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꾸러미 논란

"몸에 안 맞는다" 지원 방식 변경 지적도

2021-03-05     정세화 기자

"학교에서 생리대 꾸러미를 받았어요. 중형 2팩이랑(36개) 면 생리대 3개 정도. 지급받은 이 브랜드는 예전에 썼는데 발진이 일어나서 그 뒤론 안 써요. 면 생리대는 (빨아 쓰기)불편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다 싫다 의견이 갈리고요… 학생 모두 몸 상태가 다르고 사용하는 브랜드도 다른데, 개인이 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생리대를 구입할 수 있는 쿠폰(바우처)을 지급할 순 없나요?"

구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양은(19, 구로5동) 학교에서 받아온 생리대 꾸러미를 늘어놓으며, 개인이 몸에 맞는 여성용품을 선택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을 토로했다.

구로구는 2019년 제정된 '구로구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에 따라 지난해 10월 구로구관내 11개 고등학교와 구로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12개 청소년기관 화장실에 생리대보관함 78대를 설치해 지역내 청소년 4000여명에게 생리대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수 급증으로 인해 등교가 제한되자 구로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생리대 꾸러미를 만들어 12개 기관에 재학 중인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했다.

생리대 꾸러미 속 생리대로는 유한킴벌리사의 제품으로 중형 36매와 대형16매, 면 생리대 3매가 지급된다.

 

가정으로 보내준 생리대꾸러미와 관련해 학생들 반응 또한 다양했다.

구로타임즈가 최근 생리대 꾸러미를 지급받은 구로지역내 여학생과 학부모 15명에게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약 40%(6명)가 '만족 한다'고 답변했으며, 46.7%(7명)가 '취지는 좋으나 학생들이 제품을 직접 선택했으면 좋겠다', 나머지 13.3%(2명)가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취지는 좋지만 제품선택권을 주면 좋겠다는 이들은 "기프티콘(쿠폰)이나 바우처 같은 형식의 실물 쿠폰을 개별 지급해 학생들이 직접 몸 상태에 맞게 관내 마트나 지정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관련 구로구청 측은 "생리용품 보편지급은 학교에 생리대를 비치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우선시 된다"며 "생리대 꾸러미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할 수 없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아이들의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제품 브랜드와 크기 등을 고려해 제공한 것"이라고 생리대 꾸러미를 지급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생리용품을 바우처 등으로 개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요구와 관련해 "바우처 변경 계획은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구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예산이 1년에 5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바우처 변경 시) 예산이 3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시에서 (진행)하는 (생리대 바우처 지급 사업의) 추이를 보고 사업 계획 변경을 고려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구로지역 여성생리대 보편지급조례 제정 등에 참여해 온 남서여성환경연대 더초록의 조미순 대표는 "학업에 증진하는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기 아이들의 몸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생리용품 또한 일반 일회용 생리대, 면생리대, 생리컵, 탐폰 등 다양하다"며 "관내 여성 청소년에게 전원 바우처 전달에 대해 예산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긴급 생리대 비치는 학교에 필수적으로 하되, 고3을 대상으로 6개월간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청소년 생리용품 지급 예산을 매년 확보해 지원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 '보편지급'이 걸어 가야할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