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모은 폐지값 몇천원"

폐지줍는 노인들의 깊어지는 한숨소리

2020-02-14     윤용훈 기자

 

"이른 아침 일찍 나와 7∼8시간 동안 폐지 등을 모아 고물상에 팔면 손에 쥐는 금액은 담배 값 정도의 몇 천원 밖에 안 돼. 이제는 힘들어서 못 하겠어"

지난 11일 오후 구로4동 고물상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폐지, 고철 등을 수거해 고물상에 내놓으면 폐지가격이 크게 떨어져서 몇 푼밖에 못 벌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중국동포 노인들도 폐지 수거에 합세하고 나서 수거할 재활용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들어 골판지, 신문 등 폐지가격이 크게 떨어져 고물상이나 폐지 수거자는 힘만 들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앓는 소리가 높다.

구로4동에 소재한 한 고물상 관계자는 "폐 골판지 등 폐지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거자에게 지난해 말경 kg당 70원씩 주던 것을 지금은 kg당 30∼40원씩 주고 있고, 고물상 마진도 kg당 5∼10원 밖에 안 돼 운송비, 인건비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고물상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폐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올 들어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점점 줄고, 수거량도 줄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하루 동안 매입한 폐지를 다시 재활용 될 수 있는 폐지만을 다시 분류하고, 그 폐지를 모아 2톤 한 차 분량을 압축하는 도매상에 팔아도 겨우 2∼3만원 밖에 못 받고 있다"면서 "폐지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것이 중간의 도매상 농간인지 수출이 안 돼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정부에서 무슨 대책을 세워 주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폐지기격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중국이 2018년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재활용 폐지 수입을 줄이면서다. 과거에는 골판지 기준으로 ㎏당 100원 안팎을 호가했던 폐지 가격이 올 들어 40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중국의 수입 축소에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일본 등의 양질의 폐지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공급은 포화상태로 계속해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어 국내 폐지 가격은 앞으로도 더 점점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구로 지역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지 등 재활용 폐기물은 동네의 몇몇 어르신들이 수거해 고물상에 넘기는 것 외에 아파트 등 공공주택은 개별적으로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고 폐지를 비롯한 폐플라스틱, 의류 등을 돈을 받고 처리하고 있다.

또 단독 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에서 요일별로 나온 폐기물은 구청과 계약한 4개 수거위탁업체가 구역 별로 수거한 뒤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구로자원순환센터로 옮겨 집하된 후 이곳에서 다시 종이, 플라스틱, 금속류 등 재질별로 분류 압축해 폐기물 도매업체에 넘기고 있다. 그 수익금은 구청에 귀속되고 있다.

구로자원순환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약 40톤 내외의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고, 이 중 폐지의 경우 하루 약 4톤 정도 압축해 계약한 폐기물처리업체에 보내고 있다"며 "폐지 등 재활용 폐기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