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본 청년시설 "멀고 멀다"

정보부재, 취·창업 중심, 시간 공간 접근성 애로 지적

2021-05-21     정세화 기자

 

3년 전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취업 바늘구멍을 뚫은 최수민씨(31, 구로3동)의 최근 고민은 '다른 청년들은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는가'이다.

낯선 타지에 친구도, 지인도 없이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생활로 최근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그는 "출퇴근길을 다니다 보면 청년들이 이토록 많은데, 구로구에는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이용해볼만한 '청년 공간'으로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전역을 비롯해 구로지역에도 최근 수년사이 청년들을 위한 시설과 정책등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지역 청년들은 잘 모르는 현실. 좋은 정책이 '청년층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시설을 아는 청년들이 보는 청년시설에 대한 기대도 다양했다. 

 

■ 청년 시설들  '속속' 

구로구 내에 소재한 대표적인 청년 시설 중 하나로는 '청년이룸(천왕동 소재)'을 꼽을 수 있다.

'청년이룸'은 청년들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 구직 관련 교육과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일자리 토털플랫폼이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거주지와 상관없이 이용이 가능하며 '채용형 교육 프로그램'(△GD프로젝트 △미니인턴 △채용박람회)와 더불어 △'AI/VR 채용 면접 체험 교육' △실무역량강화교육 △개인 맞춤형 취업지원 등이 지원된다.

'청년이룸'의 위치는 지하철 7호선 천왕역4번 출구방향 지하 1층(오리로 1130).

총 면적 2,244㎡ 공간은 △강의실(4개) △스터디룸(2개) △청년취업 활력공간 △일자리카페 △강연실 △예비창업자 전용공간 △사회적기업 사무실 △스마트팜 등으로 조성돼 있다.

지역 거점 마을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회대학교'(항동 소재)와 '동양미래대학'(고척1동 소재)에서도 창업교육 및 메이커스페이스 공간대여 등으로 지역청년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양미래대에서는 'IT와 기술 기반' 사업 지원을, 성공회대는 기술군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협동조합 창업' 등 폭넓은 창업 교육과 함께 창업 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에 대한 지원은 지역 내 거점대학을 넘어 진행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인 '청년주택 청춘다락방(오류2동 산 43-40번지)'이 대표적 공간이다. 

경인로변 서울가든빌라 맞은편에 위치한 '청춘다락방'은 청년주택 106세대와 도전숙 43세대, 청년 공간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도전숙이란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의 줄임말로, 신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사업가들이 주거와 사무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이달 첫 주 완공을 마친 뒤, 현재 안전 평가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개소 시 청년공간 등은 일반 미입주 청년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8월 (전)한일시멘트(개봉1동, 개봉로23길 10. 개봉사거리 방향)자리에 건립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단지 내에 신축된 '개봉지구 임대산업시설'에도 청년들의 창업공간(가칭.개봉메이커스페이스)이 올 하반기 개소를 앞두고 있다.

 

■ '빛좋은 개살구'  비판

구로구 내에 청년관련 시설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 청년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청년들의 공간이 모두 '청년 일자리'로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로지역 내 청년시설과 관련해, 최수민씨(구로3동)는 "청년공간들이라는 대다수의 공간들이 '미취업 청년'을 위해 '일자리 안내 및 업무능력 강화 교육을 하는 플랫폼'이거나 '청년 창업가'를 위한 공간이 대다수라 일반적인 '기취업자'들에게는 이용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구로구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구로구 토박이 정재헌씨(26,고척동)는 "청소년 시설들은 지역과 상관없이 이곳저곳 많아 접근성이 뛰어난데, 구로구에 있는 청년시설인 '청년이룸'은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천왕동'에 있어 시간을 내어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씨는 프로그램 운영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씨는 "(청년시설)센터들의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평일 낮'에 교육돼 직장인들은 참여할 수 없는 (빛 좋은)개살구식 프로그램"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씨는 "청년기관들이 이용대상을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를 '청년'이라고 일컫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미취업자이기 보다 기취업자"이라면서 "'청년공간'이라 만들어놓고 '청년들이 이용할 수 없는 시간대 운영'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소 느껴온 의견을 밝혔다.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 컨벤션 기업에서 근무 중인 김지원(28,구로3동)씨 또한 청년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김 씨는 "컨벤션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트렌드 파악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청년들의 교류가 필수적이라 생각하는데, 청년들이 이토록 많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청년 소통공간'하나 없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며 "인근 자치구인 영등포 금천구에 있는 청년공간 무중력지대에서는 각종 세미나와 청년활동 등이 같이 이뤄지고 실제로도 청년들이 센터를 통해 많이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로구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건지, 구축돼 있다면 홍보가 안돼서 다들 모르는 건지, 지역의 청년들이 구로가 아닌 구로 밖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년공간이 만들어지고 지원되고 있지만 지역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장에서는 '취업 위주 활동' '접근성 불편'등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구로지역 청년들이 '청년 시설'과 '청년 활동'을 찾아 지역 밖으로 떠돌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청년시설' 계획과 운영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