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소리] "공공개발 원한다는데 웬 도로개설"

구로구청, 지난10일 '도로결정(안) 열람공고 오류시장 소방도로, 먹자골목 2곳 주민 상인들, 공고 방식 등 '형식적' 지적도

2021-03-22     정세화 기자

 

지난 11일(목) 오류시장 내  도시계획시설(도로) 결정(안)에 대한 열람공고가 나오자, 오류시장 상인들은  "또 다시 구청이 직접 나서 민간사업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려한다"며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구로구청이 홈페이지 등에 공고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에 따르면 오류시장 옆 이른바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오류동 36-8번지부터 6-2번지구간과  오류시장내 '소방도로'로 알려진 오류동 25-41번지부터 38-29번지등 2개 구간에 폭6M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현재 먹자골목 구간은 폭 5M정도로 차도로 이용되고 있고, 오류시장부지내 소방도로 예정지는 현재 오류초 경서농협앞 삼거리와 대호정골목으로 이어진 보도로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 "도로 막을 땐 언제고…"

오류시장 상인회 김영동 회장은  지난 16일(화) 구청의 이번  도로결정(안)과 도로공사계획 등에 대해  "지난 2010년 초반에는 (오류시장내 25-41~38-29구간)소방도로를 폐쇄하려해 주민들이 진정서까지 내가며 지금의 도로를 지켜낸 것인데, 이제 와서 무슨 저의로 저 도로를 확장하려 하는 것인지 구청의 속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효숙 오류시장공공개발을 위한 주민상인대책위원장도 한숨을 내쉬긴 마찬가지였다. 

서 위원장은 "상인들이 원하는 공공개발 쪽으로 진행하면, 인근 충남학사처럼 자연스레 소방도로와 같은 널찍한 도로가 완성 되는 것인데 구청이 나서서 이번 도로를 90억 가량 들여 만들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공공개발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또 오류시장내에 소방도로를 6M로 만들게 되면 건물들을 자를 경우 2층으로 구성된 오류시장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먹자골목쪽 도로는 좀더 확장할 경우 가게가 잘려나갈수 있다며 상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류시장상인회 김영동회장은  "오류시장이 수십 년간 지역을 대표하는 저잣거리로 전통과 역사가 가득한 곳인데, 지난 수년간 민간사업자들이  시장정비사업 한다며 상인들 내쫓고 시장 토지를 쪼개기 하면서 옛 명성은 사라지고 상처 깊은 상인들만 시장을 지키고 있다"면서 현재 동네주민과 시장상인들이 가장 시급하게 바라고 있는 것은  가리봉시장일대처럼 관이 나서 공공개발로 시장을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도로'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도로 결정(안)의견수렴과정과 관련한 주민으로서 느끼는 문제들도 지적됐다.

 

◇"나는 알려줬소?"   

서효숙 위원장은 "이런 중차대한 일을 주민공청회 하나 없이 진행할수 있느냐. 게다가 (열람공고 안내문을) 주민등록상의 주소지가 아닌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주소로 보내 실질적 토지소유자들은 실거주지 등에서  등기(열람공고)를 받지 못해 현재 이곳에 도로가  생길 계획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주민의견을 듣겠다며 주민공청회도 없고 이런 종이 한 장 실거주지로 보내지 않는 것은 '나는 어쨌든 알려줬소'라는 태도의 기만적 행동"이라고 날선 지적을 내놓았다.

또 다른 도로결정(안) 대상인 먹자골목 방향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도 구청의 이번 도시계획시설 결정(안) 열람공고 안내에 대해 실망을 나타냈다.

'이해관계자'인 상인으로서 안내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도로 확장으로 인해 우리가게가 잘릴 지 앞 가게가 잘릴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청은 세 들어 사는 상인들에게도 제대로 된 안내조차 없었다"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는 계획단계라고 하나, 이 곳에 있는 주민들은 생계가 달린 큰 문제라  토지소유자가 아닌 세입자들에게도 안내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구청에 전화를 했었다는 A씨는 "도로와 시장 개발은 별개라고 구청은 이야기하지만, 그건 안일한 구청의 판단일 뿐"이라며 "생계가 달리고 몇 년간 상처받아 예민해진 시장 상인들에게 도로 개발 계획은 모두 시장 개발과 연관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게다가 오류동의 특성상 노인들이 대다수인데, 이런 종이 한 장 보내 주민 의견을 받는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일일이 확인하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 토지소유자 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인데 누가 나서서 제대로 반대의견 하나 낼 수 있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공공개발에 힘실어야"

구의원들 속에서도 이해할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로구의회 행정기획위원회 소속의  박평길 의원(2선, 국민의힘)은 "90억이란 거대한 예산계획으로  주민들과 민간업자가 갈등하고 있는 이 시기에 도로공사 계획을 진행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관이 민간시장 정비 사업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오류시장의 경우 수십 년간 역사가 깊은 전통시장인데, 지역의 역사를 살리기는 커녕 지나치게 관이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관내에 공공개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고척돔의 경우만 해도 대형 쓰레기 매립장이었는데, 당시 민간에서는 골프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걸 서울시와 구로구가 나서 고척돔으로 만들었다"며 "현재 고척돔이 야구 경기 뿐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좋은 사례가 있듯, 오류 시장 또한 관이 나설거라면 도로개발로 주민 불안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공공개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 "민간시장정비사업과 무관"

이에 대해 지난 17일(수) 구로구청 측은 "이번 도로 계획안 공고로 인해 주민들에게서 민간시장 정비 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민원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구로구청은 이번 (소방)도로 신설 계획이 전혀 민간의 시장정비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소방도로 신설 계획은 지난해 7월 소방도로계획 시효가 만료되어 올해 신규 사업 계획안으로 상정되게 된 것"이며 "도로를 구축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비 사업 아닌 '도로 인프라 구성'을 위해 계획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992년도를 시작으로 2005년까지 현재  소방도로를 계획 중인 (오류시장부지내)도로를 제외하고 오류동 일대에 대해 주변 도로 개설 및 정비가 완료되었다"며 "이에 오류시장 내 소방도로와 먹자골목 또한 도로 인프라를 구성하기 위해 계획된 거지 '시장 정비사업과는 별개'임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도로확장시 건물에 미치는 영향으로  시장건물  붕괴위험과 세입자상인들의 생업터전 문제와 관련한 주민과 상인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먹자골목 쪽 도로는 현재 (폭) 5M 도로이기에 1M정도를 더 확보해야 하나, 도로 측량이 이뤄진 부분이 아니라 현재 잘려나가거나 잘려나가지 않는다고 확답을 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업을 실시한다면, 구에서 붕괴를 막고 보다 안전하게 착공할 수 있도록 모든 기술과 노력을 들여 안전히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업은 결정된 것이 아닌 주민 의견을 듣고 있는 주민 열람 공고 기간이며, 사실상 열람공고 알림 자체가 공청회 성격을 띠고 있다"며 "도로공사의 특성상 주민의견과 구의 사업이 대립되면, 주민 의견이 적게 반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류 시장 도로공사와 관해) 주민들이 원하신다면 언제든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주민의소리 경청해야" 

이와 관련해  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소속의 김희서 의원(2선, 정의당)은 "사실상 구로구청은 도로공사와 시장 사업이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지만, 주민들의 삶에서는 이건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공공개발과 민간 시장정비화사업이 대립하는 이 시점에서 도로문제는 삶과 시장 지키기와 연결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런 예민한 문제일수록 '도로개발'일 뿐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토지소유자, 세입자, 일반 주민 모두 모아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열람공고문 하나로 주민 의견 수렴했다는 소극적 행정을 취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공사한다면, 도로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오류동 주민 모두를 불러 '공청회'를 열고 '주민과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구청이 주민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