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투표율에 담은 구로민심

서울시장 구청장 '압승'...지역출신 의원들 입성 '눈길'

2014-06-09     박주환 기자
▲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개표장이 있는 우신고등학교 체육관입구.구로구내 전 투표소에서 봉함되어 운반되어 온 투표함들이 개표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구로구의 6.4지방선거 결과는 전반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세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유권자의 질타라고 해석했지만 구의회의 절반가까이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입성해 민심을 속단할 순 없었다.

관내 유권자들은 특히 서울시장과 구청장은 물론, 서울시의원 4석을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들로 선택했다. 주목해야할 건 각 선거별로 모든 동에서 새정치연합의 우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구의원 선거를 제외하고는 단 한 동도 새누리당이 앞선 곳은 없었다.

구의원선거에서도 새정연은 새누리당 보다 1석 많은 8석을 확보하며 의석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5대 구의회에선 4석에 불과했던 민주당 계열이 6대 의회 7석을 거쳐 이번엔 새누리당을 앞질렀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구의원 역시 7석으로 적지 않은 구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구의원 라선거구와 바선거구에선 각각 새누리당 정대근 후보와 곽윤희 후보가 강세를 보이며 당선됐다.

관내 투표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구로구의 투표율은 60.0%로 총 유권자수 35만5,410명 중 21만3,40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55.4%에 비해 4.6%p 증가한 수치이며 2006년 지방선거와 비교하자면 10%p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동작구(61.7%), 서초구(61.6%), 마포구(60.9%), 노원구(60.4%), 송파구(60.3%), 양천구(60.3%) 구로구(60%) 순으로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전국평균 56.8%보다는 3.2%p 높았다.

 

 

 이성 구청장후보 60.8% 지지받아

새정치연합의 이성 후보는 관내 15개 모든 동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며 압승을 거뒀다. 새누리당의 최재무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주민들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현직구청장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후보 간에 가장 큰 표차를 보인 곳은 구로3동. 투표에 참여한 1만3,058명의 구로3동 주민들은 9,134표를 이성 후보에게 몰아주며 70.9%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 후보와의 표차는 5,377표였다.

아파트 신축에 따른 외부인구 유입으로 가장 많은 유권자수를 보유한 오류2동에서도 구로3동 못지않은 표차(5,164)로 이성 후보가 앞섰다.

 

반면 최 후보가 약진을 보인 곳은 수궁동이었다. 수궁동 주민들은 43.6%의 비율로 최 후보를 지지했다. 이곳에서 두 후보 간의 표차는 1,519표에 불과했다.

현직의 우세는 구로(갑)과 구로(을)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갑)구에서도 이 후보가 최 후보를 17.8%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을)구에서 이성후보가 양대웅 후보를 17.3% 앞선 것과 비슷한 수치로 이번에는 (갑)구라는 점이 남달랐다.

(을)구에서는 무려 26.5%  격차를 보이며 이성 후보가 62.8%의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조짐은 4일 저녁 우신고 체육관에서 열린 개표현장에서 첫 투표함으로 수궁동지역 것을 오픈하면서 일찌감치 예감되고 있었다.

이 후보가 최재무 후보를 이 지역 투표소별로 100~200표 이상 이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성 후보 선거사무실에서도 개표현장에서 참관인들이 집계한 투표현황이 전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느꼈졌다.

본격적인 개표 전부터 '무난하게 승리할 것'을 예상했던 이 후보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띄웠다.

특히 18%p를 넘어 20%p 가까운 차이를 보였던 오후 10시 이후엔 직접 당선 소감을 작성해 놓을 정도로 상황을 낙관했다.


구의회 진보 진영 '선수교체'

지난 2010년 지방선거부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진보정당 1곳이 또 당선을 실현하며 명맥을 유지했다.

이번에 당선된 진보정당 구의원은 바선거구의 노동당 김희서 후보다. 14.7%의 득표율을 보이며 3위로 구의회에 입성한 김 후보는 지난해 방사능급식조례 주민발의를 통해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당시 조례 발의엔 구로구 주민 8,000여 명이 서명해 성립요건인 6,993를 상회했다. 현재 해당 조례안은 구의회 안건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지난 6대 의회에서 '구로구 공동주택에 관한 감사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통과시키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홍준호 의원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3위 안에 들지 못함에 따라 3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의원 4석 새정치연합서  '싹쓸이'

시의원 선거에선 지난 5대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모두 새정치연합이 휩쓸었다.

제 2선거구의 조규영 후보와 제3선거구의 김종욱 후보는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하며 구로 기반 시의원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조 후보가 속했던 2선거구는 통합진보당 고영국 후보와 무소속 후보 2명이 출마 하는 등 남다른 난전이 예상됐지만, 조 후보가  새누리당 설진호 후보를 9,248표 차이로 따돌리며 큰 승리를 거뒀다. 이는 4개 시의원 선거구 중에선 가장 큰 표차기도 하다.

3전 4기 끝에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장인홍 후보도 큰 화제를 불렀다.

장 후보는 관내 시민단체진영을 기반으로 지난 3차례에 걸쳐 구로구의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아쉽게 낙선한바 있다.

이번엔 본인의 판단과 주변의 조언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입당한 뒤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구로(갑) 이인영 국회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김인제 후보도 54.7%의 득표율로 45.3%의 새누리당 이우진 후보를 가볍게 따돌리며 낙승을 거뒀다.

구청장  서울시장 투표 '판박이'

새정연 박원순 서울 시장 후보도 관내 모든 동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앞섰는데 그 판세의 지형이  구청장 선거결과를 닮아있다.

먼저 구로에서 총 12만3,139(58.4%)표를 얻은 박 후보는 8만6,806(40.7%)표의 정 후보보다 3만6,333표 더 많은 지지를 받아 17.7% 앞섰다.

 이는 구청장 선거에서 이성후보와 최재무 후보가 구로(갑)에서 보인 득표율 차이 17.8%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는 이성 구로구청장 후보와 마찬가지로 구로3동에서 가장 많은 표차를 보이며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득표율은 70.1%로 이성 후보의 70.9%와 차이가 없었으며 상대후보와의 표차도 5,320표로 구청장 후보 간의 5,377표와 57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들은 박원순 후보를 찍은 유권자는 같은 당의 이성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을 시사했다.


  혁신교육 '활기' 예상

한편 조희연 교육감 후보의 당선으로 관내 혁신교육사업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구로가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된 이래 이를 이끌어온 학부모와 교사들은 문용린 후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해당사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의 존속 자체를 우려해 왔다.

실제로 문용린 후보는 이에 대해 '단계적 폐지'를 고승덕 후보는 '서울형 새학교 모델로 흡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조 후보는 혁신학교사업의 존속 및 확대를 약속한 후보다.

혁신학교사업은 현장 만족도가 높은 사업으로 (사)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의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감축, 협력교사제 운영, 창의적 테마체험활동 학습비 지원 등 거의 모든 세부사업에 효과가 있다는 대답이 95%를 넘었다.