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소리] "30년 된 비상소화장치가 사라졌다"

오류시장서 일어난 구로소방서의 '조용한 철거' 논란

2021-06-28     정세화 기자
지난 6월 1일(화) 구로소방서가 '비상소화장치함'을 철거한 후의 모습.

 

30년 가까이 한 자리에 놓여있던 오류시장 부근 '비상소화장치'가 시장상인이나 주민들도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철거돼 논란을 빚었다.

지난18일(금) 오후1시경 경인로 23길과 경인로 19가길을 잇는 오류시장 입구(오류1동, 먹자골목 황제곱창 맞은편)에서 만난 오류시장 상인회 측은 "시장 내 가장 중요시설인 소방시설을 구로소방서가 어느 날 철거해 갔다"며 "아무리 소방서 재산이라고 하나 주민동의 없이, 철거해가겠다는 단 한마디 안내 없이 철거해가는 것이 정상이냐"고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비상 소화장치함이란 화재 발생 시 소방용수를 끌어내 주민 누구나 긴급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설치된 공공 소방시설로, 소방용수시설(지상식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된 곳. 약 1미터 이상의 박스함 안에는 통상 소화전과 소방호스, 분말소화기, 지렛대, 해머 등이 구비된다.

오류시장 소방도로 입구에 있던 비상소화장치함은 1993년경 설치된 시설로, 수년전 함 외부로 펜스가 쳐져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펜스에 가려진 비상소화장치함 주변을 청소하던 오류시장상인회 측 관계자가 이 비상소화장치함이 사라진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14일(월) 청소하던 중이었다.

수일 전만 해도 있던 소화장치함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아 상당히 당황했다고. 

상황 파악을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오류시장 상인회는 구로소방서에서 철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이유와 재설치요구에 대한 답변 등을 듣는 과정에서 또 한번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오류시장 상인회의 서효숙 사장은 15일(화)경 구로소방서와의 통화에서 비상소화장치를 떼어간 이유를 묻자 "소방서 측은 '재건축(재개발) 될 자리이고, 개인 사유지에 설치되어 있어 철거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며 "아직 시장 개발 관련 방향이나 시장정비사업(재개발) 모두 정해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시장 재개발을 이야기하며 소화장치를 떼어갔다는 것은 너무나 황당한 발언"이라고 분노했다.

여기다 정책적으로 지자체와 정부에서 많은 전통시장의 안전을 위해 화재나 전기관련 각종 안전점검및 시설 보수, 소화기등 시설 지원까지 해주는 판에, 노후된 시장에 있던 안전 시설마저 소리 소문없이 철거했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오류시장상인회는 서울시 120번으로 민원을 넣었고, 이는 구로소방서로 이관됐다.

그리고 구로소방서로부터 '재설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구로소방서측 관계자는 18일(금) 오후 2시경, 오류시장 민원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오류시장 상인회 측은 구로소방서 관계자에게 "이 곳은 먹자골목이라 불릴 정도로 화기를 다루는 음식점이 많고, 시장이 오래돼 갑작스레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은데 아무런 말도 없이 이것(비상소화장치)을 떼어가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구로소방서측 = 이에 대해 구로소방서는 "소방서 관계자들이 수시로 비상소화함이 설치된 곳을 점검 및 순찰 하는데, 평소 펜스에 가로막혀 있다 보니 가시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고 펜스 내부에도 쓰레기가 너무나 많이 적체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아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한 후 "당시 시장상인회가 있는지 몰라, (철거 당시) 주민들에게 안내할 방법이 없어 안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또 "(비상소화장치를) 재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기에 소방서는 이를 수행할 의무가 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비상소화장치를 소방도로 쪽으로 빼 시장상인과 주민 모두 눈에 띄는 곳에서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다시 제작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로소방서는 시장상인회에 철거사유로 '재개발 재건축 및 개인사유지'라고 안내한 이유와 관련해, "(소화)용수시설이 노후되거나 고장나면 보수하고 신설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며 오류시장 또한 시설 교체를 이유로 철거한 것"이라며 "당시 '재건축(재개발)' 및 사유지라는 단어를 사용해 시장 상인들과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소방서 담당자는 "재개발과 공공개발의 대립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단순히 시장 곳곳에 재개발(공공개발, 시장정비사업)에 대한 현수막과 홍보물이 붙어 있어 현재 시장을 개발한다는 인지의 오류가 생긴 채로 시장 상인들에게 안내해 현재의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구로소방서 담당자는 또 "본 관계자가 당시 (비상소화기) 철거를 결정할 때 별도의 외부 요청이 있던 것이 아니다"라고 특정인이나 기관과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팀원들이 소방장치가 설치돼 있는 곳을 주기적으로 순찰 및 점검하던 중 이 곳은 장치가 펜스로 막혀있어 가시성이 떨어지고, 펜스 내부 또한 쓰레기가 너무나 심하게 적체되고 있다"고 보고받아 "소방서의 재산이 방치되어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생각해 당시 철거를 결정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비상소화장치 재설치 시점과 관련, 구로소방서 관계자는 "18일 현장답사를 통해 기존 장소의 외부인 도로에 새롭게 설치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7월 중순 이내에 새로운 비상소화장치를 새로 제작해 재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류시장 상인회측= 구로소방서의 이같은 설명과 입장에 대해 오류시장상인회는 "수 십년간 오류시장과 관련한 소방활동이 있을 때마다 오류시장 상인회로 연락을 했던 구로소방서인데,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몰라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쳐도, 그럼 상인회가 민원을 제기했을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재개발'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기자에게 말한 것처럼 납득이 가는 이유를 자세하게 민원인인 상인들에게도 설명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오류시장 상인회는 이어 "당시 18일(금) 현장에서도 '재개발'에 대한 인지오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오류시장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신산디엔아이가 구로구청에 오류시장 정비사업추진계획(승인 추천신청)서를 제출한 현 시점에 '재개발'을 언급하며 '비상소화장치'를 떼어간 것은 여전히 시장정비사업(추진)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는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류시장 상인회는 "오류동에서 거주하지 않거나 시장외부인인 소방서 입장에서는 펜스에 가려져 있는 시설이 방치돼 있고 주민들의 가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미 저 곳은 오류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비상 상황일 때 사용할 수 있는 소방장치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고, 펜스는 지난 3~4년 전부터 있었는데 이제 와서 가시성과 방치 등으로 철거해갔다는 것은 여전히 의뭉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류시장 상인회는 "주민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에 대해 단 한마디는 물론 (현장에라도) 종이 한 장의 안내문도 없이 소방서 재산이니 소방서가 떼어간 것이라 말하는 것은 주민을 우습게 여긴 것이라 생각된다"며 "주민을 위한 시설이라면 앞으로 단 1센치미터를 옮기더라도 주민에게 알리고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날카로운 지적의 소리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