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그들' ... 또 다른 '방역구멍' 우려

잇따른 고시원발 집단감염속 찾을수 없는 사람들

2021-10-01     정세화 기자

 

지난 9월 초 가리봉동 H고시원에서 발생한 '구로구 고시원 집단감염'에 이어 또 다시 C고시원(가리봉동 소재)에서도 '구로구 고시원 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지역 안팎으로 '고시원 집단 감염 주의 경보'가 울리고 있다.
 
◇ 고시원 발 3곳 = 이로써 지역 내 발생한 '고시원 집단 감염' 사례는 총 3건으로, 약 45명의 주민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8월 4일(수) 지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고시원 집단 감염'(벌집 고시원 공용생활공간 '조심', 구로타임즈 890호 1면 보도 참조)은 구로4동에 위치한 A고시원으로 총 16명의 구로주민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감염경로가 불투명했던 최초확진자 2280번(08. 04확진)이 감염된 후 고시원내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한 고시원이용자 15명이 추가로 감염된 사례였다.

9월 들어서는 가리봉동에서도 2건의 고시원 감염이 발생했다. 지난달 4일(토) H고시원에 거주 중인 '2941번(9.4 확진)'이 김포 건설현장에서 확진된 후 그와 함께 B고시원에서 동고동락하던 고시원 거주자 9명도 추가로 감염된 바 있다.

고시원발 집단감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리봉동에 소재한 또 다른 'C고시원'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발, 지난 29일(수)기준으로 이 곳에서 무려 19명의 구로주민 확진자가 발생했다.

구로구보건소는 관계자는 이와관련 "지난 (9월) 9일(목) C고시원에 거주 중인 최초 확진자(구로구3300번)가 확진판정을 받은 후 고시원을 대상으로 선제검사에 들어갔다"며 "34명의 거주민 중 절반 이상인 19명이 고시원 내 집단 감염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 건설현장등서 이어진 'N차감염' = 지역사회내에서 고시원 집단감염 사례가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구로구보건소 측은 "8월과 9월 내내 중국 교포들의 건설현장 발 집단 감염이 지역을 뒤덮었다"며 "건설현장에서 감염된 중국 교포 확진자들이 고시원과 쪽방 등의 거주지로 N차 감염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수개월간 중국인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매일 근무 장소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바뀌는 '일용직 건설현장'에서 감염된 후, '고시원, 쪽방' 등의 거주공간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8월과 9월 건설현장 발 감염이 심각해 수차례 서울시에 '건설현장 PCR 선제검사 의무 명령'을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서울시가 다가오는 10월 1일부터 서울시 내 건설현장마다 선제검사 의무화 명령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홀연히 사라지는 사람들= 이에따라 건설현장의 집단 감염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방역현장이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들은 "건설현장을 넘어 최근 '고시원과 쪽방' 등지에서 감염 확산이 빠르게 전파되는데, '고시원과 쪽방' 감염의 경우 거주자 파악이 불투명해 감염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구로구보건소 정상임 지역보건과장은 "가리봉동과 구로2·4동에 소재한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다수 중국 국적의 교포출신 또는 불법체류자가 많다"며 "이들의 경우 고시원 내 확진자가 발생할 시 본인이 음성이더라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2주간은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확진자 안내 및 검사 안내가 떨어지자마자,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 방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임 지역보건과장은 이어 "건설현장에서와 같이 고시원에도 역학조사를 위해 '거주자 명단'을 요청하지만, 실제 거주자와 명단 정보가 다른 경우가 많고, 이 마저도 고시원 측에서 '개인정보'등을 이유로 제공을 미루다 보면 어느새 확진이 우려되는 고시원 주민들은 하나 둘 고시원을 떠나있어 방역에 구멍이 생길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최근 발생하는 고시원 발 방역 구멍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구 차원에서도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동거주지 찾을수 없어"고심= 고시원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고시원에 거주하던 이들은 생계를 위해 홀연히 사라진다는 것. 지금 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가리봉동주민센터의 강장근 동장은 "이번 H고시원과 C고시원 집단감염이 가리봉동에서 연일 발생하며, 고시원 거주민들이 어느 날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있음을 주민센터도 인지해 이들의 이동 거주지를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동장은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사라진 거주자들의 정보를 찾는 도중, 대다수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불법체류자이거나 가리봉에 실거주 중인 등록 외국인 주민이더라도 거주지가 가리봉이 아닌 타지역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역학조사 자료제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장근 동장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외국인 주민들이 당장 내일 마련해야 할 생계 유지비용을 위해 확진자 발생 시 고시원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체류자의 경우 혹시나 본국으로의 이송 등 불이익을 받을까 도망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구로구보건소 측은 혹여 불법체류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면, 어떠한 '불이익'도 없으니 안심하고 역학조사와 선제검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구 보건소 측은 또 "불특정 다수가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방역 구멍이 초래될 위험이 매우 크다"며 고시원운영자측에 투숙객을 받을 시 반드시 거주자 명단을 정확하게 기입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