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쇠창살 ... '갈 곳 없는 어르신들'

복지관 경로당도 닫히고, 차가운 공원 거리로

2021-01-25     정세화 기자

 

유례없는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계속되고 한파마저 몰아쳐 어르신들이 갈 곳을 잃고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특히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 복지시설까지 문을 닫으면서  일상속에서 정서적으로 교류할 대상이나 공간마저 사라지면서 느끼는 심리적인 외로움과 건강문제는 더 크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명령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한파와 눈발에 변변히 앉을 곳 하나 없지만, 거리공원(구로5동)과 고척근린공원(고척2동) 곳곳에 고령의 어르신들이 나와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곤 한다. 

거리공원에서 만난 김종덕(80, 구로동) 할아버지는"5인 이상 집합금지인 거 아는데  여기라도 나오면 숨통이라도 트이니 나오는 거예요. 집에만 있으니 활동량도 없고 오히려 연골이 쓰질 않으니까 더 망가져요. 노인들 모두 이런 이유에서 여기(거리공원)라도 걸어 보려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옆자리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김철수(81, 구로동) 할아버지도 "노인들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으니 집에만 있으라고 이야기 하지만, 눈이 온 후 수도관마저 동파되고 보일러도 잘 나오지 않는 집에 홀로 있다 보면 정말 이렇게 죽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공원이라도 걷자 싶어서 나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고척근린공원에서 만난 이영호(79, 고척동)할아버지는 "집이 오히려 더 추워서 공원에 나와 따뜻한 햇볕이라도 쐬고 있다"며 "살기위해 나온 것"이라고 공원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영호 할아버지는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며 한 해 동안 야외 활동이 제한되고 그저 집안에서 TV를 보며 생활했는데, 어느 순간 TV를 보는 것 마저 벽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 집안에 갇혀버린 느낌에 호흡이 가빠왔다"고 전했다.

대부분 햇빛도 쪼이면서 서로 조심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르신들은 "올 한해 코로나로 인해 자식들 얼굴 본 지가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집을 방문하려고 하면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에 자식들도 못 오게 하고, 싸늘한 집에 자식을 부르는 것 마저 미안해 선뜻 부르기도 미안하다"는 마음 때문에 만남의 정을 나누지 못하고 있는 외로움이 짙게 배어나왔다. 

구로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구로지역내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구로구 전체 인구 (404,408명)의 11.1%인 6만9,201명. 이 가운데 23%에 이르는 1만5894명이 홀로 사는 1인 단독가구이다. 

홀로 살고 있는 박모 할머니(80, 구로3동)에게도 이번 겨울은 너무나 쓸쓸하고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

"홀로 산지 40년 가까이 됐죠.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라곤 (생활지원사) 선생님밖에 없어요. 오랜 시간 홀로 살았지만 작년같이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집밖 외출도 어려워지고, 갑작스레 몸도 아프고, 노인 일자리도 막히고..."

인터뷰 중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지난 40여 년간 자녀들과 단절된 채 홀로 반 지하 집을 지켜왔다.

수년간 허리가 아프지만 약 3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기위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길거리 미화활동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지난 여름 급성 신우염에 걸려 집에서 홀로 고열을 버텨내고 있던 중, 생활돌봄을 지원하는 생활지원사가 와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될수 있었다.

"아프고 나니(노인 일자리) 미화일 마저 할 수 없게 되니, 적은 돈이나마 수입이 막혀버렸죠.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서 돈을 벌수도 없고, 이번 겨울은 정말 힘들었어요."

박 씨의 생활 돌봄을 지원하는 구로어르신돌봄통합센터 강점화 생활지원사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독거노인과 같은 어르신들의 고립이 더욱 심해지며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어르신들의 응급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생활지원사는 "평일이면 매일같이 생활지도사가 어르신들의 댁을 방문해 건강과 동태를 매일 살피지만, 보호사가 방문하지 않는 주말이나 저녁시간 등 어르신들이 갑작스레 쓰러지시면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으니 위급상황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독거노인들의 경우는 생활지도사들이 매일 상태를 살피지만, 그렇지 못한 어르신들의 경우는 코로나19로 고립되어 사각지대에 놓여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취재 중 만난 어르신들은 소외계층에 대한 구청과 정부의 세심한 관심을 촉구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집에 홀로 갇힌 듯 추위에 떨며 사는 노인들도 많은데, 코로나 시국 속에 이들이 혹여 잘못되지 않도록 구청 공무원들이나 정부가 나서 이런 소외계층이 집에서 홀로 죽어가지 않도록 신경 써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