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없는 고기부위라고?

" 요리하기 나름이죠"

2020-01-31     김 근 희 상임대표 (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70년대 말인가 80년대 초인가 가물가물하다. 어릴 적 동네에 처음으로 고기집이 생겼다. 삼겹살 구이 전문점이다.

그 전까지 고기를 본격적으로 먹은 적은 없었다. 아버지가 계모임을 할 때 갈비구이가 메뉴에 올라오는 날이면 '갈비 2대'를 따로 주문하여 가게를 아버지 대신 지키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배달을 보내주곤 했었다.

1년에 몇 번 필자가 고기를 덩어리로 먹어 본 건 그게 전부였다. 제사와 명절에 너비아니 한 접시를 만들었고 그걸 온 가족이 먹었다. 돼지고기 김치두루치기는 조금 더 여러 번. 음식에 양념으로 넣거나 국에 들어 간 것을 제외하고,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는 필자가 고기를 먹은 기억은 이게 전부다.

지금은 어떤가 모임마다 삼겹살을 굽는다. 기름이 사이사이에 박힌 고기를 골라 구우며 기름기를 적게 먹으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 굽는 팬에 구멍을 뚫어 흘려내려 보내기도 하고, 기름을 흡수하게 팬에 식빵을 군데군데 놓아두기도 한다. 기름을 한쪽으로 몰기 위해 팬을 기울여 놓으면서까지 삼겹살이나 목살을 굽는다.

더 건강하게 먹는다는 수육도 대부분 삼겹살이다. 결국 다른 부위는 인기가 없다. 한국은 삼겹살 등 기름이 사이사이에 낀 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다. 다른 부위는 남아서 수출까지 한다. 인기 많고 수입까지 하는 부위는 비싸다.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 식당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집에서 음식을 하면 내가 직접 요래해야하니 손이 가지만 원하는 부위를 선택하기 좋고, 비용은 식당에서 먹는 것에 비해 1/3~1/5값이다. 정육코너에서 가격을 비교하면 기름진 부위보다 기름기 적은 부위는 반값이다. 건강도 챙기고 가정경제에도 입 고리를 올린다.

기름이 적어서 붙은 이름 '저지방 육류', 인기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먹기에 퍽퍽하다. 볶아도 퍽퍽하고 삶아도 퍽퍽하고 찌개에 넣어도 퍽퍽하다. 반값 표시를 보면서도 망설이게 된다.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고기를 얇게 써는 게 비결이다. 불고기가 대표적이다. 보통 불고기는 달고 채소보다 고기양이 많은 편인데, 달지 않게 채소를 많이 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어떤 고기든 얇게 썬 불고기 감을 채소와 함께 요리하면 채소의 촉촉함이 '이게 언제 퍽퍽한 고기였던 가' 완전히 해결된다.

무게로 고기의 2배 이상의 채소를 장만하여 간장소스를 뿌려 볶거나 찜통이나 전골냄비에 쪄서 소스를 찍어먹는 음식은 요리하기에도 간단하다. 같이 볶거나 찌는 채소로는 숙주, 미나리, 부추 등 씹는 맛이 있는 채소는 다 좋다.

1석 4조. 고기섭취를 저지방육류로 이용하는 것은 건강과 가정경제에만 도움 되는 것이 아니다. 환경, 건강, 배려 한 번에 다 실천하게 된다. 수입과 수출을 줄이게 되니까 음식의 이동거리가 짧아지니 하늘에 뿌리는 이산화탄소가 적어져서 지구환경을 지킨다. '먹기 위해 다른 생명을 빌리면 온전히 다 먹자.'고 하는 동물에 대한 감사와 배려의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