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쉼터 '눈칫밥' … "공원 학교 개방을"

2021-07-30     정세화 기자

 

■ 지역내 무더위쉼터 이용 현황

"낮에는 너무 더워서 예전엔 동사무소에 앉아있곤 했는데, 요즘은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니까 혹시나 감염될까 걱정돼 가기도 힘들고, 경로당은 예전부터 이용하던 사람들만 이용하다 보니 눈치 보여 꺼려져서 그저 밤낮 여기(거리공원)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어요."

지난 23일(금) 저녁 9시경. 무더운 날씨로 거리공원 벤치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김종필 어르신(80, 구로5동)은 시원하게 쉴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밤낮으로 30도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무더위쉼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구로구에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는 약 240여개소.

경로당 192개소와 복지관 5개소, 주민센터 15개(개봉2동은 공간협소로 미운영), 관공서·금융기관·종교기관·마을회관 29개 등이 포함돼 있다.

무더위쉼터 운영시간은 경로당의 경우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주민센터·복지관·관공서·금융기관·종교기관·마을회관 등은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들 중 동주민센터와 지역복지관 5개소는 '연장 쉼터'라, '특별 폭염' 발령 시엔 오후 9시까지 연장운영된다.

무더위 쉼터는 제대로 이용되고 있을까.

구로타임즈가 지난 26일(월)부터 29일(목)까지 약 4일동안 지역의 '무더위쉼터'로 불리는 곳을 방문했다.

전체 무더위쉼터중 경로당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경로당중에는 문을 닫은 곳도 있었고, 문을 열었지만 기존 회원들만이 방문해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동주민센터나 복지관 등도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은 "어르신들 몇몇 분이 낮시간대 방문해 더위를 식히시곤 하지만, 민원인들이 몰릴 때면 불편한 마음이신지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일부 어르신들은 동청사가 협소하고 민원인들이 자주 오가다 보니 '감염 우려'가 염려된다며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냉방시설 잘된 곳이라지만 금융기관 등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금융기관은 운영시간을 단축했고 복지관은 각종 프로그램 등을 중단,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더 힘들어졌다. 

이렇다 보니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지역에서 만난 일부 어르신들은 "경로당과 관공서같이 폐쇄적 공간이 아닌, 학교· 공원 등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무더위 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로중학교 앞 벤치에서 앉아있던 한 어르신은 "동사무소나 은행은 사실 모두가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쉬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창하게 TV에서 나오듯 호텔을 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사계절 내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폭염에만 운영하는데, 지금 바로 뒤에 있는 구로중학교 같이 학교라는 좋은 공간도 있다"며 "아이들이 방학이라 등교하지 않고 있으니 저런 공간들을 빌려 학교 앞에 '누구나 쉬다가세요'라는 팻말도 붙이고 낮부터 밤까지 누구나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무더위 쉼터 대책과 관련한 취재 후인 지난 29일(목) 오후 구로구청 어르신청소년과 측은 '구로구 또한 야간안전숙소를 운영할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고 구로타임즈에 전해왔다. 

어르신청소년과 관계자는 "구로구 또한 어르신들의 야간 무더위 해소를 위해 현재 지역 내 호텔 2개소를 '야간 안심숙소'로 운영할 계획을 수립중에 있으며, 호텔 협약 및 어르신 대상자 선정 등을 통해 8월 2,3주 경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