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시장 그림책' 작가된 청소년들이 본 오류시장

"오류시장의 따뜻한 숨결에 매료"

2020-12-18     정세화 기자

 

 

'나의 비밀 아지트- 오류시장'을 발표한 석시현(14, 개봉동)양은 "오류시장 그림책 만들기는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석양은 처음 오류시장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시장에 처음 왔을 때, 솔직히 무서웠다"며 "어두컴컴하고 곧 쓰러질 듯 보이는 낡은 시장을 보며 '이 정도로 낙후된 시장이라면 당연히 재개발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고 첫 인상을 전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진행) 10회차 동안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고, 순대집과 떡집, 수산가게 등 시장안의 상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50년간 지켜온 오류시장의 숨은 이야기들을 들으니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가게를 둘러보자 상인들의 '손길'이 닿은 손때 묻은 가게 모습이 보였어요.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킨 간판, 매대 등 어느 곳 하나 손길 닿지 않은 모습들이 없는 곳을 보며 '재개발로 사라질 곳'이 아닌, '생각나면 언제든 올 수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오류시장을 끊임없이 방문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던 순간'이라고. 

석 양은 "처음 (시장)외관을 보았을 때, 나 또한 재개발을 해도 될 만한 곳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시장의 어두운 모습을 나타내면 오히려 재개발업자들에게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외관은 어둡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으로서, 시장의 소중함과 시장의 온기를 담아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싶어 최대한 '밝고 따뜻함이 넘치는 시장'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민재(14, 개봉동)양은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몹시 바뀌어, 오류시장은 '기억돼야 할 곳'으로 남았다"고 의미를 전했다. 

강 양은 "처음 모집공고가 떴을 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책 만드는 경험을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는데, 10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오류시장을 방문하고,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벼운 마음보다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 마음의 변화를 전했다.

"사실상 그림책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시장'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강 양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의 온정 뿐 아니라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시장이었지만, 활동을 통해 오류시장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시장이 좀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시장이 바뀐다면 그림책을 통해 기억되겠지만, 지금 시장을 운영하는 상인과 손님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신숙정 활동가 또한 "어쩌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시장'이라는 공간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오랫동안 시장이 있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존재의 의미', 기억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었다며 "처음 장난스럽게 참여하던 아이들 또한 회차가 거듭할수록 진지하게 임하고, 코로나로 인해 중간 중간 활동이 중지되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12명 모두 한 명의 낙오 없이 '오류시장 그림책 만들기'를 완료해 뿌듯함과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