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아이스팩 재활용, 영등포구 남양주에 쏠리는 시선

2020-11-20     정세화 기자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가정마다 김장 준비과정에서 나오는 아이스팩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5일, 김장을 마친 주부 김현정(47, 구로동)씨는 친척들과 70포기의 김치를 버무렸다.

김장을 마치고 뻐근한 허리를 일으키자 그녀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다름 아닌 '김장 후 아이스팩 처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장보는 걸 최소화하려고 절임배추며 각종 액젓 등 김장 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더니 아이스팩이 엄청 나왔기 때문.

김씨는 "김장 후 음식물은 음식물 쓰레기에, 박스 등은 재활용에 버리면 되지만, 유해물질로 알려진 아이스팩은 어디에도 처리할 수 없어 일반 쓰레기에 버리기도 찝찝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얼음에 비해 장시간 냉온을 유지하는 '아이스팩'은 '물'이 아닌 화학물질 '고흡수성수지'로 구성되어 있다.

고흡수성수지(SPA)란 물의 흡수 능력이 아주 뛰어나며, 물을 흡수할 시 젤의 형태로 변질되는 '미세플라스틱 덩어리'이다.

이 성분은 자연 분해가 어렵고 분해 시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매립과 성분을 자연 방류할 시 화학성분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어, 편리하지만, 환경 파괴라는 심각한 단점을 갖고 있어 분리수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물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구매 증가에 따른 택배 만큼 생활 속 아이스팩이 늘어나면서 재활용 방안을 요구하는 주민들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구로구 "재활용 불가능"

하지만 현재 폐기되는 아이스팩 처리방안에 대해 구로구청과 16개동 주민센터는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리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관내 재활용을 원하는 기업을 찾을 수 없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구청측의 입장이다. 

구로구청 청소행정과의 재활용 담당자는 "구로구 또한 '아이스팩 처리'에 대해 고심 중"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의 경우,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소독한 뒤 재활용하겠다는 업체가 있어야 실시 가능한 사업"이라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접어들며, 누군가의 손이 닿았을지 모르는 아이스팩을 먼저 나서 소독하여 재활용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현재로서는 구로구에선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은 불가능 하다"고 전했다.

혹시 모를 감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요즘, 아이스팩을 버리는 사람은 쉽게 재활용하면 안 되냐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재활용 된 아이스팩을 받는 기업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 재활용 지자체들 '눈길'

이런 가운데 두팔 걷어붙이고 아이스팩을 재활용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구로타임즈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가운데 영등포구와 강동구, 송파구, 성동구에서 아이스팩을 재활용하고 있다.

또 경기도에서는 부천와 광명시, 남양주시에서, 인천시 서구, 대전, 경남의 창원·김해·양산시, 경북 포항, 제주 서귀포시 등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스팩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영등포구의 경우는 지난 4월 '탁트인 나눔상자' 내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을 만들어 영등포구 전체 동으로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탁트인 나눔상자'는 지역주민이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나눔상자에 기부하면, 해당 물건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주민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영등포 대표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영등포구청의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 담당자는 "영등포구자원순환센터 내에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를 설치해 전액 '영등포구 구비'로 아이스팩의 수거·세척·소독·포장·배송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스팩의 경우 분리수거가 까다롭고, 유해물질이 있어 구민들의 아이스팩 처리가 불편한 반면, 아이스팩을 필요로 하는 영등포구 내 전통시장 상인의 경우 아이스팩을 직접 돈을 주고 구매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및 자원 낭비를 줄이고자 구에서 직접 나서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며 "구 내 자원순환센터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소독 등의 작업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어 영등포 구민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아이스팩 5개를 모아 동 주민센터에 갖다주면 종량제 봉투 10L로 바꿔주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경기도 광명시 등은 무상으로 아이스팩을 수거해 소독한 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적극 행정을 펼치고 있다. 

썩는데 무려 50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아이스팩의 가정 내 소비를 줄이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