 환기'를 요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

이는 쪽방건물이라 하더라도 구조나 관리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가리봉동에 소재한 많은 쪽방이나 고시원 등의 건물구조에서 비슷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으며. 특히 지하쪽방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다.    

지역방역당국도 이같은 상황들을 인식하고 있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가리봉동 상황과 관련해  "쪽방의 경우 개인 호실뿐 아니라 공용공간인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의 위생 및 방역상태가 무너져있다"고 진단했다. 집단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상황.

"공용공간 내 위생상태가 청결하지 않을 시에는  공용시설 이용자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용자 모두 감염될 확률이 늘어나게 됩니다."   공용시설내  위생관리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한 구로구보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적으로 환기가 쉽지않고  집중적인 위생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쪽방촌 등과 같은 열악한 곳일수록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어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는 내용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개인적으로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쪽방 고시원등의 공용공간 이용만으로도 감염된 사례가 나온 것은 '환기 할수 없는 가옥구조'와 '마스크 미착용'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것.  

창문 등 환기시설의 미흡으로  환기가 어려운 공간인 경우  바이러스가 외부로 순환되지 못한 채 화장실 욕실등 공용공간에 장시간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마스크 마저  착용하지 않은 채 이런 공용 공간을 이용하다 보면 공간 내 남아있는 바이러스에 감염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구보건소의 설명이다.  

 

◇"인식개선, 위생관리지원을"  

가리봉동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도 이같은 지적에 수긍했다. 그러면서  쪽방내 환경개선및 위생관리, 거주민 인식개선,  정부의 위생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리봉 한쪽방에 살고 있는 A씨(50대, 한국 남성)는 "쪽방 내 감염확산을 해결하려면 쪽방 내 환경개선과 거주자들 인식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화장실 및 공용공간의 위생상태가 매우 더러운 것도 문제지만 (쪽방촌내) 많은 이용자들이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공용 공간 근처에서 대화하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한다"며  "최근 가리봉 쪽방들에서 코로나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그들과 함께 공용공간을 이용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염려돼 쪽방 내 이웃 주민과의 접촉을 줄이고 방안에서 직접 손빨래를 하는 등 공용 공간 이용 또한 최소화하고 있다"고 그의 일상생활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쪽방 내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으려면 쪽방 내 화장실 등 공용공간에 대한 위생 관리가 철저히 되어야 하는데, 쪽방촌 내 거주자 중 한 명 정도가 건물주로부터 돈을 받거나, 월세를 할인받는 조건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지만, 화장실 내 물을 끼얹는 수준일 뿐 전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지 못해, 코로나 시대의 정기적인 소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 동안 만이라도 정부가 나서 주거 취약계층의 감염확산 해결을  위해 '정기적 소독' 또는 '청소 지원'등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감염취약 구조물들에  대한 공공의 위생 방역지원 등을  제안했다.

가리봉 쪽방에 살고 있는 B씨(40대, 중국 여성)도   "화장실이나 샤워실, 세탁실 등을 이용하려 할 때마다 주민들이 다들 마스크를 벗고 떠들고 있는 경우를 거의 매일 볼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 부탁해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오히려 화를 내 주민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B씨는  "수많은 사람이 사는 열악한 쪽방 같은 곳들은 소독 및 위생 점검을 정부가 규제하고, 주민들에게도 마스크 착용 안내 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위생 점검 등을 안내한다면, 다들 서로 청결을 유지하고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려 노력할 것"이라는 것.  
 

 

◇  "주거취약시설  안전가이드를"  
쪽방이나 고시원등 열악한 주거환경이 코로나감염 노출과 확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리봉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거환경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한 임대공간 운영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마련 등 적극적인 행정대처가 시급하다는 일선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원종합사회복지관(구로2동 소재) 김영화 관장은  "쪽방과 같은 주거 취약시설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정도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해 코로나19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행정은 쪽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주거취약계층 주민의 입장에서, 이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에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환경취약계층 관리 TF팀을 구성해 임대공간 운영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쪽방 등 주거 취약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 그들의 거주공간에 대한 '위생규제' 및 '거주환경 안정화'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감시 감독하는 행정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화 관장은 "최악의 주거환경에 놓인 주민들에겐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일시적 제공하는 등 '주거취약계층'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치구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