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구청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 상대협상인들과 이성구청장 면담 안팎

고척동 대규모점포 관련 진행 앞서 인접 전통시장 및 지역상점 경쟁력 강화위한 방안 대책 등 부재 비판

2021-10-08     정세화 기자

 

"구청장 면담에서 확인한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뙤약볕에서 백날 '철회 피켓'을 들어도, 구청은 '대규모 점포'를 들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 하나만 확인했습니다"

지난 4개월간 아침마다 구청앞에서 '대규모점포 입점 철회' 피켓을 들고 호소하던 지역내 전통시장과 상점가 상인들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현재 고척1동 경인로변 일대의 옛 남부교정시설 부지에는 고층의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외에도 대규모 판매시설과 공원 등이 계획돼있다.  

지하 1~2층에는 초대형 유통점 '코스트코'가, 지상 1~2층엔 '아이파크몰'등의 대규모 점포가 계획돼있다.

아이파크몰에는  프렌차이즈 음식점을 포함한 식당, 의복 소매업, 신발소매업 및 게임용구 인형 및 장난감 소매업 등이 입점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고척동 개봉동 등 인접한 구로(갑)지역 전통시장과 상점가 상인들이 지역상권 몰락 및  소상공인 생존 위기속에   대규모점포 입점계획을 철회할 것 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금) 오후 1시 30분경  구로구청 3층 르네상스 홀.  

'남부교정시설 대규모 점포 입점 대응

오후1시30분으로 약속된 구청장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는 '남북교정시설 대규모점포 입점 대응 상인대책협의회 상인대표들.

 

상인대책협의회'소속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대표들(이하. 상대협)은  이성 구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테이블에는 이성 구청장을 비롯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김한수과장 △박동웅 구로구의회 의장 △이재만 구의원이 착석했고, 상인대책협의회측에서는 △고척프라자(고척1동)를 비롯  △고척골목시장(고척1동) △고척근린시장(고척2동) △고척그라운드상가(고척1동) △개봉중앙시장(개봉2동) △오류시장(오류1동) △구로소상공인연합회 등  전통시장 및  상점가, 소상공인등 7개단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구청측은  구로타임즈의 참관 취재 요청에 대해  "민감한 사안이며, 사전 공개된 구청장 면담 행사가 아니어서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한시간 반가량 진행 된 면담후, 구청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상인들의 낯빛에는  '분노'의 표정이 실려있었다.  

상대협 소속의 한 시장 상인 대표는  "구로구청장은 구로구 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청장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대규모점포 앞에 선 구청장"이라며  대규모점포 입점에 대한 구로구청장의 굳은 의지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격분을 나타냈다.

◇ 1시간 반의 면담 = 이날 한시간 반가량 진행된 구청장과의 면담과정에서는 △대규모점포 철회 및  용도변경  △대규모점포 시설 입점 후 상인 피해  △상인들에 대한 공공지원 대안 △도시계획시설 계획 지역활성화 추진계획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구로타임즈가 입수한 이날 면담 내용자료와 취재내용 등에 따르면  공공지원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고척동 교정시설개발사업 관련해 허가를 해줄 때 대규모점포 사업에  따른 주변 전통시장과 상가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대책을 구청에서 세워 놓았었느냐는 고척그라운드상가 박석언 총무의 질문에 이 구청장은 "그래서 법에서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협상하게 되어 있는 것"이며 "입점하는 대규모 상가로부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으라고 협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총무는 이에 대해  "구청이 나서서 시장 상가에 피해가 많으니 방안을 제시하라고 안내해야 했다"며 구청이 무책임한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상인을 보호하려 했었다면  현대산업개발측이 지금 저런 어처구니없는 상생협의안을 내놓을 리 없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고척동부지에 대규모점포가 입점할 경우 인접한 전체 전통시장 중 절반이상이 문을 닫게 되고 시장은 결국 전멸할수 밖에 없다는 고척근린시장측의 위기의식에 대해서도  이성 구청장은 타격을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어 시장마다 다를 것이라며 "그렇게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이 구청장은  구로시장과 남구로시장을 들어 대표사례로 들어 "남구로시장 맞은편에 대규모 식자재 마트가 들어오고, NC백화점이 들어올 때도 타격이 클까 생각했지만 전혀 타격이 없었다"며 "구로(을)지역에는 무수히 대규모점포가 많은데도 두 시장은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말해, 이날 참석한 구로(갑)지역 전통시장 관계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또 교도소부지에 대규모점포가 들어온 이유에 대해 "서울시가 확정한 지구단위계획에 보면 복합개발 부지에 20%이상을 판매시설 중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대형할인매장 등으로 사용해야한다고 도시계획으로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그것 때문에 LH가 사업자를 모집할 때 '대형유통점 설치'를 조건으로 걸어 대규모점포가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시설로 되어 있는 대규모 유통상가 입점 자체를 (구로구청이) 막을 수 없을뿐더러, 코스트코가 못 들어오면 다른 백화점이 들어올 것"이라며 "그 과정에 협상을 해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주안점이 돼야한다" 고 말했다.  또  대규모점포 철회와 용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 구청장의 이같은 답변과 입장 등에 대해 상인들도 '대책없는 구로구청'이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고척프라자 김지현 위원장은  2017년경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상권역량평가와 관련해, "서울시에서는 사업계획이 승인나기 전에 평가내용을 보고 상인들과 상생협의회를 진행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구로구청으로부터는  '법령에서 (대규모 점포) 개설 90일 전까지만 (상생 협의회 구성을)하면 되니 법령상 문제가 없기에 (대규모 점포 입점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당시 답답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지현위원장은 또  전통시장특별법 제7조에는 지역추진계획에 의거해 '도시계획시설과 관련해 인근에 있는 상점과 시장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상생협의회와 별개로 마련'해야만 하고,  도시계획시설이 허가가 났을 때 "이미 구청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고척프라자의 김 위원장은 "(지역)활성화 추진 계획을 수립하려면 지역주민을 만나야 했고, 지역 상인 등을 만났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며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우리 상인들도 활성화를 위해 준비를 했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다 놓친 것"이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시장상인들도 이날 구청장에게  "왜 시장 상인들이 코너에 와서 이미 다 건설이 됐고, 이미 다 승인이 났으니 최고로 많이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성 구청장은 "대규모점포 입점 시 상인분들의 불편함은 누구나 이해하고 명확하지만,  (대형점포 입점은)주민들 입장에선 주민의 소망 중 하나"라며 "(입점 시) 상인들도 불편하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있기에, 구청은 일방적으로 어느 편을 들 수  없어 입점 반대를 요청할 순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박동웅 의장과 이재만 구의원이   구청장과의 면담이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이후 청장의 일정이 있다며  "면담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리, 이후 구청장과의 면담은   끝났다. 

◇ "실망...분노" = 구청장과의 면담후  상인대책협의회 측 상인대표들은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며 현 상태에서 구청이 말하는 '상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통시장 대표는 "매일같이 뙤약볕 속에서 피켓을 들어 올렸던 이유는 '대규모점포'가 입점함으로 인해 우리 상인들은 생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며 "구청장은 지역개발에 눈이 멀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소상공인을 지켜야 할 의무를 외면했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고척근린시장 대표도  "구청은 50억을 들여 고척근린시장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대규모점포가 들어오면 손님 발길이 끊겨져버리는데 손님이 없는 시장에 50억짜리 주차장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이성구청장이 면담 중  '구로구 (을)지역의  '남구로시장'과 '구로시장'처럼 구로(갑)지역의 시장들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말에 대한 상인들의 분노는 더 크다. 

고척프라자 김지현위원장은  "구로시장과 남구로시장이 대규모점포들 속에서 자생한 듯 말하지만, 이는 구로 역사에 대해 전혀 공부하지 않은 무지한 대답"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구로공단 시절 구로시장은 번영기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빽빽했는데, 애경백화점(현.NC백화점, 구로5동 소재)과 나인스에비뉴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로시장과 남구로시장의 상권이 죽었다"며 "당시 구로구청에서  (비인가 골목시장이던) '남구로시장'을 특성화시장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 겨우 살려놓은 것인데, 구로(갑) 시장의 현 상황과 구로(을)의 남구로시장, 구로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10년 가까이 전통시장에 대한 국가적 지원책과 수많은 국·시·구비 예산을 들이며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온 구로(을)지역의 남구로시장 등과 달리, 대대적인 지원은 차치하고 경쟁력강화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이나 안내조차 받지 못했던 구로(갑)내 상당수 전통시장들 입장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전통시장 상인은 이날 면담 중 구청장이 한 이같은 발언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김지현 위원장은 또 "롯데마트(구로2동)와 2001아웃렛이(고척1동) 생겼을 당시  고척프라자와 고척골목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당시 이 골목에서 절반 이상의 상인이 장사를 접었고 존폐기로에 놓였던 기억이 생생한데, 구로 (갑)은 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느냐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대규모 점포 입점으로 인한 '지역 활성화 추진계획'에 대해 "구청이 진심으로 대규모점포에 맞서 전통시장 상인들을 상생시킬 계획이 있었다면, 고척 그라운드시장, 고척플라자, 골목시장 등을 상권으로 묶어 수년 전부터 시장 역량 개발을 시켰어야 했다"며 "이제 와 '협상'을 통해 상생하라는 구청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상대협 측은 "구로구청은 지역개발과 단기적인 이득에 눈 멀기보다, 가장 소외되고 피해 입을 지역 상인과 주민의 편에 서길 부탁한다"며 "단 한 명이라도 피해 입는 상인이 있다면, 구청은 피해 입는 주민과 상인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