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 도로·골목 '몸살'

"밤이면 돼지우리 같다" … '머무르다 떠날 동네' 인식도 한몫

2021-10-01     정세화 기자

 

"여기 보면 일반 쓰레기 봉투인데도 음식물도 들어있거든요. 습한 여름이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악취가 새어 나와서 아주 역겨워요. 매일 아침 청소부들이 치우면 뭐해요, 밤만 되면 몰래 갖다버리니 원... "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전후한 지난 한 주간, 지역 곳곳의 골목은 '무단투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구로타임즈는 본격적인 추석 명절이 시작된 지난 18일(토)부터 추석 연휴가 끝나던 26일(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지역 곳곳을 돌아보며 쓰레기 무단투기 상황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을 시작으로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도까지 많은 곳들이 '무단투기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9일(일) 오후 9시경. 구로5동의 대표적인 주민 쉼터인 '거리공원' 옆 인도 변에도 쓰레기가 넘쳐나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했다. 쓰레기들은 각종 명절 음식물 쓰레기부터 선물세트 포장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들. 이들은 종량제봉투가 아닌 검정, 파랑등 형형색색의 일반 비닐봉투에 담겨진 채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었다.
 
    "상습자 쓰레기줍기봉사 필요"
◇ 주민들 '눈살'= 동네 곳곳의 이같은 무단투기와 쓰레기로 지역 주민들의 불편의 소리가 빗발치는 상황
구로5동 가로공원옆 인도변에 쌓인 쓰레기더미를 지켜보던 주민 A씨(여, 30대, 구로5동)는 "매일 밤 퇴근 후 운동을 하러 거리공원으로 나서는데, 밤이면 밤마다 이곳은 그야말로 '인도가 쓰레기통'으로 변해있다"고 전하며 "어떤 날은 라면 용기에 음식물이 그대로 담겨 있기도 하고, 먹다 버린 우유 팩 사이로 우유가 흘러나와있기도 한데, 인적이 드문 저녁 시간이면 길고양이부터 여름철에는 벌레까지 꼬여 그야말로 돼지우리같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구로5동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7일(월) 개봉1동에서 만난 주민 이혜정씨(40대, 주부)는 "코로나로 인해 다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작년부터 동네 곳곳에 쓰레기양이 늘어나고 있는 게 체감되는데, 지난 추석에는 그야말로 동네 곳곳에서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기(개봉1동)는 단독주택과 빌라들이 많은데, 매일 쓰레기를 버리는 아파트와 달리 이런 곳(주택가)들은 분리수거일과 일반 쓰레기 배출 요일에 맞춰 저녁 시간에 '자기 집 앞'에 버리게 되어 있다"며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배출시간과 요일, 장소 등을 지키지 않아 악취와 동네 환경파괴로 오히려 (쓰레기 배출방법을) 잘 지키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있다"고 분개했다.

이 씨는 "내 집 앞에 냄새난다, 보기 싫다, 분리수거 하기 귀찮다 는 등의 이유로 정해진 장소와 시간과 관계없이 동네 곳곳에 음흉하게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무단투기 하는 사람들은 상습범들이 많을 텐데, 과태료를 물리는 것과 더불어 이런 상습범들한테는 일정 시간을 정해 '쓰레기 배출 의무 교육'과 '동네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 등을 의무화 해야한다"고 제안하며 무단투기를 막기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과태료 무관 또 무단투기"

◇ 동주민센터 '골머리'= 동네 쌓여가는 무단투기로 일선 동행정업무를 관할하고 있는 동 주민센터들 또한 골머리를 썩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리봉동주민센터 강장근 동장은 "가리봉동은 지역적 특성상 중국교포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중국(동포) 주민의 대다수가 쓰레기 배출방법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아, 동 직원들은 불철주야 주말 없이 무단투기 쓰레기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강 동장은 "가리봉의 경우 동 직원들이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에도 출근해 동에 버려진 무단투기 쓰레기를 치워도 다음날이면 같은 장소에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있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무단투기자를 잡아 과태료를 부과해도 한시적이고, 특히 중국교포의 경우 무단투기 과태료와 더불어 각종 분리배출 교육을 겸하지만 같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 또 무단투기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해 무단투기를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일선 현장에서 겪고 있는 고충들을 설명했다. 

강 동장은 이같은 상황에서의 대안은 무엇이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무단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선 지역민들의 시민의식과 '주인의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 동장은 "셋방살이와 중국 국적의 교포가 많은 가리봉의 경우 동네를 '나의 동네'라고 생각하기보단 '나와 관계없는 머무르는 동네'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자치단체'와 '다문화단체'들에게 무단투기와 더불어 동 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인식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어서 그는 "한국과 중국 국적을 떠나 가리봉이란 마을에 함께 살고 있는데, 지역민들 모두 동네를 함께 가꾸는 마음으로 쓰레기 배려라는 작은 실천부터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내 동네'라는 주민의식부터 

◇ 과태료부과 2941건= 구로구청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과태료 부과 징수현황'에 따르면 2021년 7월 30일(금) 기준으로 올들어 7개월간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단속 건수는 총 3,033건. 이중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96.96%(2,941건)로 약 2억3059만9천원이 부과됐다. 

구로구청 청소행정과측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관내 쓰레기 무단투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각종 배달음식 포장재들로 인해 무단투기량이 늘었고, 동네 곳곳을 다니며 무단투기를 감시하던 '깔끔이 봉사단' 및 '통장단체' 들의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대면 활동의 제약을 받으며, 무단투기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무단투기 과태료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이를 납부하지만 무단투기의 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단속만으로는 무단투기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깨끗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선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조치보다 나와 내 이웃을 위한 분리배출 생활화 및 불법 투기 근절 등 주민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