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정책속 '서러운 차별'....지역아동센터의 고민들

지역아동센터 측 "취약계층이란 이유로 돌봄받을 권리 차별 안 돼"

2021-08-27     정세화 기자

 

"정부는 '돌봄취약계층'아이들의 마을 돌봄 필요성은 알지만, 이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는 민간 영리기업쯤으로 평가해요. 금전적 영리를 바란다면 누가 지역아동센터를 수십년간 임대료 등을 자부담하며 운영해올 수 있었겠어요."
 
 ◇규제는 '강력' … 지원은 '찬밥'

현재 구로구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모두 24개.

1980년대 노동운동가들이 교육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해 만든 무료 '공부방' 지역아동센터는 이후 90년대 '국가재난시기'라고 불리는 외환위기 시절에는 결식아동 급식지원센터의 기능까지 맡기도 했다.

파랑새지역아동센터처럼 지역내 지역아동센터(24개소)는 집안형편 등이 어려운 돌봄취약계층(저소득, 한부모, 다문화 등) 어린이이면 누구나 '무료'로 돌봄을 받을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돌봄취약계층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가장 소외계층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인데, 정부와 관은 되려 지역아동센터를 '민간'이라는 이유로 '마을 돌봄'역할을 함께하는 '우리동네키움센터'와 구분해 차별하고 있어요." 약 2주간에 걸쳐 구로타임즈가 만나 본 구로지역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말로 심정의 일단을 표현했다. 

최근 수년 사이 구로지역 내에는 '우리동네키움센터'가 총 17곳 운영되고 있다.

동네키움센터에 대해서는 서울시청과 구로구청에서 '시설( 임대 및 시설운영비)' 지원 뿐아니라 '마을건축가'를 섭외해 인테리어 공사, 개보수 등의 지원도 한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의 경우는 소정의 '시설보수비용'을 지원할 뿐 임대료와 같은 시설운영비 등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민간시설이라는 이유로 공간을 찾는 과정부터, 임대료 지불 및 시설 개보수, 교사 채용까지 모든 운영에 대한 책임은 '지역아동센터'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지역아동센터들은 시설 마련에 필요한 경비를 후원금이나 자체 수익사업 등으로 충당해야 하며, 전세자금 지원 제도가 있기는 하나 이 또한 조건이 까다로워 받기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또 '지역아동센터' 또한 '아동복지시설'로 분류되어 센터의 위치 선정부터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 50m 주위에는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가 없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건축물관리법시행령'이 개정돼 지상·지하를 포함해 3개 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약 151평) 이상에 피난약자이용시설(의료시설, 노유자시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원 등)이 입주하는 건축물은 2022년까지 화재 안전 성능을 보강을 위해 '가연성외장재'를 보강하고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지켜주자는 법의 취지이지만, 이는 오히려 '지역아동센터'의 목을 옥죄기도 한다고.

이러한 법규 강화에 대해 구로지역아동센터협회 윤석주 협회장과 성태숙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은 "절대 다수의 지역아동센터가 임대 살이를 하는 실정인데 이런 법규가 강화될 때마다, 센터가 직접 개보수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사를 가게 되더라도 전방 50M이내 유해시설이 없어야 하고, 건축 안전 조건 등을 맞추다 보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뛰어 결국 센터 자체를 폐원하는 존폐기로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에서 약 10년간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역할을 맡아 온 '아름다운구로청소년센터(구로4동소재)'가 결국 임대료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지난 2019년을 전후한 시점으로 폐원을 하게 됐다.

성태숙 센터장은 "2010년 지역에 '아름다운구로청소년센터'가 생긴 뒤로, 초등학생 아이들만 돌보는 파랑새 같은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어 '아름다운'으로 옮겨가곤 했다"며 "하지만 1~2년전 (아름다운)센터가 임대료 등의 문제로 폐원하자 센터를 다니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청소년들 또한 돌봄 받을 공간이 없어져 '돌봄 공백'이 발생해 버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돌봄 '공공으로 전환할 때'

구로지역아동센터협회 윤석주 협회장은 "지역아동센터의 존재 목적은 '영리를 취하는 민간기업'이 아니라 '가정 내 돌봄이 이뤄지지 못하는 돌봄 취약계층 아이들이 마을로부터 안전하게 돌봄 받을 권리 실현'"이라며 "이는 사실 수십년 전부터 국가가 해야 했던 일인데, 국가가 하지 않아 지역아동센터가 해온 것을 이제 와서 민간이라는 이유로 '영리기업'취급을 하며 '공간 제공'을 차별하고, '임금'을 차별하고, '급식 지원'을 차별하는 처사는 오히려 '돌봄 취약계층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돌봄 받을 권리를 해치는 꼴'"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 성태숙 센터장 또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아동복지 클러스터를 구축해 '우리동네키움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며 '지역아동센터'를 뒷전에 둘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지역아동센터 또한 '공립화'시켜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공 마을돌봄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성 센터장은 "대다수의 지역아동센터가 가장 절실한 것이 '공간'과 '인력'의 문제인데, 공립화를 한다면 공간이동으로 인해 존폐기로에 놓이지 않아도 되어 아이들의 돌봄 받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고자 현재 구청에서 (지역아동센터에) '한시적 인력'을 배치하지만, 이들의 근무 기간이 6개월 중 아이들과 한시적 인력 간의 유대 관계 형성 기간에만 4~5개월이 걸린다"며 "돌봄 자체가 기계가 아닌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한시적 인력' 투입은 아이들의 유대 관계능력 형성에 절대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성태숙 센터장은 따라서 "인력 또한 센터장뿐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고용을 관에서 주도해 관이 직접 채용하고, 직접 센터로 파견하는 형태로 '공립화'를 전환한다면, 공공성을 갖추게 돼 센터 운영은 더욱 투명해질 수 있고, 선생님들에겐 고용 안정을, 아이들에겐 안정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며 '지역아동센터 공립화'필요성을 피력했다.

윤석주 협회장도 "지난해 서울시의 '지역아동센터 법인화에 따른 임금 차등 결정'으로 인해 현재 430여일이 넘는 기간 동안 '지역아동센터'들은 '단일임금 촉구'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모든 차별은 아이들의 교육복지로 직결되는데, 단계적으로도 공립화를 원하는 일부 센터들을 시작으로 '단계적 공립화'를 진행한다면, 선생님들 또한 임금 차별, 시설차별 없이 오롯이 '아이들 돌봄과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지역아동센터에 다닌다고, 없는 가정의 아이라고 돌봄 받을 권리가 차별받아선 안 된다"며 "한 아이가 무사히 마을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차별을 멈추고 대안을 마련해 갈등을 해결해야 하며, 주민들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 따뜻한 관심과 시선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