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소리] "숨막힌 자가격리, 무심한 공무원"

코로나19 피해 미국서 일시 귀국한 유학생 부부가 느낀 '황당 관리체계'

2020-09-04     윤용훈 기자

2주간 자가격리 대상인 해외입국자에 대한 구청 및 보건소의 안내 및 관리가 소홀해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자가격리 대상자도 크게 늘어나 구청 공무원이나 보건소 관계자들이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지만 자가격리자 입장에서 14일간 자가격리 기간은 더 힘들고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자가격리자 주민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로구 자가격리자는 9월 2일(수) 오후 6시 현재 총 563명. 이중 251명은 확진자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이며, 312명은 해외입국에 따른 자가격리자인 것이다. 

구로구는 이러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를 위해 7급 이하 공무원을 중심으로 조를 꾸려 1대1 밀착 모니터링 및 안내를 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전담하고 있는 자가격리자는 보통 1명 또는 2명.

자가격리자 1대1 전담 공무원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가격리대상을 처음 방문해 자가격리 통지서 및 생활수칙안내문, 소독물품, 폐기물봉투, 체온계, 마스크 등을 전달하고 난 후 주 1회 자택방문해 자가격리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격리가 종료되는 날까지 하루 1회 이상 전화 모니터링 및 2회 정도 앱관리 후 관리내역서에 기록해 자가격리 종료 시 작성한 관리 내역서에 자가격리조치 이행여부 기록 후 서명하고 보건소 담당자에게 제출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담당자 중에는 업무수행이 바빠서인지 이러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있어 자가격리에 들어간 주민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일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미국에 유학중이던 20대 후반의 유학생 A씨 부부는 미국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잠시 귀국하기 위해 대한항공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지난 8월7일(금) 오후 4시 40분쯤 입국했다. 간단한 입국수속 절차 및 열 체크를 위해 수 백명이 2∼3시간 대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은 채 대기를 해 오히려 긴 대기시간에 감염될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공항 측에서 신속하게 열 체크를 하도록 조치하고 거리두기 등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공항에서 해외입국자 대상의 자가격리 안전 앱을 휴대폰에 입력하고 자가격리 신고서를 작성 한 후 자가용으로 오류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오후 8시 40분경 도착하자마자 안내문에 따라 구로구보건소에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신고했는데 야근중인 보건소 직원은 왜 신고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공항리무진으로 이동할 경우 권역별로 나누어 이송돼 그 명단을 관할 구청 등에 통보하고, 자가용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별도로 보건소 측에 명단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가관리 대상자의 인적사항이 파악되면 보건소나 구청은 귀국 당일이나 그 다음날 바로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언제 어디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라는 일정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이러한 검사일정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다음날 토요일 검사를 받기 위해 오전 9시 구로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선별진료소에선 기다리는 대기자도 별로 없는데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오후2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것. 미리 문자 등으로 검사시간을 통지해 주었으면 대기하는 불편이 없는데 사전에 이러한 통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함께 귀국한 타 자치구 거주 동료의 경우는 검사시간을 사전에 통보받았지만, 구로주민 유학생인 A씨는 구로구보건소로부터 이러한 통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가 더 지난 일요일. 그는 검사결과 코로나바이러스 음성 판명을 받았지만 달라지는 것 없이 계속 자가격리 상태였다. 매일 두 번씩 발열 체크를 하고, 이상 증세 유무를 살핀 뒤 공항에서 설치한 앱을 통해 보고했다고 한다.
 
          #. 월요일인 10일 오전 11시경, 구청 담당직원이 방문해 자가격리 통지서와 함께 체온계, 소독제, 마스크, 쓰레기봉투 등을 두고 가며 몸 상태 등을 확인하고 다음 주에 한 번 더 방문하겠다고 말했지만 20일(목) 걸어온 전화를 통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인 21일 방문한다고 말해 놓고 오지 않아 황당했다고 한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격리해제 당일인 낮 12시 쯤 핸드폰 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던 담당 공무원과의 통화를 위해 구청 내선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점심시간인지 연락이 닿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보건소에 연락해 보았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에게 연락하라며 '우리는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격리해제 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 있는데 15분후쯤 보건소 남자직원이 전화를 하고 업무량이 많아 그렇다 됐다고 사과하면서, 앱을 삭제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재확인차 만약 법에 저촉되면 책임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격리대상에서 해제됐다고 한다. 

이어 다음날인 22일(토) 아침 쓰레기 수거 업체라는 곳에서 와서 그동안 쌓인 쓰레기를 수거, 격리상태가 끝이 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A씨는 "담당 공무원이 다시 방문한다고 말해 놓고 약속도 안 지켰고 수시로 전화도 하지 않고 해제에 관한 안내나 통보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격리 14일 동안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 상태에서 격리 마지막 날만 기다리며 담당공무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도, 책임감도 없는 공무원 태도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A씨는 담당공무원이 업무량이 많아 관리를 소홀했는지 모르지만, 격리대상자 입장을 고려해 책임감을 갖고 담당공무원들의 세심하게 안내 지도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구청 관계자는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은 본인의 고유 업무 등을 수행하는 바쁜 틈을 내 방문 또는 연락 등을 하며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자가격리자를 1대1로 관리하는 동안 자가격리자 앱과 공무원의 앱을 통해 이동이나 열 체크 등을 공유하여 아무이상이 없기 때문에 연락 등을 하지 않은 것 같고 격리해제도 기간이 만료돼 자동해제되기 때문에 방문이나 연락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코로나가 재차 확산되면서 구청이나 보건소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또 다시 자가격리자가 크게 늘어 당당공무원 중에는 2명을 관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