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개인집무실 만들겠다" 논란

예산 3억4천 편성 … 의원내부, 시민단체 반발

2014-11-21     박주환 기자

구로구의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20일 의회 건물에  의원 개인사무실을 마련하는 공사와 관련한 안건을 통과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이와 관련해 지역내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 의회를 항의방문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급증하는 복지비 등으로  내년 한해 운영해야 할 구로구 살림예산도 더 빠듯해지고, 지역내 학생들의 책걸상과 사물함도 제대로 교체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3억 원 가량 소요되는 의원 전용 개인사무실 설치 공사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날선 비판과 지적이 의회 안팎으로 쏟아지고 있다. 

제7대 구의회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출범한지 불과 약 5개월만에  '주민을 위한 초심'운운하던  말을 비웃 듯, 구로구 예산심의권을 쥐고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겠다는 행태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242회 정례회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열린 이번 구의회 운영위원회는 개인 사무실 공사에 대한 찬반의견을 주고받은 뒤 결국 무기명 투표를 거쳐 찬성5표, 반대2표로 해당 공사와 관련한 3억4천만원의 예산편성안을 원안 통과시켰다. 이제 이 안건은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식 2015년도 구로구예산에 포함되게 된다.

의원 개개인의 전용실 마련 공사는 의회로 민원인이 몰릴 때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부족하고 의원들이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공간이 없다는 내용을 근거로 의원총회를 거쳐 구청에 3억 6천만 원 가량의 예산안을 올렸고 구청 예산팀이 이를 받아들여 현재 소폭 삭감된 3억4천만 원 가량이 예산안에 편성됐다.  

만약 해당 안이 본회의까지 모두 통과된다면 구의회 사무국은 의회회관 옆에 소재한 구로구민회관으로 이동하고, 현 구의회 건물 3, 4층에 각 의원들의 개인 사무실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구로구의회 의원실은 의장실(김명조의장)과 부의장실(서호연부의장) 그리고 운영위원회, 내무행정위원회, 도시건설위원회등 3개 위원회실에 의원 14명이 소속 상임위별로  4-5명씩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역대의원들을 비롯해 의원들은 그동안 민원인이 올 경우 비어있는 의장실이나 부의장실, 상임위원회실 등을 활용해왔다.

지난20일 구의회운영위원회 회의를 참관했던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안병순 공동대표는 "이날 발언권을 얻어 언성도 높이며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정회 후 무기명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더니 결국 원안 통과됐다"며 "일단 27일 있을 의원총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 3명은 이에 앞서 구의회운영위원장인 박칠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구로3-4동,가리봉동)과 만나 개인 사무실 공사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전날까지 밤새며 고민 많이 했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이렇다는 걸 알고 강행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철회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바 있다.

이날 항의방문에 참가한 구로시민센터 김경숙 사무국장은 "민원인 접견을 위해 개인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취지엔 동의를 하지만 한 중학교 간담회에서 오래된 사물함을 교체해주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비용 문제로 바꿔주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원 개인 사무실 공사 예산 책정은 과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이성동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로 설치 이유는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접견실 설치까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이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까지만 해도 안 위원장은 "생각보다 희망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의회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결정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이 결국 이번 운영위를 통과함에 따라 안 공동대표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시민사회 진영의 향후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정례회 기간 동안 의총과 구정질의, 예결특위 등을 방청해 예의 주시하면서 주민들의 뜻이 받아들여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개인 의원실 안건 가결 시에는 주민선전전, 현수막 등 홍보물 게시, 주도한 의원 주민 소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진영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청의 예산상황과 학생들 지원 부실 문제 외에도 사무국 외부 이전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홍준호 전 구의원은 "구의원 사무실은 현 위치에 두고 사무국만 구민회관으로 옮긴다는 건 업무 처리를 하는데 있어 매우 비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사안을 밀고 나가면 내외부의 저항에 부딪힐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문제를 함께 지적하며 직접적으로 개인 사무실 공사에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던 김희서 의원(노동당, 오류1-2동,수궁동)은 "또 다른 관내의 한 중학교에선 700만 원이 없어 책걸상을 교체하지 못했고 구민회관 사무실엔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단체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조례로 약속한 방사능급식 관련 예산은 돈이 없다고 적게 책정하고 크게 필요하지 않은 의원 사무실 설치엔 예산을 편성하는 (구청)집행부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안팎의 저항에도 구의회에선 여전히 개인사무실 공사를 통과시키는 것으로 의장단의 의견이 모아진 듯하다.

구의회 김명조 의장(새정치민주연합,오류1-2동 수궁동)은 "현재 의원 사무실은 칸막이로만 나뉘어져 있는데 민원인이 몰려오면 오갈 데가 없어 곤란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며 "또 요즘엔 의원들이 사무실에 자주 나와 공부를 하고 있어 개인 연구실이 상당히 필요해 보이고 개별 사무실이 생기면 개인적으로 보좌관을 두고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더 잘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조 의장은 또 "의원들이 원하는 개인 사무실은 의원의 권위나 위상을 위해 만들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운영위원회 소속 박평길 의원(새누리, 개봉2-3동)은 "예전에도 밝혔듯이 기본적으로는 의원 사무실 공사에 반대하고 미팅룸 1~2개 정도 만드는 게 맞다고 보지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위한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아이들 책걸상도 바꾸기 어렵다고 하는 상황인만큼 예산심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19일 구의회내의 이같은 움직임을 전해들은 한 주민(65)은 "개인 사무실이 있다면 좋겠지만 다 때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가정에서도 그렇듯 돈이 부족하고 어려울 땐 먼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게 좋다"며 에둘러 현재 의원들이 서있어야 할 지점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