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그곳]여름, 시선이 머무는 곳, 항동철길과 늘푸른수목원

2020-08-14     정세화 인턴기자

 

폭우와 폭염이 오가는 한 여름, 일상에서 벗어나 가슴 탁 트이는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빗방울이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태양이 내리쬐면 내리쬐는대로 짙은 푸르름속에 내 뻗은 녹슨 철길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곳들이다. 서울 도심속에서는 보기드문 이색 풍경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인기 명소로 뜨겁다. 

오류동역선에서 분기된 항동철길의 운치를 몇배로 더 느끼고싶다면 오류2동 지구촌학교(구로구 오리로 1189번지)옆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길 곳곳에 묻어있어 감흥을 더해준다. 

짙푸른 여름산을 가로지르는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작은 문 하나가 열려있다. 서울시가 조성한 푸른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수국, 벌개미취, 백일홍등 계절마다 바뀌는 꽃과 나무, 푸른 잔디와 원두막, 시원한 물줄기 흐르는 개울과 징검다리, 연꽃 수련이 수놓는 저수지와 나무데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푸른수목원이 있는 항동과 오류2동 주민들에게 수목원은 '집앞 정원'이기도 하고 산책로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일부러 항동으로 이사 온 주민들도 있다.

비 내리던 지난 10일(월)오후 푸른수목원에 산책나온 60대 부부도 그런 경우. "전체가 산으로 되어 있고, 연못이 있고, 공기도 좋잖아요. 서울에 이런 환경이 없어요. 서초구에서 이것보고 여기로 이사왔어요". 인근 현대 홈타운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부부는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꽃과 잉어, 해오라기 왜가리 등도 볼수 있다고 자랑하면서 "이 생명 다하도록 이용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오류2동에서 매일 아침마다 산책겸 운동을 나온다는 60대 전후의 한 주부도 " 수목원이 없으면 우리같은 노인들은 어디 갈 데가 없다"며 지역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과 지역주민들이 보다 즐거운 수목원 이용을 위해 보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들도 있다. 한여름 땡볕으로 뜨거운 보행로에 나무 숲길을 조성하거나, 그늘막이 일부 설치됐으면 한다는 바람들. 또 반려동물의 배설물 처리, 수목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이따금 공포심을 주는 대형견에 대한 입마개 착용 등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