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거리두기 이후 쏟아지는 '골목 한숨'

2021-07-16     정세화 기자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면서 공원 등의 정자나 벤치등 이용마저 금지되면서 주민들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월)오후 고척근린공원. 집안 찜통 더위를 피해 나왔다는 어르신들이 불편하게 걸터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지난 12일(월)부터 2주간의 더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에 들어가면서, 도시는 찜통더위 만큼이나 뜨거운 적막으로 빠져들었다.

덥고 답답해 집밖으로 나섰지만 '막힌' 공원 쉼터앞에 선 어르신이나 더 버틸여력이 없어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절벽'앞에 선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골목골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집안은 찜통열기 , 무더위에 갇혔다

4단계 거리두기 첫날이던 지난 12일(월), 구로지역 내 공원 곳곳에는 주민들 집합을 금지하기위해 운동 시설을 비롯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 벤치 등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출입금지' 테이프가 설치돼있었다.

저층형 주택이 밀집되어 갈곳도 마땅찮은 동네중 거리공원(구로5동)이나 고척근린공원(고척2동)의 정자등 쉼터도 '출입금지'테이프로 둘러싸여있었다.

70~8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 몇몇은 정자 한 귀퉁이에 엉덩이만 걸친 채 바둑을 두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집안이 찜통같이 더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바람이나 쐬자 싶어 나왔다"며 "예전부터 거리를 두며 공원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마저도 테이프로 막아놓아 잠시 더위를 피하려 (정자에) 살짝 걸터앉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반 지하에 살다 보니 집안에 에어컨은 없고 땅에서도 열기가 뿜어져 나와 정말 집에 있으면 습도와 열기에 숨이 막혀 '집안을 탈출'하려고 나온 것"이라며 "4단계로 격상되고 그나마 무더위를 피했던 경로당은 문을 닫고, 벤치나 이런 정자들도 이용할 수 없게 되니 그야말로 무더위에 갇혀버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째라는 것은 운동 시설부터 사람들이 잘 이용하는 시설들이 2년간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라며 "행복이란 것이 이렇게 바둑두기나 운동처럼 사소한 것에서 오는 것인데 애초에 젊은이들이 다니는 유흥업소는 막지 않고 이제 와서 거리두기가 가능한 공원 이용까지 통제하는 것은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 행정조치다"라고 꼬집었다.
 

 

속타는 자영업자, '매출 90% 감소'
 
자영업자 등 지역 상점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4단계 조치 시행 이틀째인 13일(화)과 14일(수) 돌아본 지역 상점들중 그래도 손님이 있다던 대표 먹자골목들을 돌아봤다.

△국제음식문화거리(구로5동) △깔깔거리(구로3동) △그라운드 고척(고척1동) △오류동 먹자골목(오류1동) 등.

거리 곳곳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텅 빈 모습이었다.

"작년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는 '손님이 줄어드네' 정도였는데, 이게 1년이 지나고 2년째 접어들면서 우리(가게)뿐 아니라 주위 모든 상인들이 하루걸러 곡소리가 들려요. 서로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고 말하는데 빚을 끌어다 쓰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대출도 안 나오고 가끔은 다 포기하고 폐업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폐업하면 빚만 남을테니 그럴 수도 없고...."

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먹자골목인 깔깔거리에 위치한 해물 음식점 가게 주인 A씨는 "버틸만큼 버텼는데, 얼마나 더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며 "2년간 지속되는 코로나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로지역의 다른 먹자골목, 고척그라운드도 별다르지 않았다. 돔구장 맞은편 고척그라운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고척그라운드 상가의 경우 동네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긴 하지만 주고객은 동양미래대학 학생인데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 된 작년의 경우 2019년 대비 매출이 70%이상 떨어졌다"며 "지난 금요일 4단계 격상이 발표되자마자 그나마 오던 동네 주민들마저 (가게를) 오지 않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매출이 90%이상 떨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 학부모 "교육 공백 우려"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 내 초·중·고교는 등교 전면 중지와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일부 초등학생대상의 긴급돌봄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긴급돌봄의 폭이 너무 협소하고, 아이들 교육에 공백이 생길 것이 걱정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영림중과 구로고에 재학 중인 두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실씨(50대, 구로5동)는 "초등학생의 경우 긴급돌봄을 진행하지만, 초등과 중등의 경계선에 있는 중학교 1학년 아이와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으로서는 교육청의 무조건적인 원격 등교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학교 1학년 아이의 경우 작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해 올해 겨우 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제대로 된 수업을 몇 번 해본 적이 없다"며 "원격(비대면)수업으로 공부를하다보니 공부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애정조차 생겨있지 않은 상태고, 아직 나이가 어려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학교에서조차 아이 돌봄을 관리하지 않으니 감염될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계속 학원으로 돌릴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단계를 격상해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도, 어린 초중학생들도 '학교를 나오지 말라'라고 말하는 게 사실상 대안은 아니다"며 "지난 1년간 충분히 학교는 학급 인원수를 줄이는 등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 있었는데, 올해 또 다시 거리두기 상향에 학교 문을 닫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2년차에 접어들며 4차례의 대유행이 지나가는 동안, 정부와 행정은 '접촉금지'와 '거리두기'를 주요대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대해 주민 불만이 급속도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러스 시국'이라 하나 주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나오기를 지금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