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네시장 장보기' 효과 미미

14개 점포 주문 하루 3~4건, 수수료·시스템·홍보 개선 시급 지적

2020-12-24     정세화 기자

 

최근 일부 전통시장에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주문배달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으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시장 현장에 맞는 세부적인 개선책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 확대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전통시장의 매출 피해를 완화하고,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것. 

이에 구로구에서는 고척근린시장이 1차 시범도입 시장으로 지정돼 지난 5월 7일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플랫폼을 통해 '전통시장 비대면 서비스'를 향한 새로운 행보를 선보였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란 인터넷 네이버(naver.com)에서 해당 전통시장의 판매 상품을 주문하면 배달을 해주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현재 고척근린시장 점포중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해있는 점포는 모두 14곳.

고척근린시장 총 점포 75~80개점(11월말 기준)중 15% 내외가 이 서비스를 도입 운영 중인 것이다. 

장보기 상품은 닭강정 및 순대 등 분식부터 부대찌개, 죽, 정육, 수산물 등이다. 

1만5000원 이상 네이버 동네시장에서 주문하고, 소비자가 배달료 4000원을 지불하면 집 앞으로 2시간 내 배송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배달 지역은 고척동이 소재한 인근 구로(갑)지역 전역이며, 구로동 등 구로(을)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고척근린시장 상인들 "비효율적"= 동네 전통시장과 주민이 인터넷 클릭으로 좀더 쉽게 장보기와 매출을 올릴수 있도록 '동네시장 장보기'가 도입된 지 7개월.

그러나 시장현장에서 나오는 상인들과 소비자주민들의 반응은 밝지 않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입점해 있다는 상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가장 큰 지적은 '수수료부담'과 '현장성 떨어진 앱'이었다.

여러 상인들은 "취지는 좋으나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외에도 쿠팡이츠, 배달의 민족 등을 이용 중이라는 상점주인 A씨(감성부대찌개)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가 소비자 이용이 가장 적은데 비해, 상인들이 부담해야하는 이용 수수료는 가장 비싸 비효율 적이다"라고 이용 소감을 밝혔다. 

순댓국 및 분식을 판매하는 타 식품가게 점주들 또한 "1000원짜리 튀김을 팔아도 우리에게 입금되는 건 900원 뿐이고, 6000원짜리 순댓국을 팔아도 정확하게 5400원만 입금 된다"며 "코로나 시국에 한 그릇이라도 더 파는 건 좋지만, 수수료 10%가 적지 않게 부담 된다"고 말했다.

수수료 부담도 부담이지만, 장사의 핵심은 소비자와의 신뢰인데 현재 관련 어플이 시장 현장과 관련한 정보를 제때, 제대로 담지 못해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점주 A씨는 "처음 시장 사업단 측에서 코로나 시대에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해 (네이버 플랫폼에) 가입하게 됐다"며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나 이용수수료는 비싼 반면 어플개발은 미흡해 소비자 또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부대찌개의 경우 맵기의 정도, 토핑 추가 및 토핑의 양, 종류 설정 등이 필수적인데 해당 어플에서는 선택사항 및 요구사항을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고객들이 직접 가게로 전화를 하는 등 불편을 내비친 경우가 많아, 이를 네이버 측에 수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기휴무일과 같은 기본정보 제공도 안돼 직접 안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지난 15일(화)의 경우에는 월 1~2회 쉬는 시장 정기 휴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장이 휴무인 것이 고지되지 않아 저녁에 주문이 들어왔고, 손님에게 정기휴일로 인해 주문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직접 해야만 했다"며 "이런 프로그램 개선이 수개월간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문량이 높아져 매출경쟁력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고척근린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로 접수되고 있는 하루 주문량은 3~5건 정도.

14개 점포를 통틀어 나오는 주문량이라는 설명이다.

나름 기대를 갖고 네이버의 동네장보기에 입점했던 상인들은 "배민(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쿠팡 같은 대형 배달 업체 등을 이용하면, 해당 업체에 등록되는 것만으로도 '상품 노출'이 가능해 '가게 홍보효과'가 가능하며 실질적으로 네이버 전통시장 장보기보다 몇 배 이상 주문 건수가 높다"며 "네이버 장보기의 경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적고, 이용률도 하루 3~5건 주문이 전부일 정도로 이용률이 적다"고 말했다.

고척근린시장 사업단은 이에 대해 "월 평균 30~50건 정도가 주문되며, 현재 주문 건수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기에 앞으로 좀 더 (비대면 사업이) 활성화 된다면 점점 (주문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 주민들 "잘모른다"= 상인과 주민을 위한 정책지원 등이 이루어진 것인데 정작 최대 소비자가 될수 있는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상황.

구로타임즈가 지난 12월 16일(수) 1시간여동안 고척근린시장에서 시장을 찾은 이용객 약 20명에게 해당 시장의 '우리동네 장보기' 비대면 서비스를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알고 있다'는 답변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를 통한 우리동네 장보기 서비스를 알고 있다는 주민도 홍보부족과 높은 배달료를 지적했다.

고척근린시장에서 이같은 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을 안다는 박은주(40대 초반, 개봉1동)씨는 "배달료가 너무 비싸고, 홍보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맘카페 등에서 네이버 우리동네 장보기 광고글을 보게 되면서 알게됐다는 박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시장이라 주문하려고 했는데 걸어서 1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배송료가 4000원이나 됐다"고 이용소감을 밝히면서 "배송료 비싼 것도 소비자들 이용을 줄이는 큰 요소로 작용하지만, 해당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 내 홍보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사실상 배송료나 이용료가 비싸더라도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를 강조해 홍보한다면 이용하려는 지역민들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전혀 홍보가 되지 않고 있으니 지역민 이용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주민들이 쉽게 접할수 있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홍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구로시장 이달초부터 실시= 고척근린시장에 이어 구로시장도 12월초 해당 네이버 플랫폼에 새롭게 입점했다.

총160개 점포중 10개 점포가 도입했다.

구로시장 측은 입점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23일 현재 해당 플랫폼을 통해 접수된 주문건은 '0건'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구로시장 라이브커머스 이벤트 등을 통해 홍보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살리기'의 목적으로 시행한 이 사업에 입점한 시장에 300만원의 네이버 플랫폼 시설 이용비와 200만원의 마케팅 비용 목적으로 총 500만원의 사업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초기 취지와는 달리 '시스템 구축 미비'와 '홍보 부진'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구로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우리동네 장보기에 대해 홍보가 부족한 건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200만원이란 비용은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기에 큰 비용이 아니다"라며 "시스템 구축 또한 현재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보수 되어 보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