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수두룩'... 빛바랜 영프라쟈

주민· 상인 한목소리 "이대로 안돼"

2021-06-28     정세화 기자
6,7년전부터 구로시장내 조성된 청년상인특화구역 '영프라쟈'. 점포리모델링부터 임대료까지 각종 예산지원 등이 이루어졌지만, 청년상인들은 떠나고 대부분 공실로 남았다. 접근성등 입지부터 지역성부재까지 적정성 논란이 일고있다.

 

"여긴 망했어요. 위치도 안 좋고, 접근성도 안 좋고…홍보도 되지 않으니 장사를 하려는 청년들이 이곳에 들어왔다가도 망해서 나가요. 손님이요? 이렇게 어둡고 습하고 외진 곳에 찾아오는 게 비정상이죠."

구로시장(구로4동 소재)입구  '구로시장 영프라쟈'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들어가자 어둡고 습한 골목이 보인다.

22일(화) 찾은 구로시장 '영프라쟈'(청년몰)곳곳은 마치 영화 속 폐허로 조성된 세트장처럼 천장 여러 곳에서 물이 새고, 골목 가로등 전구 조차 연식이 오래된 듯 약한 불빛을 내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6일(수)과 22일(화) 이틀동안  구로시장 영프라쟈를 방문했을 때 구로타임즈는 셔터문이 내려진 공실점포들 사이에서 문을 연 2개 점포의 청년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구로시장 영프라쟈는 망했다"며 이처럼 한숨섞인 토로를 했다.

영프라쟈 내에서  휴게음식점(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기존 손님이 아닌 새로운 손님들의 발길은 이미 수 년 전 끊긴 지 오래됐다"며 "청년몰(영프라쟈)이라는 간판을 보고 새로운 손님들이 이곳을 찾더라도 시장 위의 이런 환경들을 보며 돌아가기 일쑤"라고 한탄했다.

A씨는  "임대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싼 편이라 이곳으로 들어오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시설과 위치도 안 좋고 홍보도 되지 않다 보니 다시 여기를 떠나는 것 같다"며 "나 또한 여기에 입주한 수년간 구로구청 측에 환경 시설 개선과 홍보 등을 요청해도 구청은 외면한 채 몇 년째 이곳을 방치하고 있고 임대료 때문에 남은 2개 점포 또한 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문을 열고 있던 또 다른 점포인 샌드위치가게의 B씨도 "현재 구청에서 임대료 50%를 지원해준다곤 하나, 구청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은 고작 '7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B씨는 "가게를 운영하려다 보면 구청에서 지원해주는 공간 이외에 추가로 확장하길 원해 3평 정도를 쓰고 있는데, 임대인이 가게 월세로 55만원을 원해 내고 있지만 구청은 초기 할당된 공간인 1평수준의 임대료에 대해 50%만 지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아무리 임대료가 싼 이 곳이라 해도 가스요금, 전기세 등 월 가게를 운영하는 데는 월 200만~30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구청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 환경은 좋지 않으니 더 이상 여긴 점포를 운영하는 청년들도, 물건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도 찾아보기 힘든 공간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두 점포의 청년 상인들은 "수년간 구로구청에게 시장 환경개선과 홍보 등을 요청했지만 구청은 그저 임대료 일부를 지원할 뿐"이라며 "이곳은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상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하는 공무원들마저 2년 주기로 팀이 바뀌다보니, 결국 이곳 영프라쟈 활성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도 전에 다른 부서로 이동돼 결국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 측은 지난 14일(월) 열린 구로구의회 행정기획위원회 공개감사에서 대책 등을 묻는 의원들 질문에 "구로시장 영플라자(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전선과 천장 등을 수리하는 등 시설을 개선하고, '시장환경 및 활성화 대안'을 찾기 위해 민간업체에 용역을 의뢰했다"며 청년몰 개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지역특성 연계 필요"

현대식 아케이드 시설로 리모델링된 구로시장내 안쪽에 있는 영프라쟈 청년몰을 바라보는 

시장이용 주민과 상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구로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청년몰을 보면서 그동안 느껴온 다양한 대안들을 쏟아냈다.

한 주민은 "저렇게 큰 부지를 썩히다니,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구로시장을 확대해 청년 몰에 갇혀버린 청년 창업자들도 활성화 시키고, 유휴공간은 주민 편의시설들을 넣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50대 주부 강 모씨는(구로3동) "시장 점포 개선 등 깔끔한 모습의 구로시장과 달리 (영프라쟈) 저 곳은 어둡고 살 것도 마땅치않아 가지 않게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구로시장과 같이 가게를 일률적으로 정비해, 구로(구)의 대표시장인 '구로시장'의 일부로 어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돈을 효율적으로 써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주부 강씨는 이어 "구로의 청년몰이라고 하나, 별 다른 특색이 없고 환경조차 열악해 되려 청년들이 저 곳에 갇혀있는 꼴"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한뒤  "전주 청년몰처럼 구로시장 영플라자 또한 인근에 시장이 2곳이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시장과 융합해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마을 문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나름의 대안을 전하기도 했다.

이용층 연령대 확대방안도 나오고 있다.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를 겨냥한 업종이 아니라, 전 연령으로 이용 대상을 확대하고 마을과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프라쟈 입구 옆에서 수십년간 유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C씨는 "이 곳 특성상 구청과 경찰서 등이 멀어 청년 손님들이 방문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위치"라며 "대부분 이 근처 거주민들은 고령의 노인이거나 외국 주민들이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4,000~5,000원 이상의 커피를 팔고, 빵을 파는 것은 '지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매전략'이니 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C씨는 "그렇기에 구청이 나서서 영프라쟈에 대한 환경 개선을 하고 새로운 입주기업들을 모집할 때,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가게들의 입주 계획 제안서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씨는  "'청년몰'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청년들을 유치할 때 '이곳의 지역은 청년들보단 어르신, 노동자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하는 등, 청년과 지역이 공생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청이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