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초 인근 주거환경 개선사업 '스톱'?

구 청 "주민들 소극적 … 진행 어려워" 주민들 "사업 존재조차 몰랐는데 뭔소리"

2021-06-04     정세화 기자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오류동20-1번지일대 오류초등학교 후문방향 주거지역.

 

노후된 주택밀집지이지만 제대로 된 공공주민이용시설 하나 없어 주민 불편이 잇따르고 있는 오류동 20-1번지 일대(오류초등학교 정 후문 인근, 오류1동 소재)가 서울시로부터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으나,  대상지 확정 절차 단계를 앞둔 올 상반기에 이렇다 할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진행과정 등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로구청 도시재생과측은 최근 오류동20-1번지 일대 주거환경대선사업 진행 상태에 대해,  "(후보지에서) 대상지 확정 전환을 위한 주민참여가 소극적이라 사실상 답보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오류1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은 커녕 사업에 대해 단 한 마디조차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구청이  주민 탓 하며 주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냐며 분개하는 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오류초등학교 정후문 일대 노후된 주택(일반주거지역)가를 중심으로 한 8만3200㎡를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로 5월23일 선정한 바 있다.

구로구청이 2년 전 서울시가 실시한 제10회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학생공모전' 출품작과 연계한 사업을 희망하는 자치구 수요조사에 신청해, 선정된 것.  

이에 앞서 중앙대 건축학과 학생팀은 오류1동에서 주민의견 수렴과 주거지 조사분석 등을 통해  교육과 문화, 건강, 시장과 연계한 마을살이 공감길 등 4개 테마길이 담긴 '생활공감 오류골'로 응모.

그 해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마을만들기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학생들이 제안했던 '생활공감 오류골'은 오류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매봉산 근처인 11통 구역에는 △소공원 △건강터(체육시설)를,  7통에는 △문화공방과 △문화극장을, 오류도서관이 위치한 10통에는 △배움터(오류도서관 리모델링)를 제안하고, 사업구역인 6개통(5·6·7·8·10·11통)의 도로 정비 및 쓰레기배출시스템 등의 정비내용을 담았다.

 

2년전 서울시공모전에서 마을만드기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중앙대학생팀의 오류골마을만들기 '생활공감 오류골'.

 

 

주민 의견수렴 참여율 저조 ?

절차상 서울시로부터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  대상지로 확정되기 위해  후보지 선정 직후 2년 이내에 '예비단계'로 기초조사 용역 및 주민(토지소유자 등) 동의율 50%이상을 확보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로 확정 되면 서울시 지원 등을 받고, 본격적으로 정비 계획 착수 및 용역이 시작되고 설계 및  공사가 진행되어 시설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1년 전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던 오류동20-1번지 일대의 경우는 구로구청이 중앙대 학생팀등 산학협력단과 '오류동 학생공모전 대상지 주민의견수렴 및 기초조사 용역'을 체결해 용역결과가 지난해 12월로 마무리된 상태이다. 

절차상으로 보면 다음 단계는  '주민협의체 구성 및 주민동의율 50% 이상의 확보'이다. 하지만 오류동 20-1번지일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관련한 주민동의율 확보를 위한 행정적인 발걸음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후보지 선정 후 2년 이내에 기초조사용역 및 주민동의율 50%를 채우지 못하면 '일몰제'에 따라 사업이 폐지된다"고 설명했다.  

시관계자는 하지만  " '생활 공감 오류골'(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원칙상 2021년까지 주민동의율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하나, 코로나 특수성으로 인해 기간을 연장할지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로구청측은 오류동20-1 후보지 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지난 5월말 구로타임즈에 "현재 답보상태에 놓여있으며 진행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주민동의 50%는 '임시 주민협의체'가 받아야하는데, 사업에 대해 주민협의체 구성 등 오류1동 주민들의 주민참여가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구청관계자는  임시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주체는 "도시재생을 원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기초용역 조사단계에서 중앙대 학생들이 브로슈아(홍보물)을 제작해 동주민센터와 오류골사랑방 등에 배부했으며, 5회차의 주민사전모임과 10월과 11월 2회차의 주민 워크숍을 운영했으나 주민참여가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구로타임즈가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말 내놓은 기초용역조사보고서와 회의록 등을 확인해봤다.

분석 결과 오류골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등을 위해 주민사전모임은 총 5회 실시된 것으로 기록돼있는데,  총 참여 인원은 17명(중복 포함시 20명)정도였다.

5회중 두차례는 단 2명씩 참여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한번은 주민자치회 관련자  2명, 다른 한번은 통장 2명이었다. 

용역보고서속 주민워크숍 회의록에 따르면 두차례 진행 된 워크숍은 참여자가 지난해 10월 1차에 13명. 11월 2차에 4명이었다.  

이 중 2차 워크숍 참가자 4명 가운데 안모씨를 제외한  3명은 이전 주민사전모임에도 참여한 인물들이었다.

일부 주민은  주민사전모임과 워크숍에 3차례 참가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로부터 마을만들기 관리형주거환경개선 후보지로 선정됐던 구역

 

"주민들에게 언제 알렸나요" 분개

이를 구로구청측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는 '소극적 주민참여' 사례로 보고 있지만, 오류1동에서 만난 주민들이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은 전혀 달랐다. 핵심은 동네에 홍보도 하지 않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의견수렴과정을 주민들이 어떻게 알고, 참여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할 거면 최소한 지역의 학부모 단체 카톡에 알리고 홍보하지는 못할망정, 1980년대나 90년대도 아니고, 동네 동사무소에 (주거환경개선사업)팜플렛을 비치하는 식 (홍보)이 웬말입니까."

오류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 A씨는 "오류1동은 쓰레기 문제와 학교가 오류초 밖에 없어 도서관 문제 등 아이들의 성장환경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동네인데, 이런 사업들의 계획을 잘 짜놓고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는 것은 보여주기 식 행정밖에 되지 못한다"며 이같이 분노를 터뜨렸다.

학부모 A씨는 또  "주민들 삶에 직접적으로 편의가 이뤄지는 이런 사업(도시재생사업)들은 구청이 나서서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설명도 하고 의견을 물어야 거기서 총대 매는 주민 협의체가 구성되지, 사업도 모르는 주민들이 태반인데 '주민이 소극적이라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 하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기가 막힌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류1동에서 30년을 살았다는 B씨는 "오류동에 살며 맨날 '동네가 바뀐다 개발할 거다'라는 얘기만 들었지 단 한 번도 어떻게 바뀌며 주민들이 어떤 참여를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이것도 동일 인물이 여러 번 주민모임에 참여한 걸 보니, 언제나 그랬듯 구청이랑 지역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자기들끼리 찬성하니 반대하니 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라질 게 뻔하다"라고 냉소적인 일침을 놓았다.

남편이 오류동 토박이라 결혼 직후 오류동에 이사오게 됐다는 30대전후의 젊은 C씨도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관련해 "사업 존재조차 몰랐다"면서  "알릴 마음이 있었다면 길거리에 포스터를 붙이고 현수막을 내걸어서라도 알려야지 이는 '할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또 "어린 자녀를 키우다 보니 당연히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은데, 동네가 발전된다는 걸 누가 거부하겠냐"며 "어르신이 많은 오류동 특성상 주민 참여가 부족할 순 있으나 어르신들이 집밖으로 안 나오는 것일 뿐이지 집에 다들 계시기에 홍보물을 집집마다 배부하거나 통반장들이 나서서 알렸으면 어르신들은 물론 주민 누구나 긍정적으로 볼만한 사업"이라며 실질적인 주민홍보 부재를 거듭 지적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D씨도 "오류동에 20년 이상 살았지만, 밤만 되면 쓰레기전쟁이고 어르신들이 많은데 길도 험해서 이런 정비사업에 적극 찬성"이라며 "아마 여기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런 사업 내용을 들으면 당연히 찬성할 건데 주민들이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 주민만이 아니다.  

오류1동주민자치회 위원이나 통장인데도 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류골 생활공감 주거환경개선사업 후보지내에 속한  6개통(5·6·7·8·10·11통)중 한 통장과 당시 지역주민자치위원들 사이에서도  '잘 모르겠다'는 것.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 후보지내의 통장 E씨와 주민자치위원 F씨는  "언젠가 얼핏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내게 주민 설명회(사전모임 및 워크숍)가 있으니 참여하라든가, 이렇게 사업이 진행될 거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면서  "같은 통장이고 같은 주민자치위원인데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 부르는 게 황당하고 결국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우린 설명회든 뭐든 다 했네요 라고 말하는 꼴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또  마을 관계자들에게 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오류동20-1)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행정이 주민들을 보살피고 이끌지 못할망정 (행정절차 등에) 무지한 주민을 앞세워  주민 뒤에 숨는 꼴"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한편 구로타임즈는 지난 2일(수) 약 3시간동안 오류초등학교 일대 사업대상지에서 마을 주민 30여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스티커 부착으로 의사를 들어봤다.

이 중  약 90% 이상의  주민들이 '사업 진행조차 몰랐다' '전혀 동네에 홍보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 지역홍보, 주민참여  독려가  핵심"

이처럼 오류초등학교 일대 저층 밀집지역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관련해 마을에서 나오는 주민들의 현장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졌다.  

왜 이같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민참여 등에 대해  많은 동네 주민들이 잘 알수 있도록 폭넓게 알리지 않았으며, 않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주민들이 모여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동의를 받는 것은 맞지만, 사업에 긍정적인 지역이라도 어느 날 하루아침에 주민들 스스로가 협의체를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사업에 공모한 학생들과 지자체의 충분한 지역 홍보와 주민참여 독려,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야한다"며 "자치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의견 수렴 및 기초조사 용역을 맡은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측은 지난2일(수)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본교는 전문용역조사의 전 단계인 주민의견수렴과 기초 용역조사를 진행했을 뿐, 사업 진행과정과는 더 이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산학협력단측은 또 "주민 의견수렴은 동주민센터에서 선정한 인원에게 설명한 것"이라며 "주민협의체의 경우 자치구가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해 구성해야지, 공모전 및 기초용역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몫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 관계자는  "'주민협의체'구성은 자치구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의 특성상 개봉동, 온수동 등 다른 동들의 사례를 보았을 때 주민협의체 구성에서도 어려움을 겪지만, 주민협의체가 만들어진 후 주민동의를 얻는 과정도 주민 반응이 제각각이라 수년이 걸렸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주민 동의를 얻는 것도 어려운데다 서울시에서도 예산이 바로바로 편성되지 않아 사업자체로도 어려움이 커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는 이에앞서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2011년 '온수골'(온수동 67번지일대)을 비롯, 2013년 개봉3동 이심전심마을(개봉동 270번지일대), 2015년 가리봉동 한뜻보아(가리봉동 2번지 일대), 오류2동 버들마을(오류2동 147번지일대) 등을 추진해 완료했다. 

이에따라 온수동에는 각종 강좌등이 열리는 카페와 커뮤니티룸 경로당, 탁구장등다목적강당이 갖춰진 '온수골사랑터'와 도로정비등 주거환경개선이 이루어졌다.

개봉3동 이심전심마을도 낡은 건물을 매입해 마을회관을 조성했고, 현재 이 회관은  아이키움센터등 어린이 등 마을주민을 위한 다목적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도로포장등 환경개선도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