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구로지회 갈등 '점입가경'

"가처분 결과 따르라" VS "이의신청 결과 따라서"

2021-07-02     정세화 기자

 

지난해 경로당내 KT케이블 무단설치 문제에 이어 전영수 지회장 해임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지역 내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대한노인회 구로구지회'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은 최근 노인회구로지회 전영수 지회장에 대한 해임결의와 관련해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전영수 지회장측은 이같은 가처분 결정에 따라 회장직을 재개하겠다고 나섰고, 김만용 지회장 직무대행측은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며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노인회 내부 분란과 대립의 골은  깊어져가고 있다. 
 
◇집무실 "열어라"  "못연다" 

지난달 28일(월) 오전 11시경, 구로타임즈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금 노인회에서 지회장 집무실을 두고 전영수 지회장과 김만용 직무대행이 다시 대립하고 있어요. 곧 경찰들도 오기로 했어요."

통화를 마치고 약 30분 후 도착한 대한노인회 구로지회(구로5동 소재) 사무실이 있는 구로누리배드민턴장(구로5동 소재) 건물 밖으로 어르신들의 분노섞인 고성이 들려왔다.

기자가 도착한 그 시각, 구로경찰서 경찰 두명도 도착했다.  

전영수 노인회 구로지회장은 "지난 6월 22일(화)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전영수지회장)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판결을 받아 회장 집무실을 들어가려 하는데, 김만용직무대행을 포함한 사무국 직원들이 집무실 문 앞을 판자로 못을 박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구로지회 사무실 안은 이미 북새통 분위기였다.  

어르신 십여명이 두 편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지회장 집무실 앞은  나무판자에 못이 박힌 채 출입이 통제돼있는 상황.

김만용 직무대행이 팔짱을 낀 채 집무실앞에 있었다. 지회장실 출입은 사실상 가로막힌 상태. 

이때 한 어르신이 김만용 직무대행에게  "법원에서 (전영수지회장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나왔는데 왜 굴복하지 않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대해 김만용 직무대행은 "아직 재판에 계류 중이기에 지회장 집무실의 문을 열 수 없다"며 "7월 이의신청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맞받아쳤다.  지회장 집무실을 놓고 이날 전영수 지회장과 노인회구로지회  양 편의 고성과 언쟁은 계속 오갔다.

이에 앞선 지난 22일(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월 20일 전영수 지회장 측이  신청한 '(전영수 지회장) 해임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에 대해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집행' 판결을 내렸다.

전영수 지회장 측은 "법원으로부터 해임결의효력 정지에 대한 가처분 집행 판정이 났으니, 다음 진행되는 '해임결의 무효확인의 소' 본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지회장 자격을 다시 찾게 된 것인데, 직무대행을 포함한 (지회)사무국에서 법원 판결에 불응하며 며칠째 지회장 집무실 복귀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구로구지회 김만용 직무대행 측은 "22일 (법원의) '가처분 집행' 판결에 대해 23일(수) '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며, 이에 대한 (대한노인회 구로지회 측) 변호사 자문 결과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이 열리지 않아 '재판 계류 중'이기에 전 지회장의 업무상 복귀를 허락할 수 없다"며 "7월 15일 진행되는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 결과에 따라 전 지회장 복귀 또는 자격 박탈이 정해질 것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이외에도 전영수 지회장은 지난 2018년 4월 30일경부터 2020년 8월 28일까지 매달 100만원씩 총 29회에 걸쳐 지원금 2,900만원을 횡령하여, 노인지회는 '업무상 횡령죄'로 또 다른 고소를 진행하고 있어 더더욱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영수 지회장은 "매월 지급됐던 100만원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회장이 지회 회장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전달한 일종의 '지회장 활동비'이며, 100만원 또한 당시 박석희 사무국장이 줘서 받은 돈이지, 먼저 달라고 말한 적 없다"면서 "이는 가처분 효력정지 소송과 무관한 주제"라고 주장했다. 

◇지회 안팎의 다양한 시선들

법원의 가처분 집행결과를 두고 양측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들을 바라보는 지역안팎의 주요 반응은 '이해할수 없다'로 모아진다.

법원이 내린 가처분 결과까지 놓고 벌어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반주민이나 공무원, 법률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식밖' '처음 보는 일'이라는 반응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정에서 가처분집행 판결이 나오면 이의신청및 항고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 판결 즉시부터 업무복귀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법률 기초상식"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또한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법원의 가처분 집행 판결이 나자마자 다음날 아침 바로 출근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노인회 지회의 이같은 갈등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신랄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어르신은  "애초 이 문제의 시발점은 'KT TV(케이블)설치'가 문제였는데 지회장은 마치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냥 '나는 몰랐소'만 주장한 채 가처분 소송 결과를 들고 와 피해자인 듯 지회에서 '지회장 자격 회복'을 요구하는데 이 또한 잘못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어르신은 "애초에 문제가 시작됐을 때 지회장과 사무국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했는데, 수개월 간 책임회피 식으로 소송을 하고 여론몰이를 하며 집안 당파싸움으로 변질돼, 대한노인회 구로지회는 구로구에서 '수치'가 되어버렸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어르신은 "법정 다툼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썩은 이 곳을 건들지 못한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일침을 던졌다.

이 어르신은  "KT(케이블설치)사건으로 인해 (KT 수신 중지 기간 이후인) 내년 3월 이후엔 일부 경로당들이 원치도 않는 케이블 요금 돈을 내야 하는데, 저렇게 서로 싸움만 해대니… (구로타임즈)신문을 보니 구청장도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곤, 이렇게 오늘도 싸워대는데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지 않느냐"며 지역사회와 행정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갔다. 

◇구청 "법적자문결과따라 권고"  

이성 구청장은 지난달 21일(월) 구로구의회 시책질의에서 노인회구로지회 사태와 관련한 구청 대책을 묻는 최숙자의원의 질문에  '전영수지회장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최숙자 의원은 이날  "화목해야 할 (노인)지회와 경로당이 집안싸움으로 엉망진창이 됐다"며 구청이 나몰라식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책을 촉구한바 있다. 

이날 이성 구청장이 취하겠다고 밝힌 '단호한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구로구청 어르신청소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구청장님 발언은 'KT 케이블 계약'과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였으며, 계획상 전영수 지회장이 (신청한) 가처분 결과에 따라 현 지회장이 복귀하거나, 신임 회장이 뽑히면 'KT'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현재 이렇게 가처분에 대해 이의소송을 내고, 전 지회장의 출입조차 지회에서 막아버리니 구청 또한 'KT 문제'에 대해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노인회 내부의 갈등사태와 관련한 구청차원의 대책등을 묻는 질문에  구청 관계자는  "구로구청이 (노인회)지회의 인사권에 대해 법적으로 개입할 근거는 없으나, 현재 (지회)내부 다툼으로 인해 많은 어르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구청 내 자문변호사 3명에게 '가처분소송 및 이의신청'에 대한 양측 주장에 대해 법적 자문을 구한 후, 다음 주 중 자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양측에 전 지회장의 업무 복귀에 대한 구청 입장을 공문을 통해 강력히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로구청은 이와함께  "지난 (구의회)시책질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관내 194개 경로당에 대한 KT 설치에 대해 구립 경로당 46개소에 설치된 KT방송수신장치의 계약은 (대한노인회 구로지회가) 위약금 380만원을 내고 구청이 모두 해지했지만, 사립경로당 148개소의 경우는 구청 소유가 아니어서 구청 단독 해약이 불가능했다"며 "이에 대해 사립경로당 측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구청은 이들에게 'KT에 대한 해약요구 절차를 안내하고 있으며, 해약과 관련하여 해약소송이 필요한 사립경로당이 모인다면 구청이 이들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권리보장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에너지를 쏟기도 바쁜 상황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대한노인회 구로지회의 내부의 '고래싸움'과 '손놓은 듯한 행정'등을 바라보는 어르신과 주민들의 속도 갈수록 착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