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 '백지화'

지난 12일 예결위서 만장일치 통과, 고심 토론 … 계수조정일정 하루 연기

2014-12-15     박주환 기자
▲ 예결위 3일째인 지난11일 밤10시경 구로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실. 의원개인사무실 예산삭감과 관련한 당별 찬반논의 등으로 오후5시부터 정회에 들어가 수시간째 텅빈회의실. 박동웅 위원장과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회의는 자정을 넘기면서 자동산회됐다가 다음날인 12일 오후 4시30분 진행됐다.

제7대 구로구의회가 내부적인 고심과 토론으로 이어진 산고 끝에  날선 '주민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보였다.  역대 구의회 정치에서 거의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의정사의 한 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구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당초 3일동안으로 예정된 예결위 일정을 하루 넘긴  지난 12일 오후  내년도 구로구예산안 전반에 대한 최종 심의조정회의를 갖고 지난 수주일 동안 지역시민단체와 많은 주민들로부터 거센반발을 받아 온  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사업을 철회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3억385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 삭감예산 중 9900만원은 구의원 환경개선명목으로 편성,  의원 4-5인 공동사무실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민원인 응대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미팅룸(2개정도)이나 구의회 기타 환경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박동웅 예결위위원장은 이와관련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의원들과의 논의를 거칠 사안이며, 미팅룸이나 환경개선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사용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지난12일 밤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예산 중 남은 예산 2억4천여만 원은 주민들이 요구한 바 처럼 교육분야로 신설 또는 증액편성했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1억2550만원은 서울시형어린이집과 격차가 있는 (비서울시형)민간어린이집 보육차액 지원비 항목으로 새로 편성했다.

이밖에 식중독 및 방사능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범학교운영(1000만원, 신설)이나 식품방사능관리업무(500만원 증액)로도 신설 또는 증액했다.

제7대 구의회 제2차 정례회기를 시작하면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구의원 16명 중 김희서 의원을 제외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새누리당 등 양당소속 의원 15명이 '개인의원실 설치'에 찬성표를 던지며 끝까지 강행할 것처럼 보이던 구로구의회의 이날 '개인의원실 백지화' 결정 배경에는 어려운 구재정난 속 시기상조라는 지적은 물론 지역시민단체 및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반발, 강행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 정당별 정치적 전략적 판단 등이 종합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민들과 함께 개인의원실 설치예산 철회운동을 펼쳐왔던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안병순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밤 예산철회 소식을 듣고 "구의원들이 토론 끝에 주민의 뜻을 받아들인 것에 환영을 표한다"며 "예산상황이 어려운 이 시기에 앞으로도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구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공동위원장 안병순)와 주민들은 15대 1의 의원총회 결과가 나온 다음날부터 의원개인사무실예산 철회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고 김명조 의장등 구의회 의장단 면담, 기자회견, 의회방청 등을 진행했다.

 이어 구의회 예결위가 열리던 지난 10일과 11일에는 반대선전전을 갖고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는 등 다각적인 반대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 2008년 구로구시설관리공단의 인사비리 부정부패의혹 당시 이사장 퇴진 및 철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던 활동 이후 약 7년 만에 보여준 밀도높은 지역단체 활동이었다.

이런 가운데 당초 구의회 예결위가 계수조정 3일차이자 마지막 날이던 지난 11일 오후 4시경 계수조정에 대한 결론에 접근하지 못한 가운데 김명조 의장이 "모든 의원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개인사무실 공사 예산편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에도 예결위원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오후 5시경부터 정회에 들어가 밤12시까지 이어져, 구로구의회 사상 전례없는 자동 산회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회가 시작된 오후 5시경부터 자동산회가 되기 10분전인 밤11시50분 까지 구의회 사무국이 있는 3층부터, 의장실, 부의장실, 상임위원장실이 있는 4층, 예결위원회실과 소회의실이 소재한 5층 등 의회 건물엔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의장단과 다른 의원들까지 의원개인사무실 설치 예산의 철회 여부를 두고 정당소속이나 뜻을 같이 하는 의원끼리 수십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이 넘도록 한바탕 토론과 설득이 이뤄져 개인실 찬성의원들의 불만섞인 고성 등이 오가는 등 긴장이 계속됐다. 정당을 떠나 '개인의원실'에 대한 찬반으로 갈린 상황에서 일부 찬성 의원 중에는 예결위 표결로 통과시킬 수 있다며 다른 정당의원들에게 표결 '바람'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이기도 할만큼 찬반 논의는 뜨겁게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11일 자정까지 어느 정도 의견조율을 마친 의회는 다음 날인 12일 오후4시30분 다시 예결위를 열어 계수조정작업을 통해 개인의원실의 예산삭감에 대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박동웅 예결위위원장은 "의원 개인 사무실 공사 예산은 구의회 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를 통과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예결위에서 한해 예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만큼 책임감이 컸다"며 "의총 결과를 뒤집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구로의 어려운 예산상황과 주민반대의견을 최대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해 구로구예산안에 대한 심의조정작업을 진행한 이번 구의회 예결위 위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소속 박동웅위원장, 윤수찬, 이호대, 김영곤 의원 등 4명, 새누리당 소속박용순, 최숙자, 정대근, 박평길 의원 등 4명에 노동당 김희서 의원까지 총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