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씨앗 [6] 겨울 '보약' 제철채소

묵은 나물과 김장김치

2020-02-14     김 근 희 상임대표 (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아이들이 어릴 때, 동네 엄마들이 모여 '대보름놀이'를 부활시켰다. '할로윈데이' 라고, 유학파 박사님들이 많이 산다는 어느 동네에서 아이들이 호박 뒤집어쓰고 사탕 얻으러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에게도 정월대보름날 아이들이 먹을 것 얻으러 다니는 풍습이 있는데, 그거 다 버리고 남의 것을 들여 다 뭐 하는 건지, 발렌타인데이도 모자라 이젠 별걸 다 한다.' 싶어서였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이랑 어울려 달밤에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어다가 둘러앉아 먹던 음식은 '고작 사탕'이 아니다. 제대로 된 '오곡밥이나 약밥과 나물들'이다.

겨울철 나물반찬은 햇볕이 좋은 여름과 가을에 많이 나는 채소를 잘 말려 두었다가 채소가 자라지 않는 겨울 내내 두고두고 먹던 거다. 나물먹기는 봄나물을 맞이하기 전 절정에 달한다.

정월대보름날, 나물이란 나물은 다 꺼내서 삶아서 불리고 양념하여 무치거나 볶는다. 적어도 세 가지, 많게는 아홉 가지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생채소를 1년 내내 아무 때나, 겨울에도 살 수 있다. 저장해 두지 않아도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묵은 건(乾)나물은 겨울에도 더 이상 인기품목이 아니다. 불리기가 살짝 까다롭고 불린 건 꽤 비싸다는 것도 이유다.

싱싱한 생 채소는 1년 내내 같은 영양소를 담고 있을까? 받은 볕의 양이 적을 때는 영양소가 적은 게 당연하다. 추울 때는 난방비가 생산비에 포함될 테니 채소 값이 비싸서 경제적으로도 부담된다. 영양과 가격을 따지고 환경을 생각해서 제철식품을 먹는 게 좋다.

제철이란, 밭(노지)에서 직접 햇볕을 받으며 자란 때다. 그 때가 아니면 생으로는 먹을 수 없다. 어릴 적 1년에 한 번 꼭 딸기밭에 가던 때가 5월이다. 늦어도 6.6현충일에는 가야 밭에 딸기가 있다. 더 늦으면 못 먹었다. 포도밭에는 여름방학이 지나면 못 먹으니까 개학 전 방학숙제 하듯 포도밭을 챙겼었다.

요즘은 직접 텃밭에서 키우지 않는 한 밭(노지)에서 자라는 채소를 찾기 힘들다. 여러 사정상 대부분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상황이라서 생산시기가 길어졌다. 비닐하우스에 남방을 하지 않고 생산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보고 제철을 따지는 게 현실적이다. 비쌀 때는 제철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겨울철 제철채소는 뭘까? 원래부터 햇빛을 보이지 않고 키우는 콩나물, 녹두(숙주)나물, 무 배추가 가장 좋을 때 담근 김장김치와 여름과 가을 제철에 잘 말려 둔 묵은 나물들이다.

 

▶건나물 불리기
마른 나물을 끓는 물에 넣고 다시 펄펄 끓으면 약불로 줄인다. 바쁠 때는 좀 더 오래 삶고, 미리 준비할 때는 불을 끄고 오래 놔두면 부드러워진다. 대부분 부드러워졌으면 다 된 거다. 뻣뻣하고 질긴 부분은 잘라내는 게 좋다. 뻣뻣하고 질긴 부분까지 부드럽게 불리다가는 다른 부분이 물러져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