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영화속 구로]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애환 담은 사회적 화제 '구로아리랑'

2020-09-29     정세화 인턴기자

"이달 말까진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철야작업을 해야만 니들도 살고 회사도 산다. 물론 공휴일도 없는 거겠지"

지난달 선적한 의복 6000개가 클레임에 걸려 철야작업을 해서라도 다시 물품 수량을 맞추라는 작업장 감독관(최민식)의 말에 여공들은 분노한다. 이에 여공들과 직공들은 작업장을 나와 간부들에게 달려가지만 간부들은 노조 대표도 없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며 철저히 직공들을 무시한다. (영화 구로아리랑 )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고민과 투쟁 등을 다룬   1987년 영화 '구로 아리랑'의 한 장면.  

 

구로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상을 담아냈던 대표적인 영화 '구로아리랑'은 1989년 나온 박종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박 감독은 '구로아리랑'을 제작하기 위해 실제 가리봉동 노동자들과 함께 가리봉동에서 거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노동자들이 분노하며 간부들에게 항의하는 장면은 구로지역 노동운동사에서 손꼽히던 '구로동맹파업'을 상기시키고 있다. 구로동맹파업은 1985년 6월 구로공단의 노동조합들이 연대해서 벌인 파업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노동 3권 보장, 노동부장관 퇴진, 노동운동 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는데, 한국전쟁이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일어난 동맹파업이었다. 
 
'구로공단'시절인 1970년도부터 인근 가리봉동에 거주하며 공장 일용직으로 근무했던 주민 이종창(66, 가리봉)씨는 "1970년대 가리봉동과 구로공단은 노동자들로 붐비다 못해 터져나갈 정도였어. 일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던 것은 돈이었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하지만 요즘 말로 갑질. 그때도 있었어.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자 노동자들이 분노했지. 80년대 중반쯤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 심상정이(정의당 대표) 노동자 인권을 주장하며 파업을 요구했어. 당시 길거리로 나와 파업에 참여한 공장도 있었고 아닌 곳도 있었지..."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영화 '구로아리랑' 속 구로지역 노동자들의 삶은 픽션이 아닌 현실과 애환을 직접적으로 반영, 당시 사회적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