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택배함 지점별 이용 '천차만별'

1인가구 시대 높아지는 관심 속 접근성 등 지적도

2021-05-14     정세화 기자

 

"아무래도 여자 혼자 사니까, 택배 기사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게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요즘은 혼자 사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도 많이 일어나고, 택배에 적힌 개인정보 공개로 범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안심택배함'을 자취시작하면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졸업 후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홀로 상경해 어느덧 자취경력 4년에 달하고 있는 강 모씨(28, 구로2동)는 수년간 '안심택배함'을 애용해오고 있다. 

"혼자 살게 되면서 가장 주의하는 점은 위험으로부터 경계심을 갖고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예방하는 것"이라는 강씨는 "비교적 다세대가구에 비해 범죄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1인 가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안심택배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5월현재 13곳 운영중 = 이용자들 사이에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할만큼 안심택배함이 호평을 끌고 있다. 

안심택배함이란 2013년 서울시가 여성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 만든 '여성안심무인택배함'으로, 구로구에는 2014년 △구로역1번출구(구.AK백화점 입구)를 비롯 △구로구민회관 사무동 △궁동종합사회복지관 주차장 △구로2동 주민센터 △구로구민체육센터등 5개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1년 5월 현재, 구로구내에 설치된 '안심택배함'은 총 13개소.

△구로2동주민센터 △구민체육센터 △구로구민회관 △구로역 NC백화점(구.AK플라자) 입구 △궁동 종합사회복지관 △서울메트로 대림별관 △구로구시설관리공단 △개봉동 중앙경로당 △온수동 공동이용시설 △오류1동 텃골 공영주차장 △구로셀프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가리봉동 주민센터 △동양미래대학기숙사에 설치되어 있다. 

무인택배함은 서비스 사용자가 원하는 무인택배함 장소를 선택해 해당 주소로 주문하면 물품 배송일시, 인증번호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받게 된다. 이후 지정된 보관함에 휴대폰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해 물건을 수령하면 된다.

보관 기간은 이틀간 무료이며, 기본시간이 초과 될 경우 하루에 1,0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지난 13일(목) 서울시가 구로타임즈에 밝힌 2020년 구로구 '안심택배함' 평균 이용률은 35.2%이다. 서울시 전체 평균이용률 40%에 비해 4.8%p 낮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로구의 경우 안심택배함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점으로는 구로2동주민센터지점이라며 48.3%"라고 밝혔다.

이용율이 가장 낮은 곳은 가리봉동 주민센터 지점으로 5%에 불과했다.

지점별 이용율과 수요정도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주민들 "접근성, 젠더인식 개선돼야" = '안심택배함'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만큼이나 보다 나은 이용편의를 위한 다양한 개선요구도 나오고 있다.

안심택배함 이용주민인 강 모씨(28, 구로 2동)는 "안심택배함을 이용하면 집주소 노출 등의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어 좋지만, 이용 빈도수에 비해 택배함이 다소 애매한 곳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씨는 "평소 출퇴근으로 구로역 또는 대림역(서울메트로 대림별관) 택배함을 이용하곤 하는데, 택배함이 다 차있을 경우 다른 택배함으로 (배송) 부탁드리려 하면 인근 택배함 간의 거리가 멀어 불가한 경우가 종종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안심택배함'의 위치 및 접근성과 관련한 이같은 지적은 강 모씨 뿐만이 아니었다.

오류1동에 위치한 충청남도학생기숙사를 이용 중인 A양도 '안심택배함' 사용 경험에 대해 "사용해본 적은 있으나 구로구에서는 사용해본 적 없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A양은 "우선 충남학사의 경우 택배를 받을 수 있고, 만약 이곳에서 택배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면 '안심택배함'을 이용할 거 같은데 오류동에 있는 택배함은 너무 멀고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며 "대부분 1인가구인 오피스텔은 이쪽(충남학사)에 더 많은데 왜 뜬금없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택가(텃골) 한 가운데 택배함이 설치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오류역앞과 오류1동주민센터 일대를 따라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가 밀집되고 있는 오류1동의 경우, '안심택배함'은 이같은 오피스텔 일대와는 다소 떨어진 '텃골 공영주차장'옆에 위치해 있다.

구로타임즈가 지난11일(화) 오후 1시경 방문했을 때 '텃골 공영주차장 안심택배함'은 19칸의 택배 함 중 '4칸'만 이용되고 있었다.

'안심택배함'의 설치기준에 대해 서울시 측은 "△여성1인 단독가구의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 △관공서 및 공공시설이 가까운 곳 △이용자들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자치구에서 추천한 장소'에 설치된다"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아마도 여성 1인 거주 비율이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답변했다.

안심택배함 설치 기준의 우선 순위중 하나가 '여성 1인 단독가구 거주비율'인 것. 이는 관심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안심택배함이 여성만의 전유물인가'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심택배함'의 초기 명칭인 '여성안심택배함'은 남녀노소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인 택배함이지만 '여성'이라는 성별을 특정해 수년간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로주민인 김재현씨(20대 초반, 구로5동) 또한 "몇 년 전 구로역에 처음 택배함이 들어서 호기심에 유심히 봤는데 '여성안심택배함'이라는 명칭을 보자마자 '여성만 사용할 수 있고, 남성은 사용할 수 없는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현재 '여성안심택배함'에서 '안심택배함'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하나, 여전히 택배를 찾는 안내 스크린에는 '여성안심특별시' 등의 문구가 크게 기재돼 있어 1인 가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한쪽 성별에 치우친 '젠더적 역차별'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3년 서울시의 '여성안심택배함'이란 명칭사용으로 인해 수년간 김씨와 같이 '특정성별 이용을 강조함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지난 2020년 1월 '여성안심택배보관함'을 '안심택배함'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애초 사업 취지가 1인 여성가구를 위한 택배 보관서비스였으나,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가능하기에 지난 2020년 명칭을 변경했다"며 "여성 안심특별시는 서울시의 슬로건 중 하나일 뿐, 남성과 여성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니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