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치과' 진료중단 1년... "장애인은 고통속 발동동"

2021-04-29     정세화 기자

"30대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을 케어하고 있는 부모입니다…코로나 상황으로 1년여 이상 장애인치과가 운영되지 않아 이가 아픈 장애인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애도 현재 치료가 요구되나 진료를 받을 곳이 없어 하루하루를 스트레스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주변에 치과는 많이 있지만 장애인 치료(는) 전문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달 전인 지난 3월 27일(토) 구로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이다.

장애인자녀를 둔 여모씨가  '장애인치과를 재 운영 해 달라'고  올린  간곡한 호소글이다.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자녀를 돌보고 있다는 주민 여 모씨는 지난해 유례없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1년여 동안 구로구보건소가 운영해오던 '장애인치과'가  문을 닫아 자녀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1년 이상 어떤 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는 구청의 조치에 장애인 보호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치과'는 구로구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1~3급)의 구강건강을 위해 구로구보건소에서 실시해 온 진료서비스.  

구강검진을 비롯해 △치아 홈메우기 △스켈링 △잇몸치료 △발치 △충치치료치과 진료 등을 무료로 진행, 호응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지난해 2월 25일부터(화) 1년여 째 중단되면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장애인의 돌봄케어가 사각지대로 몰려 더욱 취약해졌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사각지대속 방치" =  장애인치과 운영이 중단되면서 겪는 불편은 여모씨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학생 발달장애 자녀를 둔 김영애(수궁동)씨도 불편함과 속상함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구로구에) 장애인치과가 운영돼 너무나 편리했지만, 지난 1년여 간 장애인 치과가 문을 닫으면서 장애인들의 구강 건강은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치과 치료는 일반 치과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한 김씨는 "아이가 어릴 때야 아동치료 전문기관에서 그물 침대로 된 곳에 몸을 묶어가며 치료했지만, 아이가 성장한 후는 그마저도 불가능해 일반 치과에서는 치료를 하려 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에 "구로구보건소에서 운영했던 장애인치과의 경우는 장애인 치료에 익숙하고, 비교적 다른 치과병원들에 비해 진료시간이 여유로워 아이가 치료에 대해 거부하고 겁을 먹더라도 의료진들이 달래주고, 토닥여가며 수월하게 치료했었다"고.  

장애인 치과운영이 중단되다보니 실제 겪은 어려움이나 마음고생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경 아이가 이가 아프다고 해서 인근 치과들과 장애인 치료가 가능한 곳을 찾았지만 다들 '불가하다'는 말만 해 결국 왕십리(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시장애인치과'를 이용해야 했다"는 김씨는 그러나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의 특성상 '전신마취'가 필요했고, 전신마취 치료의 경우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에, 정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아이는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픈 이를 참아가며 생활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재정적 부담도 문제다.  

김씨는 "기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진료는 '무료'였는데, 왕십리 (서울시)장애인치과는 비급여 항목이라 재정적 부담도 컸다"며 "접근성도 멀고 예약기간도 길고, 경제적 부담까지 짊어지게 되니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보건소의 입장은 이해하나,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주 1회라도 운영해 정기검진이라도 자주 받았다면 이 같은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거란 원망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건소 "코로나19로 중단" =이와관련 구로구보건소는 "코로나19로 인해 보건소 업무가 중지됨에 따라 '장애인 치과'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장애인들이 장애인치과 이용을 요청할 경우 '서울시장애인치과' 및 '서울대학 치과병원 2개소(종로, 관악)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부서인 구로구보건소 의약과는 "기존 보건소에서 진행한 장애인치과의 경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보건소가 코로나19 대책본부로 (운영돼) 코로나감염위험이 높은 민원인이 많이 방문해 △면역력 약한 장애인들의 감염이 우려되는 점 △비말이 튀는 치과 치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코로나 상황 속에서 보건소 내 진료가 불가하다고 판단된 점 △기존 치과치료를 담당하는 치과선생님을 포함해 보건소 내 의료 인력이 접종센터 및 이상반응대책반, 역학조사반, 코로나19 상황실 등으로 투입되어 있는 비상체제인 상황 등으로 '장애인치과 운영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의약과측은 이어  "코로나19 위기상황과 더불어 백신접종 등 보건소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장애인 치과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는 불편하시더라도 '서울시 장애인치과(성동구)' 및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종로, 관악)를 이용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책적 대안 시급"=그러나 장애치과 운영이 오랫동안 중단된 것과 관련해  장애인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선에서도 나오고 있다. 

구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동수 대표는 "보건소의 배려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더욱더 숙련된 기술이 요구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동수 대표는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일반인들과 같이 일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문제가 안 되지만, 발달장애의 경우 작은 고통도 크게 느끼는 경우가 있어 몸을 묶고 (치과)치료를 진행할 정도로 치료를 받는 장애인에게도, 치료를 하는 의료진에게도 꽤나 힘든 치료"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구로구의 경우 타 자치구에 비해 굉장히 빠르게 장애인을 위한 복지로 '장애인 치과' 사업이 진행됐지만 현재 코로나로 인해 중단돼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하다'는 답변만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치료가 가능한 봉사자들을 찾아 '가정 내 방문'을 통해 '방문치료'가 불가능 하다면 '정기검진'이라도 진행하는 등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또 "장애인들의 치과치료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문제보다, 장애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며 "치료비용에 대한 어려움으로 겁을 먹어 이런 제도조차 몰라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여전히 매우 많다"면서 "코로나 상황 중에 보건소 '장애인치과'를 운영할 수 없다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들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최소한 이러한 좋은 제도들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려 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구로)구가 나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속에 사각지대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불편이  당연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