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의 바람 "쉴수 있는 공원, 공유공간을"

[주민의 소리] 'G밸리에 바란다'

2021-10-29     정세화 기자
구로디지털단지내 회사 직장인들은 일할 맛 나는 G밸리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쉴수 있는 녹지공원과 공유공간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구로디지털단지'는 하나의 새로운 브랜드화가 된 거 같아요. 예전에는 구로공단에서 일한다고 하면 공돌이 공순이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디지털단지로 바뀐 후 IT기업부터 강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판교'(성남시)처럼 '일하고 싶은 곳'으로 입지가 다져지고 있는 것 같아요."

25일(월) 오후 6시경. 퇴근 시간과 함께 저녁노을이 스며들자 구로디지털단지 내 고층빌딩마다 2030 청년들부터 5,60대 중장년까지 고단한 하루를 마친 직장인 부대가 쏟아져 나온다.

1960년대 '구로공단' 시절부터 2021년 '구로디지털산업단지'까지. 50여년 동안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지역 '구로'를 넘어 대한민국 '노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구로디지털단지. 

지난 25일(월) 구로타임즈는 서울과 경기도 각지에서 매일 아침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넥타이부대 '구디'(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을 만나, 구로3동에 소재한 '구로디지털단지'(1단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브랜드화 된 구로디지털단지"
  "동남전기주식회사는 구로1공단에 있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에는 1970~80년대 구로공단 내 동남전기주식회사에서 일하는 한 여공의 자전적인 삶이 담겨있다.

소설 '외딴방' 속 여공은 낮에는 구로공단 내 동남전기주식회사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산업체 야간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한 뒤, 늦은 밤 가리봉동 쪽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여공의 근무지였던 '동남전기주식회사'는 약 50년이 지난 현재 구로디지털단지내 지식산업센터 건물 '에이스테크노타워 2차'(구로3동소재)로 바뀌어있다. 

지난 25일(월) '에이스테크노타워 2차'에서 만난 김기훈(58, 경기도 시흥시)씨는 약 21년 전 구로디지털단지 내 코오롱 빌딩에서 첫 '구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A기업에서 인사 및 채용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는 김 씨는 20년 사이 '구로디지털단지'에 대한 인식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구디(구로디지털단지)에 왔던 2000년에는 여전히 '구로공단'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2호선 디지털단지역으로 불리지만 그때 당시의 역명도 '구로공단 역'이었는데, 당시 이곳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위 사람 모두가 '구로공단?', '공장에서 일하냐'는 반응이 많아 조금은 부끄러웠다"고 웃으면서 당시 감정을 전했다.

김씨는 "지금 보이는 빌딩 대부분이 2000년대를 전후해 세워졌는데 이곳에 아파트형 공장이 유행처럼 들어섰고 신식 건물에 비해 임대료가 싸다 보니 제조업부터 IT기업까지 많은 회사들이 들어와 지금의 디지털단지가 만들어졌다"며 "20년이 지난 지금은 넷마블부터 각종 IT 기업들이 모여 있다보니 '구로디지털단지'가 하나의 브랜드화가 됐고,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판교나 광교처럼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업무지로 굳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 "빽빽한 빌딩숲… 쉴 공간을"
"시골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처음 구로디지털단지로 왔을 때 '여기가 빌딩 숲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강남 못지않게 고층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가끔 업무에 지쳐있을 땐 쉴 곳 하나 없는 이 빌딩 숲이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지난 2016년, 광주에서 상경해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 물류 관리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5년차 직장인 정연주씨(30, 경기도 광명).

정씨는 지난 4년간 디지털단지에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불편함으로 '마음 놓고 쉴 공간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정 씨는 "디지털단지가 워낙 빌딩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으니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카페들은 많아도, 커피 한 잔 사서 잠시나마 걸을 수 있는 공원은 없었다"며 "회사 업무에 지쳐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도 마땅히 쉴 공간이 없고, 회사 옥상에 공원처럼 조성돼 있기는 하나 담배를 태우는 흡연자들과, 회사 관계자들과 만날 상황이 싫어 올라가게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도 쉴 수 있는 공원이 필요하다'는 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의 소망 릴레이는 이어졌다.

JNK디지털타워 내 국제회의 전문용역업체에서 근무한다는 3년차 직장인 김지원씨(28, 금천구 가산동)도 디지털단지 내 공원조성의 필요성과 함께 흡연 구역 지정 및 규제 확대를 강조했다.

그녀는 "디지털단지 내 키콕스(산업단지공단 건물)나 G타워(넷마블 신사옥)와 같이 큰 건물들에는 나무들이 다양하게 심어져 있어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늘 부러웠다"며 "판교처럼 디지털단지 곳곳에도 녹지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구로디지털단지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 "동아리 소모임은 느는데"

저녁 퇴근길에 오른 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이 '일하기 좋은 구로디지털단지가 되기 위해 꼭 보완돼야한다고 공통적으로 꼽은 것중 하나는 '디지털단지 직장인을 위한 공유공간'이었다.

디지털단지 내 햇님어린이집에 큰 아이를 맡기며 아이와 함께 매일 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워킹맘 A씨(40대, 철산동)는 "근로자들을 위해 공유 오피스 공간, 활동 공간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코로나가 심해졌을 때 재택근무로 전환되자, 육아와 업무 모두를 병행하기 어렵고, 가족들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매일같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칭얼거려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며 "결국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등원시키고, 저는(A씨) 매달 30만 원씩 디지털단지 내 공유오피스 시설을 빌려 근무를 해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직장인 많은 디지털단지 특성상 미팅 및 직장인 동아리 활동 등 누구나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준서(35, 구로5동)씨 또한 '공유공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씨는 "구디(구로디지털)의 저녁 시간 풍경이 바뀌어 가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회사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3~4명의 다른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카페에서 영어, 코딩 등 업무와 관련된 소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창업이나 이직과 관련된 모임을 하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소모임들의 경우 대다수가 카페나 공유회의공간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이용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최근 청년들에 대한 정책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만큼 청년들이 디지털단지에 많은 공유공간 제공 뿐 아니라 청년 정책들도 함께 안내받을 수 있는 센터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취재중 만난 직장인들중 한 청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하고 싶은 곳이 되어야, 구로디지털단지의 가치도, 그 속에서 일하는 우리의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고 생각한다"며 "일하고 싶은 구디(구로디지털단지)가 될 수 있게 더욱 발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면서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