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류동주민,데이빗 피코크, '푸른눈'을 통해 바라본 구로

"한국어 배워 이웃과 사귀고 싶어요"

2014-10-18     신승헌 기자

구로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4만 5,200명을 넘어섰다(2014년 1월 기준). 지역 내 결혼이주여성들 중 한국국적을 취득한 주민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약 5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같은 시점 구로구 전체 인구인 425,134명의 약 11.6%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의 삶은, 또 이들이 바라보는 구로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5일 스코틀랜드 출신의 David Peacock(46, 오류동) 씨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림]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된 관계로 David Peacock(데이빗 피코크) 씨의 구술과 기사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대한민국 그리고 구로구에서 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1998년 공수도(가라테)를 배우고 싶어 일본에 몇 주 간 머문 적이 있다. 그 때 한국도 4일 정도 여행했었는데 당시에는 일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이 내게는 '미지의 국가' 그 자체였다. 한국이란 나라에 매력을 느꼈고,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난 2001년 다시 한국을 찾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게 됐다. 극진공수도의 전설로 통하는 최배달(1922~1994) 씨가 재일동포라는 사실도 한국행에 한 몫 했다(웃음). 구로구에서는 지난 2010년 지금의 아내(이데레사 씨, 44)와 결혼을 하면서부터 살게 됐다.
 
△ 올해로 한국생활 14년차다. 한국에서의 삶은 어땠나.
오류동으로 이사 오기 전까진 한남동, 이태원동(이상 용산구) 일대에서 거주했다. YBM시사어학원과 한양대 국제어학원에서 10년 정도 근무했고 지금은 양천구 목동에서 'Dave's Den'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소규모(최대 6명) 영어회화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시간과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방송 등에도 종종 출연해왔다. EBS영어회화프로그램에 한동안 출연했었고 MBC예능프로그램 '컬투의 베란다 쇼'에도 '매운맛을 좋아하는 외국인'으로 나간 적이 있다. 위스키 광고모델로도 활약했었고 최근에는 얼마 전 종영한 SBS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에 출연했다. 물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웃음).

 

△ 한국에서 생활해 본 두 곳(구로구, 용산구)을 비교해 본다면.
그곳(한남동, 이태원동)에는 영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나는 아직까지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다.

구로구에도 외국인 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대부분이 동양인이지 나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은 드문 것 같다. 덕분에 한국인 이웃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돼 구로구에 오고 난 다음부터 한국말이 조금이나마 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그것뿐이다.
 
△ 당신에게 구로구는 어떤 곳인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무렵 내가 키우는 진돗개와 풍산개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잘 알지 못하는 이웃 중 한 분이 나를 부르더니 "개들에게 줄 먹이를 준비해 놓았다"며 고기를 건네는 게 아닌가. 인심이 참 후한 동네라는 인상을 받았다. 구로구는 도시생활과 시골생활이 혼재해 있는 곳 같다.

또 아무래도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백인이 드물다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영어로 말해보고 싶어)말을 거는 경우가 꽤 있다. 누군가가 내게 대화를 건넨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단, 식당에서 아내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웃음). 아! 나는 양고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구로구에는 양고기집이 많아서 참 좋다.
 
 △ 지역에서 살며 불편한 점은 없나.
지금의 일이, 또 생활이 너무 즐겁다. 때문에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그런 내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만, 지역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한국어 강좌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국제결혼을 통해 지역에 정착한 아시아 여성들에게 너무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남자인데다 백인인 내가 어울리고 배우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을 구로타임즈 독자들에게 조언 한 가지 부탁하겠다.
언어를 배우려면 그 언어가 사용되는 나라의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꽤 한다는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예의에 어긋나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또 영어공부를 문법위주로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주 쓰는 표현 위주로, 정말 필요한 말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서울이 대도시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이웃과 소홀히 지내는 것 같다.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길에서 눈이 마주치면 서로 웃고 이야기도 나누는데 여기선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그리고 나는 미국사람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백인은 곧 미국인'이라 여기는 것 같다(웃음).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일을 좀 줄이고 내게 한국어를 많이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내가 이웃들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