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편의시설 원했더니 럭비구장 웬말"

[주민의 소리] 구로1동

2020-11-09     정세화 기자

 

구로1동 주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도서관 등 '생활편의시설 하나 지어 달라'고 요구했더니, '럭비구장'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목소리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구로1동에서 만난 김은정씨(40대). "초중고교가 다 있는 동네지만 그 흔한 도서관조차 없어요. 아이들과 도서관 한 번 이용하려면 버스를 타고 구로5동까지 가거나 다리를 건너 고척동으로 가야해요. 구로5동이나 신도림동엔 다 갖춰져 있잖아요. 시립도서관에 거리공원 체육시설, 기적의도서관, 신도림 체육센터까지. 그에 반해 구로1동은 도서관은 커녕 그 흔한 배드민턴장조차 없어요. 같은 구로인데 왜 구로1동 사람들만 차별받아야 하죠." 울분을 쏟아내듯 말했다. 

지난 15년간 "구로(을)구를 중심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구로의 모습을 보며 '구로 1동도 더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며 실망을 나타낸 김씨는 "비행기 소음, 차량기지 (지하철)소음 다 참아가며 조용히 살았더니, 이제 하다하다 유수지에 주민들은 사용할 수 없는 럭비구장까지 들어 온다 하니 기가 막히네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민 주수정(40대)씨는 "관내 편의시설 쏠림현상이 심각해지며 일부 편의시설이 부족한 구로1동 주민 대다수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있다"고 동네분위기를 전했다.

주씨는 "수년 간 주민들이 구로구청에 생활편의시설을 지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늘 돌아온 구청 답변은 '구로1동에 건축물을 새로 지을 부지(敷地)가 없다'였다"며 이제 그 답변이 현재 온수동에 위치한 '럭비구장 이전'이 됐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어느 날 구청으로부터 유수지에 '일반 주민들의 사용이 제한되는 온수동 럭비구장'이 들어올 거란 황당한 '통보'를 받았어요. 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 모두 럭비구장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상시 이용할 수 있는 간이 축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생활편의시설이니 구로1동 주민들이 요구한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 씨는 "구로1동 생활편의시설 유치는 주민들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에 기존 온수동 럭비구장에서 '예약제'로 운영된 사실에 대해 '럭비구장'유치 소식을 듣고 주민들은 진실로 '주민들이 상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구청에 확인한 결과 유수지 내 다목적 체육시설은 누구나 이용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사전 대관신청'을 해야만 이용 가능한 곳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구청의 '주민 상시 이용 가능 시설'이라는 입장과 달리 럭비구장 내 모든 체육시설이 '사전 예약이 없으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놀랐다는 것. 

주민들은 주민이 원하는 시설은 "사실상 '럭비 동호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예약 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안양천처럼 주민 누구나 마음껏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또 "유수지는 구로1동 주민들에게 생활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는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같은 땅"이라며 "이곳에 진정 주민이 원하는 생활편의시설이 함께 들어가겠다는 협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구청의 일관된 '럭비구장 먼저 넣고 나중에 협의하자'는 통보식 태도는 옳지 않다"면서 구청장과 국회의원 모두 구로1동의 생활편의시설 부재 및 차별에 귀 기울여 달라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