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적자 속앓이 '부글부글'

코로나19 이후 승객 격감 속 생존 위기 "적자업체 증가속 턱없이 부족한 보조금" 서울시 "추경 진행 중 … 운수조합과 논의 중"

2021-05-21     정세화 기자
구로지역 마을버스를 비롯 서울시내 139개 마을버스노선은 지난달 중순경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고객감소와 6년간 요금동결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6월1일부터 운행 중단 의지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운행, 승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경부터 '서민의 발' 마을버스 앞면에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이를 지켜보는 승객과 주민들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구로를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마을버스들이 일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승객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하며 내건 현수막이다. 
 
◇ '적자' 현황 = 현재 구로구내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 8개사.

총15개 노선에 86대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버스업체는 △오봉운수(구로01·02·08번)를 비롯 △개웅운수(구로03·04번) △고척운수(구로05번) △구로운수(구로06번) △신오류운수(07·14·15번) △서북교통(구로09번) △수빈운수(구로10·12·13번) △수현운수(구로11번)이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기준으로 선정된 마을버스 적자업체는 개웅운수(구로 03,04번)를 제외한 7개 업체. 

지난 18일(화) 서울시청 도시교통실 버스지원과 측은 "매달 서울시가 지정하는 마을버스 적자 업체 중 구로구 적자 업체는 총 7곳"이라고 밝혔다.

'적자업체' 선정 기준은 "1일 버스 1대당 지원운송원가 기준 '41만원'을 넘지 못하는 곳"이라는 것. 

하지만 서울시마을버스운송자업조합 구로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구로운수' 측 관계자는 지난 19일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개웅운수 또한 지난해 계속 적자를 맞이하다 일시적으로 41만원 기준선을 넘어 '적자업체'에서 제외된 것일 뿐, (구로구)관내 8개 업체 모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 내 마을버스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한 수빈(수현)운수 측은 지난 18일 구로타임즈에 "(서울)시에서 적자노선으로 선정돼 보조금을 지급받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계속 마이너스가 나니 은행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지난 1년간 흑자 없이 대출을 받다보니 이제 대출도 막힐 지경이다"며 마을버스 재정난의 심각성을 전했다.

수빈(수현)운수 측은 이어 "운행노선마다 인기·비인기 노선 등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얼마만큼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예를 들어 '광명시 뉴타운' 재개발로 인해 구로11번(대림역~개봉역)이 지나가는 노선은 흑자노선에서 대표적 '적자노선'이 된지 오래이며, 코로나 악재까지 덮치면서 손님 탑승률은 2019년 대비 약 60%정도가 감소해, 1년 동안 곡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내 다른 운수회사 관계자는 "혹시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운행이 중단될 경우, 접촉자 검사 등으로 운행이 중단된 하루는 오롯이 그냥 '빚'이라고 주장했다.

◇ 마을버스측 = 마을버스 운수업체들은 적자업체에 대한 서울시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도 본예산에 240억 원, 추경에 110억 원으로 총 약 350억 원의 지원금이 '적자업체'에게 지원됐다고 한다.

올해 지원된 본예산은 작년과 동일하며 추경예산은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취재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을버스 운수업체들은 "코로나 발발이후 서울시139개 업체 중 대다수가 적자업체가 되며, 적자업체는 늘어났는데 보조금은 적자금액과 상관없이 '땅 따먹기'하는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업체에 주어지는 보조금에 대해 구로운수 관계자는 "서울시가 선정한 적자업체의 기준은 '41만원'대인데 이는 마을버스 회사가 하루 동안 버스를 운행하는 운행 관리비, 기사 임금, 주유비 등 마을버스 운행에 드는 최소한의 필요금액이 '41만원'인 것이며, '적자업체'가 41만원조차 벌지 못해 (41만원에서 일 매출의)차액만큼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겨우 적자를 면할 뿐, 버스회사가 남기는 순 수익금은 '0원'이라 자선사업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 서울시가 측정한 '환승요금 분배 정책'에 대해서도 마을버스업체들은 비판하고 있다.

승객 한 명이 마을버스만 탑승 시 900원의 운임료를 받는 반면,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모두 환승했을시 마을버스 정상요금 900원 기준에서 약 62.66%가 감소한 평균 '336원'정도가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승객이 1250원(지하철 카드 기본운임)의 기본요금을 내고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탑승했을 때, 서울시가 측정한 '운행거리비례요금분배'제도로 인해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비해 마을버스의 경우는 운행거리가 짧아 평균 '336원'정도의 금액만 할당받게 된다는 것. 

마을버스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사실상 시내버스 한 대는 장거리를 이동하지만, 마을버스는 한 대가 여러 번 단거리를 반복해서 이동해 하루 동안 한 대의 시내버스와 한 대의 마을버스가 실제 이동하는 주행 거리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설명한 뒤 "하지만 환승요금 분배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 승객이 이동한 총 거리를 환산해 수익금을 분배하기 때문에 마을버스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 지역주민들=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드는 승객, 6년간 동결된 버스 운임, 늘어가는 적자업체에 한정된 보조금 쪼개기.' 코로나19 직격탄 이후 자금난이 지속되자 존폐 기로에 놓인 서울시 139개 마을버스 운수들은 그래서 지난 4월 중순부터 '마을버스 구제요청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고 밝혔다. 

실제 구로구의 인접지역인 금천구에서 운행되던 한 노선은 재정난으로 6개월간 운행을 정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한 바 있다. 구로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18일(화) 오후, 고척근린시장에서 장을 본 듯 여러 비닐봉지를 들고 무거운 몸으로 버스에 오른 김정숙 할머니(80대, 개봉1동)는 "다리 아픈 노인들에게 마을버스가 없어진다면 집밖 외출이 더더욱 힘들어 진다"며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버스는 마을버스가 유일한데, 회사가 어렵다면 (마을)버스 금액을 올려서라도 운행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 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마을버스 운영난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구로09번을 통해 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한다는 김혜수 씨(31,구로5동)는 "구로09번 기사님이 코로나에 걸려 하루정도 버스가 멈췄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기억하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사실 시내버스의 경우 다른 노선들로 대체하기 쉬운데 마을버스는 대체가능한 노선들이 적어 운행을 멈춘다면 그야말로 시민들의 발이 묶이게 되는 것"이라고 마을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같이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러스가 한 두해로 끝나지 않을 텐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마을버스들이 바이러스 시국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책도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 서울시청측 = 이런 가운데 서울시측은 지난 20일(목) 오전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요금 인상은 시민들의 재정부담으로 인해 '절대 불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을버스 지원예산은 내부 논의를 통해 '6월 시 의회'를 통해 추가 지원 금액을 확정할 예정이고, 현재 마을버스 운수 조합과 운행 중단 및 예산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진행상황을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논의 중인 사안이라 추가 지원금이 얼마가 더 측정될 거라 확실하게 밝힐 순 없으나, 마을버스 운수업체들의 재정난과 시민들의 이용불편을 고려해 내부에서 면밀히 검토 후 '6월 의회'를 통해 추가 경정을 받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시는 마을버스 운송 조합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을버스가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시민들께선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