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씨앗] 맛있는데 왜?

2020-11-20     김근희 상임대표(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커피, 요거트, 두유. 공통점은?

'맛있다.'

옆집 아줌마가 외출해서 돌아오다가 참새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필자의 집에 들렀다.

"나 커피 한잔만 줘. 커피를 마시긴 했는데 영 먹은 것 같지 않네."

원두커피를 마셨다고 믹스커피를 달라고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원두커피 아메리카노에 익숙하지만 그 때는 그게 살짝 낯설 때다.

믹스커피에 익숙한 장년층이나 어르신에게는 지금도 믹스커피가 아니면 커피를 마신 게 아니다.

이건 단지 커피가 아니다.

원두커피를 마다하고 즐기는 믹스커피는 입에 착 붙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콜라 등 청량음료가 몸에 좋지 않아서, 크기가 적당해서, '작은 요거트'는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목욕탕에 갔다 올 때 부자모녀 또는 형제자매가 함께 빨대를 꽂아 들고 줄지어 걸어간다.

찜질방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요거트'는 '장에 좋은 유산균이 들어 있는 건강음료'라고 여긴다.

가볍게 손님접대가 필요한 가게나 식당에서 후식으로 커피 대신 부담 없이 내 놓는 음료다.

우유 알레르기 걱정 없는 두유는 단백질음료로 마음 속의 '건강식품'이다.

아침식사 메뉴로도 선택하고, '더 건강하게' 집에서 직접 콩을 불려 삶아서 갈아드시는 분들도 꽤 있다.

믹스커피, 요거트, 두유의 공통점은?

단맛이다.

믹스커피는 백설탕과 물엿으로 달달함을 주고 야자유 등을 원료로 한 식물성 경화유로 고소함을 더해 빚어낸 작품이다.

달달함이 주는 환상이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똑 소리 나는 엄마들이 선택한다는 조금 비싼 요거트도 '아주 맛있다'로 인식한다.

'맛있다'에 가려진 맛의 진실은 단맛이다.

크기가 작아서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 이 음료를 먹성 좋은 아이들은 붙어 있는 4개를 떼지 않고 줄줄이 빨대를 꽂아 한 번에 다 먹기도 하니 당분의 양을 무사할 수 없다.

최근에는 슈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넣어서 당도를 낮추었지만 여전히 당분이 적지 않다.

단맛을 예전 당도 15브릭스(100g 중 당분 15g)와 같은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입맛을 강한 단맛으로 길들이니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인공감미료도 불편하다.

몸 생각해서 마시는 두유는 어떤가.

두유도 대부분 '단맛', '약간 단맛'을 선택하고, '무가당'이나 '달지 않은 맛'이라고 적힌 것이 있지만 집어 드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직접 집에서 갈아 만드는 두유에는 몸 생각해서 설탕대신 꿀을 듬뿍 넣기도 한다.

꿀도 당 문제에 있어서는 설탕과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뭐 그렇게 말이 많나,

단 것을 좀 먹으면 어때서.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좀 먹는 건 괜찮다.

문제는 매일 자주 먹는다는 데에 있다.

하루에 믹스커피 한잔만 딱 마시고 자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러나 한 종류를 하루에 하나씩 먹긴 하지만, 커피믹스도 먹고 두유도 먹고 요거트도 먹고 이 여러 종류를 하루에 다 먹고 매일 먹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하루에 한 가지를 두 세 개 씩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이 아니라고 괜찮은 게 아니다.

고혈압 약을 먹는 분이라면 더 주의해야한다.

배고플 때 짜증나거나 유난히 힘이 없는 분이라면 당뇨병의 전 단계라고 봐도 좋다.

아직 아닐 때 지금, 단 음료를 하루에 하나 이하로 줄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