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개표결과 분석] 민심의 선택, 이제 서울시장이 응답할 때

2021-04-12     김경숙 기자

 

구로 민심의 과녁은 '심판'이었다. 일년 전 총선 당시만 해도 사상유례 없는 코로나19등으로 인해 국정안정론에 힘을 실어주었던 지역유권자들은 이번에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7일(수) 실시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구로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60)는 53.2%를 득표해 43.7%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61)를 9.5%P 차로 이겼다. 

서울 25개 전역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서울전체 득표율 57.50%를 받은 오세훈 후보는 구로구에서 서울전체보다 4.5%P 낮은 득표율을, 박영선 후보는 서울전체 득표율 39.18%보다도  4.52%P 높은 득표율을 구로구에서 받은 것이다.  

권역별로 보면 오세훈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높은 서초구 강남구 등 동남권과 양천구 영등포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고,  박영선 후보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등 양천구를 제외한 서남권과 은평구 마포구등 동북권에서 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받았다. 

구로구에서도 2개 선거구별로 보면 3% 안팎의 근소한 차이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구로(을)보다 구로(갑)에서, 박영선 후보는 구로(갑)보다 구로(을)에서 조금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지역현안들이 쌓여 가고 있는 구로(갑)의 지역상황, 구로(을)지역 국회의원 3선 연임을 한 박영선후보의 지역적 연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레드카드'  꺼낸  구로 민심  
 

구로구내 동별 득표율을 보면 16개동 가운데 오세훈 후보는 수궁동 신도림동 등 14개동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박영선 후보를 이겼다. 이에 비해 박영선 후보는 항동과 구로3동 등  2개동에서만 오세훈 후보를 앞섰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앞선 동은 5개동인데, 이중 2개동이 구로구에서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동은 수궁동(58.9%)과 신도림동(58.8%)이었다. 다음으로 고척1동(55.9%) 개봉1동(55.6%) 오류1동(55%) 개봉2동(54.4%)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지난 수년사이 지역숙원이나 현안 해결을 촉구해오던 동네이거나 아파트밀집지역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수궁동의 경우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지난 두세차례 선거에서 전체적으로 민주당쪽의 손을 들어주던 곳인데,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수궁동내 6개투표소 모두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가 '싹쓸이'했다.  이 중 수궁동제1투표소(궁동 청소년문화의집 지하1층 강당)의 경우는 오세훈 후보 투표율이 무려 76.6%에 달했다. 이는 오세훈 후보가 구로구16개동 99개 투표소에서 받은 가장 높은 득표율이기도 하다. 

수궁동은 오세훈 후보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상대 후보인 박영선 후보로서는 16개동 중 가장 낮은 득표율(38.3%)을 받은 곳이 됐다. 특히 오 후보가 70% 넘는 득표율을 받은 수궁동제1투표소에서 박 후보는 21.3%의 가장 낮은 투표율을 받았다.  

아파트가 밀집돼있는 신도림동(구로을)도 오세훈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오세훈 후보 58.6%, 박영선 후보 39%로 19.6%P 차이가 났다. 신도림동의 경우는 사전투표는 물론 선거당일 운영된 총8개 투표소에서도 오세훈 후보가 휩쓸었다.  오 후보는 57.3%(신도림제5투표소, 신도림초 영어실)부터 68.4%(신도림제8투표소, 대림4차 아파트경로당)의 높은 득표율을 받았다.

반면 박영선 후보는 투표소별로 29.9%(신도림제8투표소)부터 45.6%(관내사전투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이긴 동은  항동(구로갑)과 구로3동(구로을)이다.  

항동에서 박 후보는 48.9%를 받아, 47.6%를 받은 오세훈후보를 1.3%P(96표)의 근소한 차로 이겼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사전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56.2%로 오세훈 후보 40.8%보다 무려 16.2%를 앞섰지만, 선거당일 3개 투표소 득표율에서는 43.9%(박영선후보)대 52.1%(오세훈후보)로 오세훈 후보에 비해 8.2%P 낮았다.  서울광명 지하고속도로 건립 관련 안전대책 등에 대한 주민들의 고민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로3동은 구로구에서 민주당 최대 텃밭이라 불릴 정도로 역대 선거 때마다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던 동네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구로(을)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선 후보의 체면을 세워 준 동네가 됐다.  구로(을)지역 7개동 가운데 유일하게 박영선 후보가 과반이 넘는 52.2%의 득표율을 준 것이다.

이에 비해 오세훈 후보는 구로3동에서 44.4%를 받았다.

구로3동 관내사전투표에서도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후보 보다 20.4%P나 높은 5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거당일 구로3동 투표소별 결과는 기존 선거 때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동 투표소 7곳 중 4개소에서만 박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섰고, 3개 투표소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오히려 박영선  후보를 이겼다. 

구로3동은 10년 전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지난해 총선때도 6개투표소 모두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했던 곳.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7곳중 4개 투표소만 민주당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후보간 득표율 격차도 1년 전 20.30% 안팎에서 3,4%선으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흔들림 없던 구로3동에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현재 구로3동은 구로디지털단지를 끼고 있는 동네로 젊은층과 오피스텔 등이 늘어나면서 외부층 유입과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투표는 박영선 '우세'

선거일투표는  오세훈  '우세

이틀간의 사전투표와 선거 당일 투표를 포함한 총 3일간의 투표결과를 보면, 사전투표는 박영선 후보가, 선거당일 투표소 투표는 오세훈 후보 '압승'으로 각각 나타났다. 

오세훈 후보는 동별 관내사전투표에서 16개동 가운데  4개동(신도림동, 고척1동, 고척2동, 개봉1동)에서만 박영선 후보를 앞섰고, 박후보와 동일하게 나온 수궁동을 제외한 나머지 11개동은 박영선 후보에게 졌다. 

이에 반해 선거 당일 99개 투표소 중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이긴 오류2동 제7투표소(천왕초 강당2층)와 구로3동의 3개 투표소 등 4개투표소를 제외한 95개 투표소에서 오세훈 후보가 모두 최다득표를 했다.

박영선 후보는 관외사전투표는 물론 관내 사전투표 16개동 중 개봉3동 오류1동 구로3동 구로4동 등 11개동에서 오세훈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는 지난해 총선 때 처럼 사전투표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사전투표 참가자는 투표자 4명중 1명꼴로 총선 당시와 비슷했지만,  지난해 민주당후보들이 16개동 전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상대 주요후보와 20% 안팎의 격차를 벌리며   6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여유있게 당선되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동별 관내사전투표에서 후보간 격차가 평균 2,3%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구로지역의 이같의 표심의 변화에는  LH사건이나 정책불신 등도 있겠지만,  날로 심화되는 지역간 불균형과 불편, 주민의 삶과 관련한 산적한 지역현안에 대한 무관심성 방치 등으로 지역정치권에 대한 염증 등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지역주민들이 보낸 메시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응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