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자를 찾아라 " 놀란 통합당 의원들

지난 25일 구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직후 불거진 '돌풍' 긔리고 ' 1석'의 쟁탈전

2020-06-30     김경숙 기자

"이탈자를 찾아라".

비교적 원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던 구로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지난 25일(목) 오전10시부터 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작된  의장선거 개표직후  야당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의원 16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날 의장선거 개표결과는  9대 6대 1.  더불어민주당의 박동웅의원(3선)이 당내 의원수보다도 한표 더 많은 9명으로 과반수이상의 당선을  확정지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추천후보였던 서호연 의원(3선)은 당 소속 의원수보다 오히려 한표 적은 6표를 받으면서 떨어졌다. 기권 1표는 정의당 김희서 의원이 낸 표로 추정됐다. 

구로구의회내 정당별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8, 미래통합당 7, 정의당 1이다. 이날 의장선거 개표 결과는  미래통합당 의원 중 한 명이 상대정당인 민주당 후보를 찍은 것으로 읽힌 것이다. 

예상치 않던 사태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당황했다. 이에 부의장 선거에 앞서 두차례의 정회와 긴급한 내부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다 결국 미래통합당의 몫이 되버린 부의장 선거는 오후 2시로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정회 중, 걸어 닫힌 미래통합당 의원 회의실 문 안쪽에서는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사이사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점심식사도 사무실에서 자장면으로 때울 만큼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당내 내부 이탈자'를 찾기위한 다각적인 논의와 대화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통합당이 이날 이탈표를 찾고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다음날로 예정된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  때문이다.  

의석수가 적은데다 캐스트보팅권을 가진 정의당 김희서 의원도 이미 의장으로는 민주당 박의원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낸바라  의장직은 어렵더라도 상임위원장은 한석 더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운영·행정기획·복지건설 등  3개 상임위원장중,  의장을 배출한 정당에 1석, 부의장이 나온 정당에 2석 배정을 요구하는 미래통합당과 의장쪽 2석 부의장쪽 1석 배정안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 간의 대립각은  선거 당일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 표 차로도 당락이 결정되는 구조인데 이처럼 이탈표가 나오다보니,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다음날 실시될 상임위원장선거에서 2석 확보는 말할 것도 없고 1석조차 건질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던 것.

이날 미래통합당내 의원들사이에서 표 이탈자로 의심을 받은 의원은 2명. 부의장 출마를 강력히 원하던 곽윤희 의원과 최숙자의원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당 내부적 조율과 다선의 원칙이라는 기준에 따라 3선인 곽윤희 의원이 부의장후보로, 2선인 최숙자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정리가 다 끝났던 상황.  

하지만 누군가 '부의장에 대한 욕심'으로 상대 당 의장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미래통합당 추천후보인 서호연의원이 만약 의장으로 당선되면 부의장직이 상대당으로 넘어가 부의장자리를 놓칠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이탈'이었을 것이라는 통합당의원들의 해석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래통합당은 25일(목)오후 2시 부의장 선거를 들어가기에 앞서 전략을 바꾸었다. 부의장 사태로 혼란이 빚어진데 대한 자격과 책임문제를 들어 당론으로 부의장 추천후보를  3선의 서호연 의원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   더불어민주당측에도 부의장 후보를 곽윤희 의원에서 서호연의원으로 교체했다고 전달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벌인 선수교체 및 통보는 당내 이탈자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의 의미는  부의장 선거 개표결과에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내 이탈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보여준 셈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부의장 선거결과 미래통합당의 교체 전 후보였던 곽윤희 의원이 9표로 과반수이상을 득표해 새로 교체된 미래통합당후보 서호연의원(7표)을 제치고 부의장이 됐다.

부의장선거 투표와 관련한 취재결과 부의장교체후보로 당일 오후 민주당측에 통보됐던 서호연 의원이 받은 7표는 미래통합당(7명중 6명)과 정의당(1명)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16표중 남은 표는 9표. 곽윤희 의원이 받은 표수이기도 하다. 이중 8표는 민주당의원(8명)쪽에서, 나머지 1표는 곽의원 본인의 표로 추산됐다.   

이날 이같은 부의장선거 표결과를 보고 당일 오후 야당측 한 의원은 "이탈자를 민주당이 찾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내에서는 곽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라며,  "곽 의원이 우리에게 의장선거에서 하나 준거니까 우리는 보답을 한것"라는 설명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후보가 서호연의원으로 교체됐다고 들었지만 "(후보가) 바뀌었든 안 바뀌었든 무조건 곽윤희를 민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6일(금)오후, 치열한 '1석'물밑 싸움을 벌이며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거를 마친 여야 구의원들이 정답게 악수를 하며 나서고 있다. 사진 맨앞 노경숙의원(민주당, 왼쪽)과 박종여의원(미래통합당,오른쪽). 뒤로 박동웅 신임의장당선인과 최숙자의원, 김영곤의원, 김희서 의원.

민주당이 의장단선거에 미래통합당 의원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의회내 균형추 역할을 해오던 정의당 김희서 의원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의회의 위상과 견제기능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상임위원장 2석은 부의장직쪽(미래통합당)에서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던 터. 이 때문에 의회 내부적으로 민주당 박동웅 의장 구도는 당을 떠나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도 의장단선거에서 얼굴 붉히지 않고 합리적으로 가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던 것이다. 역대 의회 의장단 선거와 양상이 다를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 이유였다. 

이에 대한  민주당쪽의  얘기는 "의장선거에서 안전하게 가기위해 한명 더 필요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험하게 2차 투표까지 가지 않고,  과반수가 넘는 9명으로  1차에 확정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안전논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다 여야간에 줄다리기가  여전히 진행되던 상임위원장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확실한 '한 표'의 확보를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볼수 있다.

부의장 선거개표후 '당내 이탈자'가 곽윤희 의원이라고 판단한 미래통합당측은 곽윤희 의원이 민주당 의장을 지지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부의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부의장이 되야한다는 욕심이 너무 컸다"며 답답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상임위원장 선거가 예정된 26일(금).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전날과 이날 오전에도 곽윤희 의원과 대화를 갖고 신중한 처신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운영위원장과 행정기획위원장 2석은 여야간에 사전 조율된 내용에 따라 후보들이 여야 지지를 받으며 원활하게 진행됐다.  

이에 운영위원장으로는 조미향의원(초선, 더불어민주당)이 여야로부터 모두 13표를 받아 당선됐고,  행정기획원장 역시 선거전부터 거론되던 박종여의원이  여야 의원  14명의 지지를 받으며 선출됐다.

여야간에 접점을 못찾은 단 한자리, 바로 복지건설위원장직선출을 위한 투표는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 3차로 이어져  긴장감속에 진행됐다.

복지건설위원장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형주의원(초선)이, 미래통합당에서는 최숙자의원(2선)이 추천을 받았다. 1차 투표결과 8(정형주)대 7(최숙자)대 1(기권)이 나왔다. 정당 의석수와 동일했다. 

민주당 정형주 의원이 한 표 더 많았지만, 과반수이상인 9표가 되지 않음에 따라  2차 투표가 진행됐다. 8대 8 동표. 여와 야의 표 대결상황이 벌어졌다. 점심식사 후 오후2시30분 속개된 3번째 결선투표. 역시 8대 8로 나왔다. 표의 변화는 없었다. 이에따라 당선수 기준으로 2선인 최숙자의원이 초선인 정형주의원을 제치고  '당선의 꽃다발'을 안았다. 

복지건설위원장 선거가 치열했지만  전날과 달리 미래통합당의  표 움직임은 없었다. 

결선투표에 앞두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던 미래통합당의 한 의원은  "브레이크를 걸어놓았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이탈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의장단 선거가 있던 전날과 달리 이날 민주당쪽분위기는  정회 요청 등  다소 긴장속에 부산한 움직임이 이어져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한 표 싸움이 물밑으로 조용히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8대8의 치열한 결선투표로 복지건설위원장에 최숙자 의원이 확정된후 끝난 지난26일 오후 구의회 상임위원장 선거. 구의회 6층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서 앞서 나온 곽윤희 의원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우여곡절속에 상임위원장단 3석 중 2석은 결국 부의장을 가진 야당측이 쥐었다.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동표를 만들어준 정의당 한석의 캐스팅보트가 힘을 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탄생한 후반기의장단이 이제 주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의회의 내실과 견제기능을 얼마나 잘  살려나갈수  있을지가   후반기의회를 보는 주요 관전포인트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자의 이탈행위로 보고 있는 미래통합당 대다수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상황. 이미 구로(갑)(을) 양측 지역위원장들에게도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례가 되면 안되는 해당행위'라는 강경한 시각도 의원들속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처리과정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한편  곽윤희 의원은 지난 26일 오후 민주당의장후보를 민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 저는 거기 안밀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저는 부의장을 달라고 거기하고 얘기해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제가 부의장 후보로 나가는 후보라는 것을 (민주당이) 알고 있었다"며 제가 뭘 협상하고 거짓말 할게 뭐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그럼 의장선거때 미래통합당에서 누가 민주당 의장후보를 찍었을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두세명은 의심하는데 누구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