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공장지대에 예술을 입힌 나무공방, 악토버핑거스

2021-01-25     정세화 기자

 

소중한 사람을 위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무반지'를 직접 만들어 선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신도림동 '악토버핑거스(신도림로11길 8-10)', 그곳으로 향했다.

신도림동 아파트숲 뒤쪽 깊숙한 곳에 철공소점 등이 자리잡은 공장지대.

정적이 감도는 작은 공장들이 모인 골목안을 따라가다 보면 빨간 벽돌의 건물 한채가 눈길을 끈다.

간판이 없어 언뜻 공장으로 보일 수 있다.

붉은 철문을 열었더니, 한적한 숲에 들어온 듯 따뜻한 나무 내음이 먼저 느껴진다.

세 쌍의 커플이 사포질을 하며 완성돼가는 나무반지 모양에 연신 탄성을 자아내며 작업 중이었다. 

'악토버핑거스' 공방의 주인장인 정승주(35)대표와 황정하(34)작가가 옆에서 미소 띈 표정으로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악토버핑거스 공방은 나무를 주로 (공예품을) 만들고 있지만, 나무 뿐 아니라 금속이나 공예 등도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소재를 융합해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추구하는 공방이며 나무뿐 아니라 커스텀 액세서리를 목표로 합니다."

악토버핑거스 공방의 시그니처는 '나무반지'다.

나무반지는 금속에 비해 나무가 주는 따뜻함이 있을 뿐 아니라 착용하는 만큼 반질반질해지고 색이 깊어지는 효과가 있어 '정'이 깃들게 돼 매력적이라고.

반지 제작에 쓰이는 나무는 단단하며 색이 화려한 흑단, 유창목, 파덕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 액서사리이라도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선호하는 나무가 다르다고.

"추울 때는 어두운 나무를 선호하시고, 봄이나 여름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악토버 핑거스'라는 이름은 "열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든다는 의미"라고 한다.

또 10월 10일에 창업한 기념일이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악토버핑거스가 신도림동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지난 2015년부터.

같은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이들은 커스텀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 새로운 작업장을 찾기위해 수많은 곳을 돌며 발품을 팔다 구로지역에 안착했다.

"구로는 옛 서울 같은 정(情)이 있었다"고 한다.

정승주 대표는 "동네를 여기저기 다 돌아봤을 때, 원하는 규모와 크기, 분위기 등이 적합했고 신도림동 자체가 공단 지역이다 보니 저희와 분위기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대표는 "나무반지라는 것 자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새로운 분야였고, 당시 이쪽으로 젊은 사람들은 거의 오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이 오면서 (체험을) 하고 나면 뭔가 특별한 공간에서 만든다는 느낌, '이런 곳에도 이런 게 있구나' 같은 특별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이 구로라고 생각해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황정하 작가는 "오히려 문래동에 비해 여기는 아직도 상업화가 전혀 되지 않아 오히려 '옛날 서울'같다"며 "오랫동안 공장을 운영하신 분들이 수십 년간 계시다 보니 동네가 따뜻해 정이 들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진 않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공방이 자리잡은 빨간 벽돌 건물이 있는 곳도 공장 부지.

공장이 빠져나간 폐공장을 8개월간 직접 천장부터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해가며 리모델링을 해 완성시킨 곳이라고.

그래서 그들에게는 더욱 애착이 가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도림동 숨은 보물창고 같은 '빨간 벽돌'건물 '악토버핑거스'를 찾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고, 지역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공방도 역시 구로에서의 지역 교류 활동에 끊임없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구로문화재단의 '생활문화주간'에도 참여하고,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청소년 대상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어린 나이이지만 목공을 처음 접해보는 아이들을 보며, 이런 걸 조금 더 일찍 접해보면 자기에게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좋아 보이고, 실제로도 체험 후 목공에 흥미가 있어 '목공'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 대상의 교육을 더욱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정대표는 소망을 전했다.

신도림동 공장단지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 있는 두 작가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고객들이 1층에서 공방 체험을 하고 2층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쇼룸', 신선한 공기를 느낄수 있는 옥상으로 공방을 좀 더 가꿔 주민과 고객 모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