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지역 코로나19와의 '전쟁' 1년

954명 확진 무너진 일상 … 5,60대층 발생율 최다

2021-02-19     정세화 기자
지난해 2월22일 구로구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년은 일상을 잃어버린 코로나19와의 '전쟁이었다. 18일 현재 구로구 누적 확진자는 954명에 달하고 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되면서 임시선별진료소가 거리로 나오기에 이르렀다.

 

구로구 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2월 22일(월)로 꼭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한달여 만에 구로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주 미미한 '시작'에 지나지않았다. 

3월초 '신도림동 구로콜센터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개봉1동 미소들요양병원 집단감염', 설 연휴 '오류1동 해적짐 헬스센터 집단감염'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와의 사투 아닌 사투는 1년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로타임즈는 구로지역 코로나19와의 1년을 맞아 지난 360여일 구로지역사회 코로나19 현장 취재 내용 등을 토대로 구로지역 '코로나19 주요 사건' 및 주민 바람, 구대책본부의 애로사항과 대안 등을 살펴본다. 

구로구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수) 현재 구로구 내 누적 확진자는 총 954명. 이 가운데 사망자도 80~90대 어르신을 비롯 모두 9명이 나왔다.

 

이제, 마스크 없는 일상을 꿈꾼다

주민들 "정보공개 내실"
공무원 "피로속 번아웃"  

1년 전인 지난해 2월22일 외국 관광 가이드를 하고 귀국한 남성 1명이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시작 된 코로나19 '돌풍'은 1000명에 가까운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졌다. 

지난 1년동안 발생했던 구로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현황(954명)을 거주동별로 분석해본 결과 개봉1동이 10.3%(98명)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오류2동 8.8%(84명) △구로5동 8.5%(81명) △오류1동 8.2% (78명) △개봉2동 7.2%(69명) △신도림동 7%(67명) △구로2동 6.8%(65명) △가리봉동 6.2%(59명) △구로4동 6.1%(58명) △구로1동 5.7%(54명) △고척1동 5.3%(51명) △구로3동 5.2%(50명) △수궁동4.9%(47명) △고척2동 3.7%(35명) △개봉3동3.6%(34명) △항동 2.5%(24명) 순으로 나타났다. 

개봉1동의 경우는 지난 연말에 무더기로 터져나온 동네 소재 미소들요양병원 및 요양원관련 감염전파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들요양병원에서 근무 및 숙식을 해온 40~60대 간병인과 간호사 23명이 감염돼, 확진자로 포함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46.9%, 447명)보다 여성(53.1%, 507명)이 약간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가정의 가장으로 대외적 경제 사회적 활동이 많았던 5,60대 장년층과 30,40대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50대가 19.8%(189명)이었으며 △60대도 19.2%(183명)로 나타났다.

이어 △30대 14.8%(141명) △40대 14.5%(134명)△20대 11.3%(108명) △70대 10%(95명) △10세 이하 3.7%(35명) △10대 3.5%(33명) △80대 3.4%(32명)△90대 이상 0.4%(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동별로 분석한 결과, 만 0세부터 19세까지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비교적 아파트단지가 밀집되고 젊은 연령층이 많은 △신도림동 (15명)이었으며, 뒤를 이어 △개봉1동(8명) △구로1동(7명) △구로2동(7명) 등지에서 영유아 및 청소년 감염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확진에 따른 가족감염 등의 영향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70대 이상 노인들의 발병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개봉2동(16명)과 △오류2동(16명)이었으며, 뒤를 이어 △가리봉동(14명) △개봉1동(12명) △구로4동(10명)으로 나타났다.
 
◇ 집단감염 … 마스크대란

1년전 2월 22일은 토요일이었다.

주말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주민들은 구로구 내 첫 확진자 발생소식에 '기겁'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확진자 발생일로부터 33일만에 터진 구로지역 확진자는 잠시 '청정지역'이라며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며 살얼음판을 걸어오던 주민들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구로구 1번 확진자는 경북의성 등의 주민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국했다가 의성 여행객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접촉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던 가운데 '양성'으로 확인된 것.

이후 마스크대란과 전국적 신천지 교회 발 1차 전국적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며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될 무렵, 3월 9일(월) 서울시 최초의 직장 집단감염이 시작된 코리아빌딩(신도림동 소재) 내 '구로구 콜센터 관련' 집단감염이 돌연 해일처럼 구로구를 덮쳤다. 

3월 8일(일)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에 근무하던 직원이 노원구 9번 확진자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1층 콜센터 직원과 교육생 207명에 대한 검체 채취 결과 직장 내 감염확진판정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일주일 사이 가족이나 교회신도 접촉자까지 포함해 '구로구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구로구뿐 아니라 서울전역 경기도 인천등으로 이어져 124명이 나왔다.

이중 구로구 확진자는 총 20명이었으며 연령대는 40~50대 중장년층이 다수였다.

이는 다시 남편이나 자녀, 부모 등 가족으로까지 전파됐고, 8세 남아가 감염되는 구로구 내 최초의 가족전파 사례로도 기록됐다.

신천지 교회 관련 전국적 1차 유행이 시작될 무렵, 구로구 또한 종교 관련 감염 확산이 시작된다. 

구로콜센터 확진자 발생이 사그러들어갈 무렵인 △3월 26일(목)부터 터진 만민중앙성결교회(구로3동) 관련 지역확진자(구로주민 10명)에 이어 △6월에는 중국동포교회 쉼터(가리봉동) 관련 감염 확산(11명)과 △강서구 개척교회 감염 확산 (6명)△8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 확산 (12명)△12월 금천구 예수비전교회 관련 감염 확산 (7명) 등으로 교회발 크고 작은 확진자 발생이 이어진데 이어 2021년 1월 대전 IM선교회 관련 감염확산(4명)도 발생, 종교 모임 등과 관련한 감염 확산이 눈길을 끌었다. 

타지역·구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N차 감염으로 구로주민들의 확진소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5월에는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직원 및 가족 감염(5명) △6월에는 관악구 리치웨이 방문판매업소 집단 감염(6명) △12월에는 용산구 건설현장 관련(6명)확진 등 타 시도에서 발생한 직장등의 감염으로 인해 동거가족 및 지인 등 지역 내 코로나19확진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10월과 11월에는 타지역 확진자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고대 구로병원 의생명연구원 직장감염'과 '크로스핏 잭팟' 으로 지역내 확진자 15명으로 나타나, 지역사회를 긴장시켰다. 

이 사건은 최초 확진자인 강남구 343번 확진자(연구원)의 발병으로 인해 동 연구센터 연구원 4명이 2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

구로구대책본부는 이에 직장 내 감염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한 결과 헬스센터를 이용한 205번 확진자의 '크로스짐 잭팟'(구로5동소재) 이용으로 인해 해당 운동시설과 관련해 11명의 N차 및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국적 3차 대유행이 진행되던 지난해 12월에는 구로지역의 대규모 요양병원인 '미소들요양병원'(개봉1동 소재)에서 230여명에 이르는 집단감염이 발생, 지역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바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해당 시설을 이용 중인 2명이 최초 양성 판정을 받게 되자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및 의료 인력에 대해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다음날 26명의 추가 확진환자가 나오기 시작, 미소들 관련 확진자는 230여명을 기록했다.

확진자의 주요 연령층은 40~6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고령층이었다.

3차 대유행시기에 발생한 요양병원내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병동 폐쇄(코호트격리)가 이루어지면서 양성환자의 병상배정과 음성환자의 전원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이에따라 급기야 병원내 심각한 실태를 전하는 병원내 의료진의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가고, 이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앙정부의 의료진 투입 및 환자이송 조치 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최초 확진자 발생 보름 뒤인 12월 31일. 마침내 미소들요양병원내 확진환자들은 코로나19 치료병상으로, 비확진 환자는 모두 타 의료시설로 전원 이송되어 치료받게 된다.
 
◇주민 정보공개 부실 "답답'

소규모 N차 감염과 세 번의 대규모 유행 속에서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구로주민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와 구청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정책은 무엇일까.

주민들은 입을 모아 비확진 주민들의 자가방역을 위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보다 내실있는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구청이 제공하는 확진 관련 정보 및 이동 동선 정보 등이 부실하다는 지적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구로구청은 2월 22일 발생한 최초 확진자부터 지난 10월 7일 발생한 189명의 확진자 정보와 관련해 '감염경로, 증상, 거주 동, 연령, 성별'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 

하지만 10월 8일 이후 발생한 확진자 관련 정보에는 '연령'과 '성별'이 사라졌다.

올해 1월 4일부터는 확진자의 '거주 동'마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담겨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관내 동선정보에서 A상점, B마트 등이라고 내놓아 의미 없는 정보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데, 이제는 확진자의 연령, 성별, 거주 동에 대한 정보조차 나오지 않다보니 비확진자들의 자가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확진자 정보공개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대해 구 대책본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와 시행령 제 22조의 2(감염병위기 시 공개 제외 정보)에 따라 확진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연령 및 성별, 거주 동' 등을 밝힐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확진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가 사라진 지 어느덧 5개월, 주민들은 여전히 확진환자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감염병 법령 제정으로 인해 확진자의 개인정보 보호로  거주 동을 밝힐 수 없다면, 최소한 확진자가 이동한 동선만이라도 특정 상호가 아닌 지역 명을 밝혀 해당지역 주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청은 공개방법을 한 번 더 고심해 달라"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 '번아웃' 호소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방에서 주민 안전을 책임지는 '구로구 대책본부'. 

주민들 만큼이나 사실 공무원들도 쉽지 않은 1년이었다.

코로나19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지난 한 해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업무 과중 및 피로로 인해 대책본부 직원 모두 번아웃이 왔다"는 말로 정리했다.

구로구 대책본부 내 한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코로나가 터지고 새벽 2시에도 출동해 대책본부 업무를 진행한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해온 본 업무와 더불어 대책본부 일까지 맡으며, 구청의 특성상 인력이 모자라 업무시간 외까지 투입돼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외부 현장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피로도와 불안감이 누적되어 '아 나도 여기서 감염되거나, 과로로 쓰러질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고 두려움과의 싸움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구로구보건소 한 관계자는 "3차 대유행시기에 터진 미소들병원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밤낮으로 미소들병원 환자들을 전원(타병원으로의 이전)시키기 위해 지방에 있는 병원까지 연락을 했는데, 겨우 병원이 정해져도 해당 병원에 재직 중인 의료 인력들이 '미소들 환자를 받으면 사직하겠다'는 원성이 많아 전원이 취소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았다"며 "이럴 때면 미소들은 물론 구로보건소 인력들마저 지치곤 했다"고 미소들병원 처리과정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1년,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두려움으로 걸어 온 한 해. 

올해는 코로나19가 하루속히 종식되어 마스크 벗고 마음껏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지역주민과 공무원 모두 한 마음으로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