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무더위쉼터 '빛좋은 개살구' 분통

공원 정자는 '금지선' … "경로당 에어컨 고장"

2021-07-23     윤용훈 기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지난 12일부터 실시된 데다 폭염까지 겹쳐 구로지역 어르신들이 쉴 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집안에서 머무를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나 지자체가 코로나 확산방지 및 방역예방을 위해 일방적으로 공원 파고라 진입을 막고, 일시적으로 경로당 운영을 중지하는 등의 행정편의적 대책으로 애꿎은 어르신들만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몸이 불편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취약 어르신들은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집안 말고 어디 나가 있을 쉼터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구로구의 경우 지난 12일(월)부터 구로구 관내 공원 60여 곳의 파고라(정자 등)에 진입을 막기 위해 출입을 막는 띠를 둘러쳤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공원을 관리하는 구청의 예방차원에서 어르신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원 60여 곳의 파고라 진입을 막고 있다"며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아고라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아파트 관리자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즉 공공시설의 아고라는 구청이 관리하기 때문에 진입을 막고 있지만 사유지 안의 시설에 대해선 알아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로4동 도로변에 소재한 구로리 어린이공원을 찾은 한 어르신은 "공원의 정자를 막아 놓아 앉지 못해 다른 그늘에 않아 쉬고 있다"며 "공원정자를 막아놓으면 다른 그늘에서 쉬는데 이렇게 해서 코로나감염이 예방이 되겠냐"며 코로나 예방을 한다는 명분아래 구청의 행정편의적 조치라고 쓴 소리를 했다. 

경로당의 경우는 지난 12일(월)부터 18일(일)까지 1주일간 휴관에 들어갔다가 폭염으로 19일(월)부터 오후에만 재개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정부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선제적으로 경로당 휴관조치를 취했지만 추후 보건복지부의 방역규정에 따르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서 경로당 휴관조치가 없고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휴관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 최근 연일 지속되고 있는 폭염으로 인해 19일부터 경로당 운영을 종전처럼 운영하도록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면적 4㎡당 1명 입실 △1m 이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이 적용되며, 평일 오후 1~5시까지 문을 연다.

1차 백신 접종 후 14일이 지난 어르신이면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경로당 회장은 "19일부터 재개방돼 아침 일찍 청소 및 소독을 하고 나면 하루에 20명 내외의 어르신들이 잠깐 잠깐 쉬어가기도 하지만 집안에만 계신 어르신들에게 경로당에 놀러오라고 하면 눈치가 보이거나 낮 설어서 잘 오지 않는다"며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경로당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에어컨이 20년 이상 돼 고장 나거나 작동이 제대로 안돼 수리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어컨이나 선풍기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경로당 외에도 구로구가 지정한 동 센터나 복지관 쉼터를 이용할 수 있고, 폭염특보에는 오후 9시까지와 공휴일에도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구로구는 올해 경로당 192개소, 복지관 5개소, 주민센터 15개(개봉2동은 공간협소로 미운영), 관공서·금융기관·종교기관·마을회관 29개 등 총 241곳에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오는 어르신은 거의 없고, 다만 복지관 급식을 드시기 위해 쉬어 가기도 했지만 급식이 중단 된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더운 날씨에 오가면서까지 쉼터를 찾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쉼터 운영자는 "공휴일이나 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문을 닫고 있고, 매년 구청에서 쉼터로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러한 형식적인 쉼터운영보다는 더위로 고생하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상생활 및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겐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이 고역이다.

노인돌봄맞춤서비스를 운영하는 어르신돌봄지원센터 관계자는 "대상 어르신 460명에게 생활보호사 36명이 매일 안부전화 또는 코로나 상황이지만 돌봄이 꼭 필요한 어르신의 경우 주 1, 2회 방문해 건강을 살피고 있다"며 "어르신 대부분이 집에서만 있고, 무더위로 인해 입맛이 떨어져 잘 먹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에어컨이 있는 어르신은 전기료가 무서워 대부분이 이용을 하지 않고 있고, 선풍기를 사용하는 어르신 중에는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다"며 "올해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인지 선풍기 기부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올해에는 외부 후원이 줄자 운영주체인 티뷰크 복지재단이 최근 선풍기(20대), 배추김치(177박스, 전자레인지(61대) 등을 후원하여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김선화 궁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연일 35도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도 코로나로 인해 어르신들이 집 밖보다는 안에 계시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 건강뿐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아주 피폐해진 상태"라며 "특히 먹을 만한 밑반찬이 부족하고, 급식이 중단돼 레토르트 포장음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전자레인지가 없거나 고장 난 어르신 댁이 많아 이번에 김치와 전자레인지 등을 전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