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소리] 거리는 적막 … 주민들 '불안'

병원 환풍기 우려 이어져, 상인들 "죽기직전 폐업준비"

2021-02-26     정세화 기자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된 '미소들요양병원' 인근

"많은 사람들은 지난 해 미소들병원 환자들이 모두 전원(병상 및 병원 이동)처리 됐다는 언론 보도에 상황이 종료된 줄 알겠죠. 하지만 개봉1동 주민들은 여전히 미소들병원으로 인해 감염될까 불안에 떨고 있어요."

230여명에 달하는 확진자 발생과 전원처리 이후,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돼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일주일이 흐른 지난 22일(월) 오후 미소들요양병원(개봉1동 소재)인근.

동네에서 만난 주민 정모 씨(남, 68,개봉1동)는 미소들 병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 씨는 "미소들 병원 내 전원처리가 완료됐다는 소식에 주민 모두 걱정을 덜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 병원이 '확진자'를 치료하는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면서 분개했다.

"지난 12월 지역 내 대규모 감염 사건으로 인해 상처만 남은 주민들에게 동의 없이 저런 시설(감염병전담요양병원)로 바뀌는 것은 개봉 1동 주민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22일(월) 저녁무렵 병원 앞 주택가 길목은 적막이 흘렀다. 예전 같으면 퇴근시간이라 주민들과 아이들, 차량 등으로 북적대던 곳.

그러나 인접 길목과 상권에서는 저녁 찬거리를 구매하러 나온 몇몇의 주부와 삼삼오오 모여 있는 학생들 만이 눈에 띌뿐이었다. 

구로타임즈 취재결과 '감염병전담요양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로타임즈 2월15일자 1면 보도 참조> 미소들요양병원에는 음압병상이 총 202개 설치됐으며, 이 중 6개 병상이 요양시설 내 발생한 확진자들의 치료를 위해 사용 중에 있다.

코로나 19 집단 감염 발생 이전인 지난해 8월 인근에 옷가게를 개업했다는 A씨(여, 40대, 개봉1동)도 한숨을 지우지 못했다.

"개업 후 한동안 판매도 잘 되고, 인기도 좋았는데 12월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 발걸음마저 끊겨 장사가 되지 않아 폐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봉1동에서 자라서 이곳에 대한 추억이 많아 가게를 오픈했다"는 A씨는 "폐업을 압둔 지금,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동네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주머니' 삼인방은 "미소들병원으로 인해 개봉1동은 다 죽어버렸다"며 "미소들 병원 바로 앞에 위치한 개봉중학교 학부모들과 거성빌라 사람들은 환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혹여 감염될까 매일 걱정에 잠 못 이룬다"고 주민들 분위기를 전했다.

상인들의 고민도 쏟아진다.

한 상인은 "개봉 사거리가 그래도 개봉1동의 명동이었는데 여기 상인들 전부 죽기 직전이에요. 손님들이 집밖으로 나와야 상인들이 살지... 미소들병원 정문 옆 위치한 대형 환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혹여 감염될까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

지역주민과 학부모들 반발이 거세자 환풍구 앞으로 어느 날 커다란 철판 가림막이 설치됐지만 (사진),  여전히 주민들은 감염 우려로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25일(월) 미소들병원의 감염병전담요양병원 지정 이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약 1미터 이상의 초대형 환풍구로 바이러스가 동네 및 인근 학교로 전파될까 두렵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구로구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2월 17일(수) "해당 병원 측에 환풍구 가림막을 설치하라는 공문 등을 보냈다"며 환풍구 가림막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구로타임즈가 살펴본 대형 환풍구 앞에는 커다란 철판 가림막이가 설치, 공기를 위쪽으로 분산시키며 병원 내 공기가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미소들병원 환풍구 옆에 위치한 개봉중학교 앞을 지나가던 박모 군은(남, 16)은 "학생들 모두 바이러스가 혹시라도 공기 중에 노출될까 걱정스럽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집단 감염이니, 전담병원이니 코로나와 관련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며 (재학생 대부분) 만성이 생긴 듯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풍구를 통한 감염 확산 우려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같은 불안어린 시선에 대해 서울시 측은 "환풍구를 통해 지역으로 감염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지난 23일(화)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해당 병원 시설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진행한 후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202개 음압병상을 설치했으며, 환풍구로 바이러스가 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음압병실이란 음압을 조절하는 기계를 통해 병실 내 기압을 급격히 내려 병실 내부의 병균 및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퍼지지 못하게 하는 시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네 주민 한모 씨(여, 73)는 " 개봉1동에 나와 같은 늙은이들이 많이 살다보니 더욱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들어온 시설 이제와 반대한다고 해도 철회되지도 않을 것이고, 어차피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니 정부와 구청이 나서 주민들 불안해소를 위해 병원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