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폰 고장났어 문자 줘" 교묘한 보이스피싱 '기승'

2021-04-23     정세화 기자

"엄마, 내 폰 고장났어. 여기로 문자해 줘".

최근 구로지역에 살고 있는 한 주민(50대)의  핸드폰에 느닷없이 뜬  문자 한 줄.  

보이스피싱으로 파악돼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황당하기만 했다고 전해주었다.  

최근 들어 지역내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구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구로경찰서를 통해 접수 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총 380여건에 달한다.

이같은 신고건수에다 연루된 조직원까지 검거해 송치된 것까지 포함하면 400여건이 넘는다.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매년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피해 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사기방법 또한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서민들을 울리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때로는 '상상이상'이다.

자녀와 부모를 사칭한 메신저 피싱부터 검찰과 경찰 사칭, 구글 기프트카드 사기 등 불특정 주민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죄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경, 금감원 사칭
어느날 갑자기 핸드폰에 뜬 메시지 하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입니다. ooo씨는 금융사기에 연루되어 본 검찰청에 o월o일 출석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070-0000-0000으로 전화 바랍니다."

이처럼 검찰 등 기관을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 현재 신고 된 보이스피싱 중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유형이라고 한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검찰이나 경찰,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사칭해 주민들에게  '당신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며 잔뜩 겁을 준 뒤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현금을 인출해 '우리가 보낸 검찰, 경찰, 금융감독위원회 직원에게 전달하면 된다'"고 하는 방식을 쓰고있다.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이 현장으로 나가면, 사기단은 의심 받지 않도록 양복차림에 공무원증까지 사칭한 위조신분으로 와서 돈을 갈취해간다고.  

구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정부기관은 절대 현금 지급 및 계좌이체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속지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서민 울리는 '대출현혹'  
힘든 서민을 상대로 한 저금리 등의 대출 현혹 보이스피싱도 적지 않다.  

이같은 피해는 노인층에 비해 디지털에 익숙하나 여유생활자금이 부족한 20~30세대 청년층과 중장년층에게 오히려 많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고. 

경찰 관계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2030세대와 주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제1금융권 직원이나 제2금융권, 대부업체 등을 사칭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출 해주겠다는 미끼를 던져 피해자들을 현혹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신용등급이 낮다보니, '신용등급을 올려야 저금리대출이 가능한데, 신용등급을 높이려면 거래량이 필요하니 특정 계좌에 현재 갖고 있는 돈을 입금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대출이 가능하다는 수법들을 이용해 계좌 입금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업자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대출 받기 위해 제1금융권 통장이 필요하다며 대포통장을 만들도록 하기도 한다고.
 
◇재난지원금  '미끼문자'    
코로나19 이후 지원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구글플레이스토어 결제 등과 관련한 '미끼 문자'를 보내 사기 치는 신종 수법도 잇따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사업이 접수됐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biy.rnfh.com'".

이같은 문자를 받고  인터넷 링크주소를 누르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수 있다. 

이는 구글플레이스토어나 가상결제시스템의 결제완료, 택배발송 지연, 기프트콘 도착 관련 문자 등도 마찬가지.

'알수 없는 링크주소'와 함께 발송된 이같은 문자들의 경우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기관이나 제1금융권을 비롯한 친숙한 이름의 기업을 사칭해 문자로 보낸 인터넷 주소를 접속하는 순간  악성프로그램이 휴대전화에 설치될수 있어,  애초에 접속하지 않고,  정부사이트 홈페이지나 기업 본사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경찰이 전하는 예방법이다. 

휴대폰에 설치된 악성프로그램은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 연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 링크에 접속한 피해자들이 별 다른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돈을 입금하면서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 피해규모 '천차만별' 
날로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구로경찰서는 " '엄마 나 폰 잃어버렸어' 등의 가족을 사칭한 메시지 피싱의 경우 소액 20여만원부터 금감원, 검·경 사칭과 같은 보이스피싱의 경우로 1일 최대 이체금액 8천여만원까지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이스피싱 관할 수사팀인 구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검거해도 이미 피해금액은 대포통장 등을 통해 거미줄처럼 여기저기로 분산돼 되찾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임을 강조했다.

특히  △알 수 없는 링크 접속하지 않기 △정부기관은 절대 금융거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인지하기 △문자, 전화를 통한 금융거래 요구시 112에 먼저 문의하기를 생활화 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피해가 의심될 경우 통화내역을 반드시 녹음하고, 경찰청과 금융감독 위원회가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https://phishing-keeper.fss.or.kr/fss/vstop/main.jsp)에 접속해 피해사례 등을 살펴보며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구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