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가게] '콕콕콕' - 이 그림책방이 특별한 '이유'

2021-07-02     정세화 기자

 

그림책 속 캐릭터들이 콕콕콕 바늘을 통해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다. 작은 양모 인형으로 탄생한 그림책 속 캐릭터와 그림책들이 가득한 곳, 그림책 방 '콕콕콕'(고척로 8, 오류1동 소재)이다.

현재, 구로지역 내 그림책 전문서점으로는 유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류1동 고척로길 성결교회 인근의 연세공인중개사사무소 2층에 위치한 그림책방 '콕콕콕'은 밖에서 얼핏 보면 서점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마치 어릴 적 나무 사이에 끼워진 보물찾기 쪽지를 찾듯, 주택과 상점들 사이에 있다. 

작은 간판 옆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을 보며 회오리계단을 한칸씩 올라가 나무문을 열자 책방안은 그림책 속 오두막에 들어온 듯 그림책이 가득채워져 있고, 그림책에서 튀어나온 니들펠트 인형들도 곳곳에 전시돼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림책방 '콕콕콕'의 주인장인 조성순(43, 오류동)대표는 '콕콕콕'이란 이름에 대해 "그림 책방과 인형 공방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이 곳에는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 '콕콕콕' 박힐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책방과 더불어 그림책 속 캐릭터들을 니들펠트를 이용해 '콕콕콕' 바늘로 찔러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다른 숨겨진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림책방이자 인형공방인 '콕콕콕'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추억과 행복이 '콕콕콕' 박혔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것.

'콕콕콕' 책방에는 약 1000여권의 그림책을 갖추어져 있다. 또 니들펠트를 통해 그림책 인물들을 직접 인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니들펠트란 양모에 바늘을 찔러 원하는 모양으로 작품을 만드는 공예 기법 중 하나이다. 
 
그림책과의 우연같은 필연

'콕콕콕'이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2년 전인 2019년 6월15일.

도보로 5분여 거리에 있는 그림책도서관인 '흥부네도서관'의 운영위원이었던 조 대표는 문득 '좋아하는 그림책과 인형 공예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창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혼자 작업실을 차려서 할 수 있는데, 저는 제가 좋아하고 마음의 치유를 받은 그림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싶어 공방을 열었어요."

그래서 "책방에서 단순히 책을 팔기보다는 니들펠트를 통해 인형을 만들며 추억을 더하고, 때로는 그림책 작가를 직접 책방으로 초청해 책방 이용자들과 북 토크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조대표는 말했다.

그림책 전문점을 운영한다고 해서 그림책과의 인연이 아주 오래됐을지 모른다는 것은 선입견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녀는 오류동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기댈 문화공간을 동네에서 찾던 중 우연히 '흥부네 도서관'을 만나며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궁금증으로 마을에 자리잡은 '문화공간'인 '흥부네도서관'을 찾은 조대표는 '사노요코'의 '태어난 아이'를 주제로 한 북토크에 참석하면서 그림책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림책 자체를 좋아했던 사람도 아니고, 그림책도서관이란 곳이 낯설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북토크에서 얇은 그림책 한 권에 '내가 이렇게까지 치유 받을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그후 그림책은 그녀 삶의 한부분이 되었다. "그림책을 계속적으로 찾아서 읽다 보니 어느새 그림책에 단단히 빠져 있었어요. 이런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흥부네도서관 동아리활동과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배웠어요." "그러다 더 욕심이 생겨 '그림책방 콕콕콕'도 태어나게 되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북세미나 낭독 음악회도

'콕콕콕'책방이 만들어진 지 어느덧 2년 차, 조성순 대표는 더욱 많은 주민들이 콕콕콕을 방문해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그림책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올해는 그림책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주관의 '우리 동네 책방 배움터' 사업이 그것이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올해 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소재한 동네책방 가운데 20개점을 선정해, 각 서점의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북세미나, 토론, 낭독회, 독서클럽,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 '우리 동네 책방 배움터'를 진행한다.

'콕콕콕'도 바로 '우리 동네 책방 배움터'로 선정되어, 총3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리시대 가족·어린이·동물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철학'은 오는 10일(토) 진행된다.

이후 7월 23일(금)부터 8월 6일(금)까지 3회에 걸쳐 그림책 토론이 진행된다.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는 9월에는 악기연주가를 초청해 책방음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콕콕콕' 프로그램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콕콕콕(@cokcokcok_book.doll)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약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치며 조성순 대표에게 콕콕콕의 목표를 물었다.

조 대표는 "아직 책방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단계지만, 마을 내 위치한 책방으로서 주민들에게 '언제나 쉽게 찾아와 감정을 공유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림책이라고는 몰랐던 제가 운명같이 그림책 북토크에 참여해 그림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은 것처럼, 책방을 찾아주시는 주민들도 콕콕콕을 통해 그림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풍부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가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